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선종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장례미사가 오는 26일 오전 10시(한국시간 오후 5시) 바티칸 성베드로광장서 엄수된다. 14억 가톨릭 신자의 애도가 이어지고 있다. 부산에서는 남천성당과 중앙성당 등에 분향소가 설치됐다. 미국과 프랑스 대통령 등 국가원수들이 대거 미사에 참석할 예정이다. 교황명에서 알 수 있듯이 그는 빈자를 위한 성직자가 되려고 했다. 평생 낮은 자세로 약자와 빈자들을 대변하려고 애썼다. 경청·연민·포용의 리더십을 발휘했다. 평소 생각과 유언에 따라 장례는 간소하게 치러진다. 대부분의 교황이 영면한 성베드로대성당이 아닌 바티칸 교외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전에 안장된다. 끝까지 검소함과 탈권위를 실천했다. 한국 지도자들이 본받아야 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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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2일 부산 사하구 아미성당 건물 외벽에 프란치스코 교황의 사진이 걸려 있다. 국제신문DB |
교황이 남긴 마지막 메시지는 이스라엘-하마스 종전이다. 선종 하루 전 부활절 강론에서 “가자지구 상황이 개탄스럽다”면서 “전쟁 당사자들에게 휴전을 촉구하고 인질을 석방해 평화를 열망하는 이를 도와줄 것을 호소한다”는 말을 남겼다. 그는 분쟁이 있는 곳이면 달려갔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두고 “백기를 들고 협상할 용기가 있는 사람이 가장 강한 사람이라고 믿는다”고 발언했다. 논란을 낳았지만 끊임없이 평화 목소리를 냈다. 로힝야족 추방으로 ‘인종 청소’ 논란이 불거진 미얀마를 찾아 인권를 강조했다. 가톨릭 역사상 처음으로 2021년 이라크 땅을 밟아 무장테러 희생자를 위로했다. 주변에서 테러와 정치적 이용을 우려하자 “인간 고통 앞에서 중립을 지킬 수는 없다”는 명언을 남겼다.
한국 애정이 각별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취임 후 세 번째 방문국으로 한국을 선택했다. 2014년 8월 세월호 참사 유족을 만나 눈을 맞추고 손을 잡았다. 고(故) 이승현 군의 아버지 이호진 씨에게 세례도 했다. 유족에게서 받은 노란리본을 방한 기간 내내 가슴에 달았다. 명동성당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쌍용차 해고 노동자, 용산 참사 피해자 등과 함께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를 집전했다. 2027년 서울에서 열리는 세계청년대회에 참석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지키지 못하게 됐다.
가톨릭 개혁에도 힘썼다. 교세가 강하지 않은 아시아 지역에도 추기경을 임명했다. 한국인 최초로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이 된 유흥식 추기경이 이런 인사 정책으로 발탁된 사례다. 그는 차기 교황 후보로 거론된다. 교황은 동성애를 인정하진 않았지만 전임자와 다른 태도를 보였다. 부모에게 동성애 자녀를 비난하지 말라고 했고, 사제의 동성 커플 결혼 축복을 허용했다. 교황청 고위직에 여성을 잇따라 임명했다. 하지만 여성 서품은 허용하지 않았다. 낙태는 생명을 경시하는 것이라며 강하게 반대했다. 그래서 여성과 동성애자들에게서 민감한 과제를 논의하는 척만 했지 실제로는 아무것도 바꾸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그는 천국으로 갔지만 평화를 바라고 약자를 보듬는 정신은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