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합격자 수는 오랫동안 명문고를 평가하는 기준이었다. 그러다 보니 고교들은 서울대 합격자 수를 늘리기 위해 사력을 다했다. 서울대 정시 일반 신입생(2024년 기준) 중 수도권 출신은 930명으로 모집인원(1169명)의 78.2%에 달했다. 서울대 합격자를 배출하지 못하는 비수도권 고교가 수두룩하다. 전문가들은 정시 확대와 재수 열풍이 수도권 집중과 사교육 쏠림을 불러왔다고 지적한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입시 경쟁 과열로 인한 사회문제와 대응 방안’ 보고서에서 소득계층과 거주지역에 따른 사교육비 부담 능력 차이가 대학 진학률 격차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교육 환경이 우수한 지역에 거주하려는 수요 증가가 수도권 인구 집중과 주택가격 상승을 유발한다는 의미다. 주요 대학 진학생의 서울 쏠림을 해결하지 못하면 지방소멸을 막을 수 없다는 절박함이 담겼다. 한국은행은 상위권 대학의 지역별 비례선발제를 대책으로 제안했다. 다소 파격적인 제안이나 수도권 집중 현상을 바꿀 단초가 될 만하다. 지난해 2월 서울대 학부 졸업자 중 지역균형전형 출신 학생의 학점이 모든 계열에서 평균보다 높았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대학 서열화가 사회 발전을 저해한다는 문제의식은 과거부터 있었다. 1996년 전북대 강준만 교수가 ‘서울대의 나라’란 책을 통해 서울대 패권주의가 나라를 망친다고 꼬집었다. 이후 2004년 노무현 정부에선 ‘서울대 폐지론’을 공론화했다. 2012년 당시 야당이었던 통합민주당은 서울대를 없애는 대신 모든 국립대를 연합체제로 묶어 지역 캠퍼스별로 운영하자고 했다. 물론 이를 반대하는 의견도 많았다. 서울대가 우수한 인재를 확보해 독점적 지위를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서울대 교수회가 지방 거점 국립대와 공동 학위제 운영을 포함한 교육개혁안을 지난 14일 발표했다. 지방 거점 국립대가 서울대와 지도 교수, 전공 수업 등을 공유하며 학생들이 ‘공동 졸업장’을 받도록 하자는 것이다. 지난해 국립경상대가 서울대와 우주항공 분야에서 이를 추진했으나 성사되지 못했다. 서울대 학생들이 공정성 문제를 제기하며 반대했기 때문이다.
서울대와 공동학위제가 도입된다면 인구 감소로 위기를 겪는 지방 국립대 경쟁력 향상을 꾀할 수 있다. 그동안 비슷한 제안이 여러 차례 나왔으나 현실화하지 못했다. 이번엔 이해 당사자인 서울대 교수회가 제안한 만큼 제대로 실행되길 기대해본다.
이은정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