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세상읽기] 소비가 멈추었다

이창희 법무법인 리엔 대표변호사

  • 이창희 법무법인 리엔 대표변호사
  •  |   입력 : 2025-03-23 18:42:59
  •  |   본지 22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한국신용데이터 ‘2024년 4분기 소상공인 동향보고서’에 따르면, 개인사업자 대출은 716조 원에 달하고, 연체율은 전년 대비 52.7% 급증했다고 한다. 자영업자 대출의 연체율이 2022년 2분기 0.5%에서 2024년 3분기 1.7%로 급격히 치솟았다는 한국은행 발표와도 일맥상통하는 내용이다. 위 보고서에 따르면 연체된 소상공인 대출의 78.8%(약 8조9000억 원)가 저축은행 등 2금융권 연체였다.

소상공인 중 개인사업자 대출을 안고 있는 사업장은 모두 362만2000여 개로 추산됐는데, 이 중 13.3%(약 48만2000개)는 폐업 상태였다. 빚을 진 소상공인 10곳 중 1곳 이상이 이미 문을 닫은 것이다. 폐업자들은 평균 6185만 원의 대출이 있었고, 그 중 평균 568만 원을 연체하고 있었다. 2금융권 중 저축은행의 연체 비중이 5%, 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의 연체 비중도 2.7%로 은행권(0.6%)에 비해 4배 이상이었다.

현장에서 접하는 자영업자 등 소상공인의 어려움 역시 위 데이터와 다르지 않다. 카페 빵집 패스트푸드 술집 등 대부분의 소비재 업종에서 매출이 줄었고, 특히 그 중 카페가 타격이 큰 것 같다. 한국신용데이터 관계자는 ‘경제적 불안을 느낀 소비자들이 기호식품인 커피 술 등부터 줄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는데, 백화점 의류 재고가 증가했다는 다른 데이터까지 감안해 본다면, 결국 ‘안 먹고, 안 마시고, 안 사는’ 소비 불황의 시대가 왔다는 것이 실감난다.

실제 의뢰인의 사례를 살펴보자. 위 데이터 내용이 고스란히 한 개인의 삶에 여실히 반영되어 있다. 의뢰인 A 씨는 부산대학교 앞에서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다. 배우자와 함께 성실하게 노력한 결과 ‘동네 맛집’으로 소문이 나 한때 가게 앞에 줄이 길게 늘어서기도 했다. A 씨는 20년 가까이 음식점을 운영하면서 근처에 있는 아파트도 사고, 자녀들 대학교육까지 다 시키는 등 남부럽지 않은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그러나 코로나19 이후 많은 것이 바뀌었다.

코로나 기간 동안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정책 때문에 음식점을 운영하는 가게들에 엄청난 매출 타격이 있었다. A 씨도 정부가 지원하는 지원금 대출금 등으로 코로나가 끝날 때까지 버텼다. 그런데 코로나가 끝난 이후도 매출은 회복되지 않았다. 코로나 기간 사람들의 생활 습관과 소비 패턴이 바뀐 것이다.

A 씨를 더욱 절망하게 한 것은 주변 다른 가게 사정 역시 비슷하다는 것이다. 한때 새벽 시간까지 인근 대학생 직장인 등으로 시끌벅적했던 골목이 저녁 시간이 지나면 조용해지고, 어느 새 한 집 건너 한 집에 공실이 생길 정도로 상권 자체가 죽어버렸다.

부산대학교 앞뿐만 아니라, 서면이나 남포동 등 전통 상권이 다 비슷하다. A 씨는 알바생들을 다 내보내고 자신과 아내, 자녀까지 온 식구가 음식점 운영에 매달리며 버티고 또 버텨왔는데, 결국 매출은 늘어나지 않고, 비용을 줄이는 데에도 한계가 있었다. 그 사이 코로나 시기 받았던 대출 만기가 돌아왔고, 부족한 생활비를 충당하느라 사용한 대출금 카드론 등의 대출 역시 점점 늘어나 돌려막기에 급급해졌다.

A 씨 사정에 공감하는 자영업자가 많을 것이다. 실제 사무실에 찾아와 채무조정을 의뢰하는 의뢰인들 중 업종은 달라도 사정은 거의 비슷했다.

더 큰 문제는 그래도 예전에는 부채만 탕감받으면 어떻게든 업을 계속 이어가 보겠다고 말하는 의뢰인들이 많았으나, 이제는 “더 이상 희망이 없고, 방법을 찾을 수 없다”고 말하는 의뢰인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소비가 활발하던 시기 급성장했던 자영업자들이 소비가 멈춘 시기가 도래하자 함께 멈추고 만 것이다. 폐업을 고려하는 의뢰인들에게 해주는 말 역시 바뀌었다. 예전에는 ‘그래도 희망을 잃지 말고 열심히 노력하면 결국 잘 될 것이다’와 같은 말을 주로 해드리곤 했는데, 이젠 ‘가족 등 주변 사람들에게까지 피해가 갈 것 같다고 판단되면 더 이상 버티지 말고 멈추시라’는 말을 많이 하게 된다.

