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많은 언론에서 보도한 사진 한 장에 가슴이 먹먹했다. 전남 광주 중앙초등학교에서 열린 입학식으로, 유일한 신입생인 A 군이 1학년 교실에 혼자 앉아 선생님들과 1 대 1로 인사하는 장면이었다. 이 학교는 1907년 광주 최대 번화가였던 금남로 인근에서 개교해 1970∼1980년대 학생 수 5000명에 달할 정도였지만 지금은 전교생 23명인 초미니 학교가 됐다. 친구들과 재잘거리며 함께 밥 먹고, 뛰어 놀면서 사회생활을 배워야 할 소중한 시간을 혼자 지내야 한다는 사실에 오래도록 마음이 쓰였다.
부산 기장군의 한 초등학교도 올해 입학생을 한 명밖에 받지 못했다. 인근 동네에 초등학생이 살지 않게 된 지는 오래 돼서 수년 전부터 통학버스를 이용해 40분가량 걸리는 정관신도시 학생들을 태워오면서 근근히 학년별로 한 자리수 학급을 유지하고 있다. 총원 6명인 병설유치원의 올해 입학생(만 3세 반)은 아예 없다. 학교 관계자는 “한해가 다르게 학생 수가 줄어드는 게 몸으로 느껴진다”고 안타까워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제 저출생으로 학생 수가 줄다가 폐교하는 사례가 더는 뉴스가 되지 못한다. 몇 년 새 달라진 게 있다면 과거에는 읍·면·동 위주의 지방 소도시에서 폐교가 잇따랐다면, 요즘은 부산 대전 등 광역시까지 그 대열에 합류했다는 사실이다. 올해 신입생이 없어 입학식을 못 한 초등학교만도 부산 1곳을 포함해 전국 184곳이다. 올해 부산지역에서 폐교한 초등학교는 원도심 내 2곳이다.
한국의 출산율이 현 상태(지난해 합계출산율 0.75)로 유지된다면 신입생 없는 학교는 갈수록 증가할 것이다.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2018년생은 32만7000여 명이나, 지난해 출생아는 24만9000여 명이다. 6년 만에 8만 명 가까이(23%) 주는 등 저출산 속도는 가파르다.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운 초저출산의 원인으로 여러 문제가 얽혀 있지만, 수도권 중심의 과열된 대입 경쟁에 따른 사교육비 부담을 빼놓을 수 없다. 본지가 최근 보도한 ‘경기침체 속 사교육비 月 수백… 가정이 휘청인다’(국제신문 지난 18일 자 1면 보도)에서 소개한 사교육비 증가에 따른 가계 부담 사례는 대부분 학부모가 공감할 것이다. 교육부와 통계청의 ‘2024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해 초·중·고 사교육비 총액은 29조2000억 원으로 1년 만에 7.7% 늘었다. 같은 기간 학생 수는 521만 명에서 513만 명으로 8만 명 줄었는데도 말이다.
통계에 따르면 부산지역 초·중·고교생 1인당 월 평균 사교육비는 2020년 28만3000원에서 지난해 48만3000원으로 4년 만에 1.7배 늘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서울지역 고교생 월 평균 사교육비는 조사 이후 처음으로 100만 원을 넘었다. 하지만 이 같은 수치가 현실을 제대로 반영했다고 보긴 어렵다.
구군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부산에서 중·고등학교 한 과목(영어 수학) 수업료만 40만~50만 원에 달하는 학원이 많다. 두 과목에 교재비까지 합하면 월 100만 원에 근접하고, 수학의 경우 방학마다 특강비가 더해지고 국어(때론 과학 사회까지) 등의 수업을 주 1회씩 한다면 사교육비는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그럼 학원 안 보내면 되지 않느냐, 부모 욕심 때문 아니냐고 되묻는 목소리가 있다. 그러나 사교육 위주로 굴러가게 세팅돼 있는 현실에서 말처럼 쉽지 않다. 학원에서 선행학습을 한다는 전제 하에 별다른 설명 없이 진도를 마구 빼는 학교(와 선생님)가 있는가 하면, 사교육 없이 공부를 하다가도 여러 학원과 병행해서 공부하는 친구들을 보면서 결국 학원행을 택하기도 한다. 사교육비 부담에 허리가 꺾이고 빚이 쌓일지라도 자녀가 원하면 안 보내고 배길 재간이 없다. 공교육이 못 미덥기에 지난해 초·중·고 사교육 참여율이 사상 처음 80%를 넘었다. 통계에 잡히지 않는 수능 응시생 3명 중 1명 꼴(2025학년도 수능 응시생 중 졸업생은 전체 응시생의 31%인 16만1784명이었다)인 N수생의 사교육비까지 합한다면 실제 사교육비 규모가 통계의 2배는 족히 될 것이라는 추청도 나온다.
현 입시 체제에서 사교육비 문제는 백약이 무효하다. 광복 이후부터 지난 정부까지 큰 폭의 대입제도 개편만 24번 있었다. 입시 중심 교육과 사교육으로 인한 공교육 붕괴 등의 비판이 제기될 때마다 사교육비 경감이 정책 목표 중 하나였지만, 사교육 시장은 코웃음 치며 확대됐다. 심지어 명문대 입시 준비를 위한 ‘4세 고시’ ‘7세 고시’라는 말까지 등장할 정도로 영유아에까지 사교육 광풍이 불어닥치니 “이러니 애 안 낳는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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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안의 잠재력을 끌어내는 교육 대신 죽은 지식을 머리 속에 집어넣고, 누가 달달 잘 외워서 답을 적는가에 따라 우열이 가려지는 ‘반(反) 교육’적 나라에서는 사교육비 가 단순히 교육 문제를 넘어 국가 존속까지 위협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임은정 편집국 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