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수하기 정말 좋은 시기. DJ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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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국가별 상호관세를 반도체와 자동차 등 개별 수입품에 부과하는 품목별 관세와 동시에 추진하면서 관세 부과 대상에 대한 혼선이 일고 있다. 사진은 14일 서울 한 대형마트 가전제품 매장 모습. 연합뉴스 |
지난 9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주식시장 개장 무렵,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의 소셜 미디어 트루스에 올린 글이다. 지난 2일 상호관세 발표 후 뉴욕증시는 연일 휘청거렸다. 하지만 이날 오후 상호관세 90일 유예 방침이 나오면서 주가가 급등했다. 미 주식 저가매수를 고민하던 이들이 땅을 치고 후회할 만했다. 나스닥 종합지수는 전장 대비 12.16% 상승으로 장을 마감했다. 트럼프 대통령 장남이 53% 지분을 가진 DJT(트럼프 미디어 & 테크놀로지 그룹) 주가는 21.67% 치솟았다. 우리나라였으면 주가조작이라는 비난을 받을 만하다.
가상화폐 시장에서도 이해충돌 논란이 드세다. 트럼프 대통령이 공화당 대선 후보일 때 두 아들인 트럼프 주니어와 에릭은 가상자산 플랫폼을 출범시켰고, 트럼프 대통령 부부의 ‘밈 코인’을 판매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큰 돈을 벌었으나 가상화폐 신뢰도가 하락했다는 말이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 말 한마디에 세계 주식과 가상화폐 시장이 출렁인다. 그는 지난 2일 ‘해방의 날’이라며 86개국에 11~50%에 달하는 상호관세율을, 나머지 교역국에는 10% 기본관세를 부과했다. 미 정부가 관세 부과율을 발표하자 상호관세 산정법이 허술하다는 뒷말이 나왔다.
상호관세율 발표 이후 세계 각국은 분주해졌다. 미 행정부 관계자는 75개국 이상이 연락을 해 상호관세 인하 협상을 타진했다고 밝혔다. 46%라는 고율 관세가 부과된 베트남은 대미 관세를 0%로 낮추겠다고 미국 정부에 제안했고,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지난 7일 워싱턴을 찾아 협상에 나섰다. 25% 관세가 부과된 우리나라는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지난 8일 트럼프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하며 “협상하겠다”는 방침을 전했다.
그런데 미국은 상호관세 발효 13시간여 만에 관세 정책을 급선회했다. 중국에는 보복관세를 125%로 올리면서 중국을 제외한 국가에는 상호관세를 90일간 유예하고 10%의 기본관세만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중국이 유럽연합(EU) 등과 연대해 미국에 맞서지 못하도록 중국을 고립시키려는 전략이다. 미 증시 폭락에도 아랑곳하지 않던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9일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가 4.51%까지 오르자 상호관세 유예를 발표했다. 시장에서 국채 금리가 떨어져야 연방 정부가 지급하는 이자가 줄어든다. 국채 금리가 오르면 나라 빚을 줄이려는 트럼프 행정부 노력이 무용지물이 된다. 예측불가능한 트럼프 대통령 경제 정책으로 미국 신뢰도에 금이 갔다는 의미다.
관세 정책을 둘러싼 불확실성은 더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예는 없다”고 호언장담해 놓고 입장을 바꿨다.12일에는 스마트폰 노트북 반도체 제조장비 등을 상호관세 부과대상에서 제외한다는 소식이 나왔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13일 “반도체에 대한 품목별 관세가 머지않은 미래에 시행될 것”이라면서 “관세율은 다음 주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모호한 발언이 이어지면서 세계 경제 불확실성이 짙어지고 있다.
대통령 파면으로 국가 리더십이 부재한 우리로선 상호관세 유예로 시간을 벌어 다행이다. 하지만 한 권한대행이 어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과 일본, 인도와 같은 3개국과는 ‘즉각 협상을 진행하라’고 밑에 지시한 것 같다”고 밝히면서 긴장감이 더해지고 있다.
우리의 1·2위 수출 대상국인 미국과 중국의 관세전쟁이 치열해진 것도 걱정거리다. 중국은 미국에 관세율을 84%에서 125%로 올리겠다고 밝히는 등 전례 없는 고강도 대응에 나섰다. 트럼프 1기 때와 달라진 모양새다. 미중 관세전쟁이 ‘치킨게임’ 양상으로 흐르면서 한국이 유탄을 맞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은 세계 무역 갈등이 심화하면 올해 우리나라 성장률이 1.4%로 내려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부산 경제 타격은 자명하다. 부산상공회의소 조사 결과, 부산 수출기업 72%가량이 미 통상정책이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지만 뚜렷한 대책이 없다고 밝혔다. 특히 부산의 주력 업종인 자동차부품은 대미 수출량이 20%가 넘을 정도다. 자동차업계가 미국 공장 내 부품 생산을 늘린다면 부산 부품업체는 큰 위기를 겪게 된다.
전 세계가 상호관세가 유예된 3개월을 ‘협상 골든타임’으로 삼고 총력을 기울인다. 일본 최대 야당인 입헌민주당은 관세 전쟁을 국가적 위기 상황으로 판단, 집권 여당에 대한 정치 공세를 중단하기로 했다. 독일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우리 정치권에는 위기감이 없다. 아무리 6·3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다 해도 권력 싸움만 일삼는 정치권을 보면 국민이 불안할 수밖에 없다. 정부와 정치권, 기업이 힘을 모아 국익을 극대화할 치밀한 전략과 대응책을 당장 실행해야 할 것이다.
이은정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