한국신용데이터 ‘2024년 4분기 소상공인 동향보고서’에 따르면, 개인사업자 대출은 716조 원에 달하고, 연체율은 전년 대비 52.7% 급증했다고 한다. 자영업자 대출의 연체율이 2022년 2분기 0.5%에서 2024년 3분기 1.7%로 급격히 치솟았다는 한국은행 발표와도 일맥상통하는 내용이다. 위 보고서에 따르면 연체된 소상공인 대출의 78.8%(약 8조9000억 원)가 저축은행 등 2금융권 연체였다.
소상공인 중 개인사업자 대출을 안고 있는 사업장은 모두 362만2000여 개로 추산됐는데, 이 중 13.3%(약 48만2000개)는 폐업 상태였다. 빚을 진 소상공인 10곳 중 1곳 이상이 이미 문을 닫은 것이다. 폐업자들은 평균 6185만 원의 대출이 있었고, 그 중 평균 568만 원을 연체하고 있었다. 2금융권 중 저축은행의 연체 비중이 5%, 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의 연체 비중도 2.7%로 은행권(0.6%)에 비해 4배 이상이었다.
현장에서 접하는 자영업자 등 소상공인의 어려움 역시 위 데이터와 다르지 않다. 카페 빵집 패스트푸드 술집 등 대부분의 소비재 업종에서 매출이 줄었고, 특히 그 중 카페가 타격이 큰 것 같다. 한국신용데이터 관계자는 ‘경제적 불안을 느낀 소비자들이 기호식품인 커피 술 등부터 줄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는데, 백화점 의류 재고가 증가했다는 다른 데이터까지 감안해 본다면, 결국 ‘안 먹고, 안 마시고, 안 사는’ 소비 불황의 시대가 왔다는 것이 실감난다.
실제 의뢰인의 사례를 살펴보자. 위 데이터 내용이 고스란히 한 개인의 삶에 여실히 반영되어 있다. 의뢰인 A 씨는 부산대학교 앞에서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다. 배우자와 함께 성실하게 노력한 결과 ‘동네 맛집’으로 소문이 나 한때 가게 앞에 줄이 길게 늘어서기도 했다. A 씨는 20년 가까이 음식점을 운영하면서 근처에 있는 아파트도 사고, 자녀들 대학교육까지 다 시키는 등 남부럽지 않은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그러나 코로나19 이후 많은 것이 바뀌었다.
코로나 기간 동안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정책 때문에 음식점을 운영하는 가게들에 엄청난 매출 타격이 있었다. A 씨도 정부가 지원하는 지원금 대출금 등으로 코로나가 끝날 때까지 버텼다. 그런데 코로나가 끝난 이후도 매출은 회복되지 않았다. 코로나 기간 사람들의 생활 습관과 소비 패턴이 바뀐 것이다.
A 씨를 더욱 절망하게 한 것은 주변 다른 가게 사정 역시 비슷하다는 것이다. 한때 새벽 시간까지 인근 대학생 직장인 등으로 시끌벅적했던 골목이 저녁 시간이 지나면 조용해지고, 어느 새 한 집 건너 한 집에 공실이 생길 정도로 상권 자체가 죽어버렸다.
부산대학교 앞뿐만 아니라, 서면이나 남포동 등 전통 상권이 다 비슷하다. A 씨는 알바생들을 다 내보내고 자신과 아내, 자녀까지 온 식구가 음식점 운영에 매달리며 버티고 또 버텨왔는데, 결국 매출은 늘어나지 않고, 비용을 줄이는 데에도 한계가 있었다. 그 사이 코로나 시기 받았던 대출 만기가 돌아왔고, 부족한 생활비를 충당하느라 사용한 대출금 카드론 등의 대출 역시 점점 늘어나 돌려막기에 급급해졌다.
A 씨 사정에 공감하는 자영업자가 많을 것이다. 실제 사무실에 찾아와 채무조정을 의뢰하는 의뢰인들 중 업종은 달라도 사정은 거의 비슷했다.
더 큰 문제는 그래도 예전에는 부채만 탕감받으면 어떻게든 업을 계속 이어가 보겠다고 말하는 의뢰인들이 많았으나, 이제는 “더 이상 희망이 없고, 방법을 찾을 수 없다”고 말하는 의뢰인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소비가 활발하던 시기 급성장했던 자영업자들이 소비가 멈춘 시기가 도래하자 함께 멈추고 만 것이다. 폐업을 고려하는 의뢰인들에게 해주는 말 역시 바뀌었다. 예전에는 ‘그래도 희망을 잃지 말고 열심히 노력하면 결국 잘 될 것이다’와 같은 말을 주로 해드리곤 했는데, 이젠 ‘가족 등 주변 사람들에게까지 피해가 갈 것 같다고 판단되면 더 이상 버티지 말고 멈추시라’는 말을 많이 하게 된다.
소비가 멈춘 시기, 일단 멈추고 재정비를 한 뒤 다시 시작하자. 그래도 인생은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