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사라졌지만 오래전에는 열차 안에서 계란이나 사이다 등을 사 먹을 수 있었다. 판매원들은 입석 승객들이 꽉 찬 통로를 비집고 다녔다. 때로는 짜증이 나기도 했다. 그러나 어찌 보면 이동하면서 누릴 수 있는 즐거움 가운데 하나였다. 그럴 만도 한 것이 고속철도가 없던 시절에는 통일호 등 열차로 부산에서 서울까지 오가려면 상당히 긴 시간이 걸렸다. 고픈 배를 간단하게 채우려 할 때는 이만한 게 없었다.
고속철도가 2시간 30분 정도에 부산과 서울을 오가는 지금은 사정이 완전히 다르다. 조금만 참으면 목적지에서 맛있는 식사를 할 수 있는 판에 열차에서 음식을 먹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 코레일도 이런 점을 고려해 이동 판매를 더는 하지 않는다. 그뿐만 아니라 현재의 철도 체계는 과거와 비교가 되지 않는다. 철도망이 잘 구축돼 전국 어디로나 빠르고 쉽게 이동할 수 있다.
최근에는 철도 이용객을 더 설레게 만드는 소식이 전해졌다. 시속 1200㎞ 이상으로 달릴 수 있다는 차세대 초고속 육상 교통수단인 ‘하이퍼튜브’ 이야기다. 국토교통부는 최근 이 열차의 핵심인 자기부상 추진 기술 개발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하이퍼튜브는 진공에 가까운 아진공(0.001~0.01 기압) 튜브 속에서 자기 부상 기술로 열차를 띄운 뒤 열차와 선로 간의 전자기력을 이용, 초고속으로 이동시키는 미래형 교통 체계다.
하이퍼튜브가 운행되면 부산과 서울 간 이동에 16분 15초가 걸린다고 한다. 출발·도착 전후 속도를 낮춰야 하는 점을 고려해도 20분이면 목적지에 이른다. 비행기와 KTX 이동시간과 비교하면 3분의 1, 7분의 1 수준이다. 이 때문에 ‘꿈의 열차’라고도 불린다. 호사가들은 서울에 사는 직장인이 일을 마치고 부산으로 가 회식을 한 뒤 곧바로 돌아오거나, 부산에 살며 서울의 직장으로 출퇴근하기가 일상화되는 것 아니냐며 신기해한다.
물론 이 구상은 시작 단계여서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기술 개발이 완전히 끝나도 기존 철도망 대체 등이 필요하다. 또 이런 체계를 구축해야 할 필요성을 둘러싼 공감대도 형성돼야 한다. 반면 하이퍼튜브가 운영되면 지역 간 이동 시간이 대폭 줄어 국토균형 발전이 이뤄지고 인구 감소로 인한 지방 소멸 위기를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는 것 역시 사실이다. 우여곡절이 있을 터이나 어쨌든 국토부의 야심 찬 계획이 현실로 이루어지길 바란다. 부산에서 서울까지 20분에 갈 수 있다니, 누군들 타보고 싶지 않겠는가.
염창현 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