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 대한민국 수도로 자리매김한 것은 백제 시대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백제가 현재 서울 송파구 일대를 도읍지로 삼았던 것은 북방 진출 전략 때문이었다. 한성백제 수도였던 송파구 몽촌토성 일대는 한강 남쪽이고 백제는 이곳을 근거로 북방 진출을 도모했다.
통일신라를 거쳐 고려가 들어서면서 개경(개성)을 중심으로 활발한 해상 무역을 펼친다. 고구려 후예를 자처한 고려가 평양이 아니라 개경을 수도로 정한 것은 신라와 백제 영토였던 남부 지방을 통치하면서도 당시 세계의 중심인 중국, 해양 세력과의 연결성을 강화하려는 뜻으로 받아들여진다. 고려를 대체한 조선왕조가 들어서자, 조선은 수도를 개경 인근 한양(서울)으로 옮긴다. 중국과의 교류, 즉 사대 정책을 위한 유리한 위치가 한양이었다.
남북 분단이 고착하면서 섬처럼 고립된 대한민국은 해상 진출의 전략적 필요성이 높아졌다. 그 일환으로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이 1996년 5월 31일 부산항 신선대부두에서 열린 제1회 바다의 날 행사에서 해양수산부 설립을 선포한다. 해양 강국 전략을 전담할 정부 부처다.
그러나 수도 서울은 태평양, 인도양으로 진출하기 어려워 별도의 해양·수산 중심지를 만들자는 요청이 부상한다. 바로 해수부 청사 이전 논의다. 해양 중심지 전략을 위한 수단이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때부터 비롯됐다. 미국 일본 러시아 중국과의 지정학적 요충지 부산을 그 근거지로 활용하자는 것. 특히 북극항로가 열릴 것에 대비하려면 전략적 사고가 더욱 필요한 시점이 됐다. 북극항로 중심지를 서울과 그 주변 도시로 삼을 것인지 아니면 부산으로 할 것인지는 냉철하게 국가가 판단해야 한다.
‘해수부 청사를 부산으로 옮기겠다’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 공약은 해양 강국을 지향하는 전략적 틀에서 추진돼야 한다. 미·중 대결 구도 속에서 한국이 균형점을 찾고 해양과 대륙의 결절지 부산에서 국가 해양 전략을 구사하겠다는 뜻이어야 한다.
최근 민주당 일각에서 ‘산업은행을 부산에 줄테니 해수부 청사는 인천에 가야 한다’는 논의가 나왔다. 해양 강국 비전은 사라지고 청사 위치 논란만 커져 지역 갈등을 유발시킬 위험이 높은 발언이다. 강력한 대선 주자인 이재명 후보가 나서서 해양 강국 전략에 따른 해수부 청사 이전론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 ‘부산에서 요구하니까 청사를 주겠다’는 생각에서 나온 공약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는 게 가장 중요하다.
정옥재 서울경제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