소비가 멈춘 시기, 일단 멈추고 재정비를 한 뒤 다시 시작하자. 그래도 인생은 계속된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레이예스 맑음…이이무라 흐림…‘로·비’ 안갯속
  2. 2축제 때도 도개 못 한 영도대교…한 달째 원인불명
  3. 346년 감속기 외길…ICT 입힌 액추에이터 개발 성공
  4. 4청년도 “국제신문 지키자”…대학가로 지지 확산
  5. 5전재수 부산시장 “목숨 걸고 북항 돔구장 공모 준비”
  6. 6반려견 비비탄 학대 20대들 징역 8개월(종합)
  7. 7김민석 “신천지 與 입당 증거 없다” 사과(종합)
  8. 8“끝내 알 수 없었던 어머니 마음…그 알 수 없음이 인간이죠”
  9. 9국회의원 112명 서명…원내 주요 5개 정당 동참
  10. 10“북항개발 市-BPA 방향 같아…돔 아레나 규모 등 협의할 것”
  1. 1김민석 “신천지 與 입당 증거 없다” 사과(종합)
  2. 2국회의원 112명 서명…원내 주요 5개 정당 동참
  3. 3李 “집값 놀라울 정도로 하락…통계 제대로 알려야”
  4. 4정계 “지역언론 독립·공공성 훼손없게 계속 관심을”
  5. 5국힘 신임 부산행복연구원장에 오경은 전 구의원
  6. 6시의회 상임위 제한 폐지 논란일자 결국 심사 보류
  7. 7친청 “공개사과하라”·김 “자정 노력”…민주 신천지 수습 난항
  8. 81호기 명단 유출 파일 'MOFA(외교부) 형식, 유출 경위 파악에 주력
  9. 9與주도로 조작기소 특검법안 법사위 상정…국힘 반발·퇴장
  10. 10美 중간선거 시작, 우주서도 투표는 계속된다
  1. 146년 감속기 외길…ICT 입힌 액추에이터 개발 성공
  2. 2부산 매출액 돛 달아준 ‘해운 빅3’…6년 만에 전국 기준 100대 기업도(종합)
  3. 3“부산 해양수도·북극항로 육성, 선원 역할 중요”
  4. 4"가덕도신공항 올해 예산집행률 고작 0.03%…정상화 시급"
  5. 5한진칼 주식 더 사는 조원태…호반과 지분경쟁 2R
  6. 62050년 중간저장시설·2060년 영구시설…정부, 방폐물 관리 3차 계획안 여론 수렴
  7. 7[증시와이드] 불확실성 커진 증시…우량주 중심 냉정한 대응을
  8. 8석유류·공업제품값 ‘고공 행진’ 지속…부산 10월 물가상승 4개월만에 최고(종합)
  9. 9‘반도체 소부장’ 원익 공채에 1만2000명 몰려
  10. 10한양증권도 털렸다…고객·임직원 정보 일부 유출
  1. 1축제 때도 도개 못 한 영도대교…한 달째 원인불명
  2. 2청년도 “국제신문 지키자”…대학가로 지지 확산
  3. 3전재수 부산시장 “목숨 걸고 북항 돔구장 공모 준비”
  4. 4반려견 비비탄 학대 20대들 징역 8개월(종합)
  5. 5“북항개발 市-BPA 방향 같아…돔 아레나 규모 등 협의할 것”
  6. 6에코델타에 유치원·초·고교 추가 신설
  7. 7수능 ‘AI 안경 커닝’ 막는다지만…전문 탐지기 없어 실효성 의문(종합)
  8. 8첫 공소청 수장 후보, 이정현·박철우·예세민 물망(종합)
  9. 9141개 시민단체도 노동계도 ‘국제신문 회생’ 인가 촉구
  10. 10부산 양정동 한 대학 창고서 불…인명피해 없어
  1. 1레이예스 맑음…이이무라 흐림…‘로·비’ 안갯속
  2. 22027 아시안컵 내년 12월로 연기…차기 감독 선임 여유
  3. 3KLPGA 상금왕·대상 놓고 ‘림-솔(서교림·김민솔) 대전’
  4. 4MLB 애틀랜타 김하성, 퀄리파잉 오퍼 못 받아
  5. 5박항서 향해 “김치맨”…태국 관중들 인종차별
  6. 6김지율, 고교 최동원상 수상…부산고 하현승 아쉽게 고배
  7. 7BNK 개막전 첫 승…두터워진 선수층 빛났다
  8. 8[뭐라노] 롯데가 스마트 야구를?
  9. 9체력 비축한 마법사, 타선 폭발한 사자…누가 웃을까
  10. 10동의과학대학교,‘제1회 부산지역 전문대학 유학생 축구대회’ 준우승
우리은행
주민자치 모범현장 가다
‘주민대표’가 건축 세부사항까지 의견…지방의회 심사 반영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코뿔소 없음과 진공
지역이 기획, 국가가 지원하는 R&D 시대 열자
국제칼럼 [전체보기]
국조 대상은 조희대가 아니라 증시 참사다
개·고양이 학대는 이제 그만
기고 [전체보기]
‘성범죄 취업제한’의 사각지대
‘2028 세계디자인수도 부산’의 과제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세레나데, 다정한 위로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다대포에서 만난 퇴계 이황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탈서울’ 안 된다던 원안위, 세종행에 왜 침묵하나
AX·반도체 전시회 5개 동시에 열렸는데…
도청도설 [전체보기]
등골 프로텍터
바이낸스 턴 북한 해커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왜 제대로 비워지지 않는지 살펴야
개정 응급의료법이 ‘미수용 방지법’?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캉이’ 스펙터클에서 공존으로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사설 [전체보기]
국제신문 정상화에 여야 한뜻…능인선원 결단하라
대통령 순방 정보 유출…국가 보안체계 전면 점검해야
세상읽기 [전체보기]
일상으로의 초대
SNS라는 광장, 우리는 서로의 말을 듣고 있는가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두 미술관, 각자의 역할을 묻다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복지의 ‘필요 원칙’과 포퓰리즘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기다림에도 비용이 든다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대규모 대미 투자, 기회인가 위협인가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사람은 갔어도 명당은 남아 있다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와인은 어떻게 마음에 남는가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십시일반(十匙一飯), 나눔이 만드는 연말의 온도
시민 주거안정에서 지역경제 활성화까지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