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부터 이어진 최악의 산불로 애써 가꾼 산림이 잿더미로 변하고 국민도 막대한 인명·재산상 피해를 입었다. 영남권을 중심으로 한 전국적인 피해만 해도 산림 9만 ㏊가 소실되고, 주택 4000여 동이 사라지는가 하면, 사망자가 31명이 나오는 등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지리산권으로 산청에서 발화돼 하동으로 넘어간 산불로 인한 산림 피해도 3300여 ㏊에 달한다. 창녕에서 온 공직자와 소방대원 4명이 산청에서 산불 진화를 하다 화마로 목숨을 잃는 안타까운 일도 있었다. 창녕에 분향소가 마련되고 뜻 있는 사람들이 슬픔에 잠긴 유족들을 위로했다.
문제는 최악의 산불이 계속 기록을 경신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산불이 커진 것은 지구온난화와 무관치 않다는 시각이 대체적이다. 여름이 길어지고 기온이 3월부터 초여름처럼 올라가면서 나무와 숲이 말라 작은 불씨가 막대한 산불피해로 이어지기 좋은 환경이 되고 있다.
1967년 정부차원에서 산림청이 발족되고 그간 이어진 산림녹화정책은 성공사례로 회자된다. 녹화에 성공했지만 산림이 한순간에 잿더미로 변하고 인명피해까지 이어지니 성공한 정책을 지켜내는 일도 그 만큼 어려워진 셈이다.
기자는 지난달 김해 최대 산불 현장을 목도했다. 지난달 22일 한림면 야산에서 발생한 불은 한림면 70여㏊를 태우고 4일만에 진화됐다. 산불을 현장에서 취재하면서 산불의 무서움을 절감할 수 있었다. 헬기 6~8대가 동시에 주변 저수지에서 물을 퍼와 뿌리기를 반복했지만 야간 작업이 불가능한 헬기가 오후 6시30분 떠난 뒤 다시 불이 되살아나기를 반복했다. 이제는 헬기만으로 불을 쉽게 끌 수 있는 시대가 지났다는 현실을 지켜봤다.
김해시 산림당국과 소방서 관계자들은 낙엽층이 수십m 쌓이고 다져지면서 이 층이 숯 역할을 하기 때문에 잔불이 되살아나는 원인이 된다고 분석했다. 산불 피해가 연례행사처럼 될 가능성이 높기에 정부나 산불 진화당국도 대책을 서두를 수밖에 없다.
산불 진화당시 투입된 헬기도 급수 용량을 높이고 노후한 헬기는 교체가 시급하다.
김해 현장에도 수많은 헬기가 투입됐는데, 한번에 200ℓ를 급수 할 수 있는 적은 헬기부터 4000ℓ를 급수하는 대형까지 천차만별이었다.
경남 지자체들은 헬기를 임차해 쓰는데, 앞으로 급수 용량이 큰 대형헬기 임차가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산불을 끌 수 있는 ‘골든타임’을 사수하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필요한 조치다. 물론, 많은 예산이 들겠지만 이는 산림청 차원에서 보전해야 할 것이다.
전문가들은 임도 개설의 중요성도 빼놓지 않는다. 잔불정리 때 소방대원이 산의 임도를 따라 산 중턱까지 올라가 물을 뿌리는 살수차를 동원한다.
김해시도 이번에 살수차 5대를 화재 현장 임도에 배치하고 호스를 대원들이 끌고 정상으로 올라가 잔불 정리를 했다. 하지만 살수차가 드나들 수 있는 임도가 부족하다. 김해는 임도가 26개 노선, 100㎞에 불과하다.
임도를 낼 경우 산주가 보상비를 요구하는 사례가 많아 쉽지 않다고 지자체는 호소한다. 이제부터라도 산림청과 지자체는 산불 위험이 큰 곳을 중심으로 중장기적으로 임도를 개설하는 계획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현재 김해시를 비롯한 지자체들은 재선충 차단을 위해 소나무를 베어내고 병해충에 강한 편백과 참나무를 심는 수종갱신을 진행중이다. 전문가들은 소나무가 몸체의 송진 성분 때문에 산불에 취약해 큰 피해를 낸다고 지적한다. 실제 김해시 산림당국이 최근 화마가 지나간 한림면 산불 현장을 둘러보니 불에 그을린 소나무는 고사했지만 참나무 등 활엽수는 비록 검게 그을리고도 새순이 돋아나고 있었다.
세계에서 유례 없는 산림녹화정책을 성공시킨 자부심도 중요하지만 소중한 산림이 불타고 인명과 재산피해를 내는 산불 방지 방안이 거국적으로 마련돼야 하는 시점이다.
박동필 사회부 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