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행복의 날(3월 20일)을 맞아 유엔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는 ‘세계행복보고서 2025’를 발표했다. 147개 국가의 행복 순위를 매겼는데, 정책적 시사점이 크다. 왜냐하면 이 보고서가 사람들이 더 행복해질 수 있도록 각 국가의 당면한 현실을 진단하고 정책적 해법을 모색할 계기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2025년 행복 순위는 58위다. 2012년의 41위가 최고였고, 지난 13년 간의 평균은 55위였다. 그렇다면 앞으로는 어떨까?
북유럽 복지국가 덴마크와 노르웨이가 세계 행복 순위에서 1위를 차지한 적이 있고, 핀란드는 2017년부터 9년 연속 1위다. 이들 나라의 국민은 행복한데, 다른 나라는 그렇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설명력 높은 지표로 1인당 국내총생산(GDP), 사회적 지지, 내 삶을 선택할 자유, 건강 기대수명을 들 수 있다. 이 4가지 지표 성적이 국민의 행복 수준을 결정한다는 뜻인데, 장차 우리나라의 행복 순위가 크게 추락하지는 않을지 걱정이다.
첫째는 ‘1인당 국내총생산’인데, 우리나라의 2025년 순위는 21위다. 우리나라는 경제성장률이 1970년 이후 20년간 연평균 10%를 넘었고, 1990년대도 외환위기 전까지는 연평균 8.35%였다. 그런데 지난 10년간은 연평균 성장률이 2.5%에 그쳤다. 앞으로는 어떨까? 장기간의 저출생으로 생산연령인구가 매년 34만 명씩 줄고, 생산의 주력인 25~49세 인구는 2022년 1860만 명에서 2060년 910만 명으로 반토막 날 전망이다. 기술 혁신은 부진하고 무역 환경도 나쁘다. 기존 방식으로는 성장률 추세의 반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둘째는 ‘사회적 지지’와 ‘내 삶을 선택할 자유’인데, 2025년 순위는 각각 84위와 104위였다. 이들 지표는 우리나라의 행복 순위를 크게 끌어내린 요인이었는데, 우리 국민은 어려울 때 사회적 지지와 도움을 잘 받지 못할 뿐만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인생을 주도적으로 선택해서 살아가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우리나라는 연대와 복지의 수준이 경제력에 비해 낮은데다 기회의 공정과 정의의 제도화 수준도 국민의 기대에 크게 못 미친다는 것인데, 이는 장차 ‘대한민국의 지속 가능성’을 가로막을 핵심 요인이라 하겠다.
셋째는 ‘건강 기대수명’인데, 우리나라의 기대수명(83.6년)이 경제협력개발기구 3위인 만큼 이 지표의 성적은 다소 양호하다 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 국민은 사망 이전에 심각한 질병과 장애 상태로 지내는 기간이 길므로 건강 기대수명이 높지 않다. 실제로 건강 기대수명은 입원과 치료 중심의 사후적 의료체계가 발달한 나라보다 질병 예방과 건강 증진에 집중하는 사전적 지역사회 보건의료가 확립된 나라에 유리한 지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전자에 속하는 대표적인 국가다. 인구 위기 시대에 기존 방식으로는 이 지표도 성적이 추락할 게 분명하다.
결국, 이대로 간다면 장차 경제성장의 한계, 연대와 복지의 부족, 공정과 정의의 제도화 미비로 인해 우리나라는 현재의 행복 순위도 지키기 어렵게 된다. 그래서 ‘위기의 시대’다. 불평등과 양극화는 갈수록 심해지고, 저출생 고령화 인구 위기와 경제성장의 정체 속에 복지 경제 체제는 지속 가능성을 위협받고 저소득 계층의 생계 곤란은 재정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워질 전망이다. 게다가 구조화된 정치 양극화와 심각한 국론 분열·갈등은 상황을 더 악화시킬 것이다.
이제 우리는 ‘국민이 행복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 기존 방식과 낡은 관행을 바꿀 혁신 로드맵을 마련해야 한다. 그것은 바로 국민 행복을 제도적으로 보장할 ‘공정하고 지속 가능한 대한민국’ 만들기 기획인데, 6월 3일 치러질 조기 대선 과정에서 진지한 논의와 정치적 합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국민적 공론을 모아내야 한다.
첫째, 인구 위기 시대의 역동적 경제성장을 위해 창의성 다양성 유연성을 기반으로 과학기술 인재를 육성하고 첨단 산업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혁신 경제를 달성해야 한다. 둘째, 연대와 공정의 제도화 수준을 높이기 위해 사람의 능력과 자존감을 키우는 현물 급여(보육 교육 등의 사회서비스, 직업훈련 공공주거 등)의 비중을 높이고, 현금 급여는 무차별적 기본소득이 아니라 필요를 기반으로 차등 지급하되 사각지대를 없애도록 한다. 셋째, 초고령사회의 지속 가능한 보건의료를 위해 건강주치의의 일차의료를 강화함으로써 지역사회 보건의료 중심의 예방적 의료전달체계를 확립해야 한다.
연대 공정 성장을 보장하는 경제 일자리 복지의 유기적 체계를 건설하려면 반드시 낡은 정치를 혁신해야 한다. 양극단의 시장만능주의와 무차별적 획일주의를 극복하고 국민 행복의 ‘지속 가능한 대한민국’을 만들려면, 적대적 공생의 양당제를 극복하고 다당제의 포용적 정치 질서를 구축해야 한다. 승자독식의 소선거구제를 중대선거구제로 고쳐야 하는 이유다. 특히, 이번 대선에서 양극적 정치가 아닌 대화와 타협의 중도 정치가 확장될 수 있다면, 인구 위기 극복을 위한 시대적 과제인 경제성장과 국민통합의 길로 성큼 들어설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