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붓에서 나의 몸은 새들만큼이나 부지런해졌다. 떠오르는 태양을 숭배하듯 기다렸다. 하늘이 붉어지자 어디선가 깊고 그윽한 향냄새가 났다. 차낭사리를 든 여인이 신전을 향해 기도를 올리고 있었다. 보통의 발리여성들이 부지런히 준비하는 하루의 첫 기도다. 그녀는 무엇을 위해 기도하고 있을까?
우붓은 발리 응우라이 공항에서 1, 2시간 차를 타고 내륙으로 들어간다. 발리 문화의 중심지이자 발리어로 약초라는 뜻으로 이름 그대로 치유의 마을이다. 예로부터 치유사들이 많았고 요가는 심신을 단련해 병을 낫게 하는 방법 중 하나였다. 전 세계의 사람들이 발리에서도 우붓을 찾는 것은 이 때문이다. 자연과 영적 기운이 완벽하게 조화를 이룬 곳에서 육체적치유와 함께 영적치유를 경험한다. 나 역시 발리의 크고 작은 문들을 통과하면서 망가진 몸과 마음이 회복됐고 특별히 올해는 ‘네피데이(Nyepi Day)’를 보내기 위해 우붓으로 향했다. 내면의 가장 조용한 말을 듣기 위해서였다.
‘네피데이’는 발리 달력으로 새해가 되는 날이자 ‘침묵의 날(Silence Day)’이다. 모든 외부 활동이 금지되고 발리의 공항도 문을 닫는다. 내가 네피데이를 위해 우붓에 왔다고 하자 발리니스 리아가 말했다. “네피데이는 과거의 시간을 돌아보고 마음을 정화하는 날이에요. 자신의 집에서 조용히 이날의 고요를 온몸으로 느끼죠. 마법 같은 신비가 찾아와요.”
네피데이 당일 오전 6시부터 다음 날 오전 6시까지 발리섬에는 소음과 먼지, 그리고 사람의 그림자가 사라졌다. 하늘에서 쏟아진 빗물이 대지를 씻어내고 텅 빈 길을 따라 바람이 지나갔다. 마치 자연이 스스로 새로운 숨결을 불어넣는 것만 같았다. 이 날이 특별한 이유는 침묵이라는 멈춤을 통해 영적인 정화와 자기 성찰의 기회를 가진다는 점이다. 불을 사용하지 않고 밤에는 빛이 밖으로 새어나가지 않게 하며 집 안에서 최소한의 활동을 한다.
이러한 ‘침묵의 날’은 그냥 맞이하지 않는다. 한 달 전부터 청년들이 모여 자정이 넘는 시각까지 손으로 직접 악마의 형상을 만든다. 이것을 ‘오구오구(Ogoh Ogoh)’라 하는데 네피데이 전날 밤, 으스스하고 기괴한 악의 형상들이 밤하늘로 솟아올랐다. 어린 아이들부터 청년들까지 전 세대가 참여하는 이 의식은 인간이 세상과 신성 사이에서 어떻게 다리 역할을 하는지 보여주었다.
전통음악인 가믈란 연주와 사람들의 함성소리가 나쁜 영들이 갈 곳을 잃도록 진동했다. 자정이 될 때까지 뜨거운 열기가 이어졌고 사람들이 짊어지고 있던 악령의 형상을 불태웠다. 선과 악, 어둠과 빛, 창조와 소멸의 이원성을 모든 감각을 사용해 축제처럼 즐긴 뒤 각자의 몸의 사원으로 들어갔다. 그것은 순수한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이며 우리자신으로의 복귀였다. 우붓의 한 명상가가 이렇게 말했다. “누군가는 멈추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비로소 알게 되는 날일 수도 있습니다. 온전히 자신에게로 돌아가본 적이 없기 때문이죠. 침묵에 대해 강한 저항과 불편함을 느낀다면 호기심을 가져보세요. 감각 하나하나 불안한 생각을 하기보다 경이로움으로 받아들여보세요.”
발리섬이 고요해지자 진정한 기도는 깊은 침묵에 빠지는 것이라고 한 오쇼의 말이 생각났다. 그리고 신은 모든 곳에 있으며 깊은 감사와 환희, 사랑을 담아 기도할 뿐이라는 것을 목격했다. 꽃으로 축복하는 차낭사리 의식은 멈추지 않고 계속 이어졌기 때문이다. 불을 사용하지 않는 날이므로 향을 피우지 않을 뿐이었다. 침묵 가운데 피어나는 등불 같은 꽃 앞에서 한참을 서 있으니 그저 내가 되어서 오래 오래 사랑하고 싶었다.
당신의 내면을 밝혀주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과 함께 자연의 순수한 에너지에 몸을 맡기고 침묵의 소리를 들어보자. 피고지는 봄꽃들 틈에서 눈을 감아보아도 좋겠다. 잠시라도 온전히 내면에 집중할 때 지구에 단단히 뿌리를 내린 식물들처럼 멀리 가지 않고도 뻗어나가는 법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하루 동안의 멈춤을 통해 보통의 날이 더욱 근사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