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공 이후에도 주인을 찾지 못해 악성으로 분류되는 부산의 ‘준공 후 미분양 주택’ 수가 관련 통계가 나온 이래 가장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올해 3월 기준 2438가구로 2월(2261가구)보다 한 달새 8%가량 늘었고 역대 최대였던 지난 1월(2268가구) 수치를 두 달 만에 가뿐히 넘어섰다. 부산의 전국 순위는 대구(3252가구) 경남(3026가구) 경북(2715가구)에 이어 네 번째다.
내수 침체가 길어지면서 서울·수도권과 지방 간 건설·부동산 경기 격차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최근 서울 아파트값은 전주 대비 0.08% 오르며 12주 연속 상승세를 보인다. 특히 강남 3구 중에서도 서초·송파구는 0.18% 오르며 독보적인 존재감을 나타냈다. 그러나 지방 건설·부동산 시장은 찬바람이 쌩쌩 분 지 오래다. 올해 아파트값이 하락한 곳은 대구 광주 세종에 이어 부산이다. 4월 셋째주 기준 부산의 아파트값은 전주 대비 0.04% 하락했으며 2022년 6월 이후 3년 가까이 한 번의 오름도 없이 주구장창 떨어지고만 있다. 코로나 팬데믹 때 비정상적으로 올랐던 집값이 제자리를 찾는다고 하기에는 거래 및 신규 분양 실적이 정상적이지 않다. 집값이 떨어지면 매수자가 나서고 매매가 일어나야 하지만 지금은 모두 관망할 뿐이다. 다른 집으로 이사가고 싶어도 현재 집이 팔리지 않으니 움직일 수 없다.
그렇다고 신축 아파트에 수요자가 몰리는 것도 아니다. 국내 한 시중은행이 부동산 청약홈 데이터를 재가공해 분석한 결과 지난해부터 올 1분기까지 전국 분양 단지 308곳 중 지방에 공급된 단지는 165곳(53.6%)으로 수도권(143곳·46.4%)보다 많았다. 하지만 평균 청약경쟁률은 지방이 7.0대 1로 수도권(71.4대 1)의 10분 1에 그쳤다. 지방 분양단지는 고스란히 미분양으로 쌓인다. 준공 후에도 아파트가 미분양으로 남아있으면 공사대금을 회수하지 못한 지역 건설사는 ‘돈맥경화’를 앓게 되고 결국 유동성 부족으로 부도를 맞는 상황이 지난해부터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건설업계에서는 이런 비정상적인 분양 상황이 이어지면 오는 2027년께 결국 아파트 공급 부족상황이 벌어지며 악순환이 고착화할 것을 우려한다. 특히 정부가 지난달 지방 미분양 주택 매입, 지역별 대규모 개발사업 조기 시행 등 대책을 내놨지만 한 달이 넘도록 지방 시장은 미동도 하지 않고 있다.
이는 지방 건설·부동산 경기 침체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인구 감소와 주요 산업 부재, 지역 경제 붕괴 등 복합적인 요인으로 인한 구조적인 문제에 기인한다. 이제까지 해 온 단순한 대책만으로는 지방 시장을 살릴 수 없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이제는 정말 수도권과 지방을 분리해 맞춤형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분양 문제 해소 및 주택 거래 활성화를 위해서는 세제 및 대출 규제 완화가 절실하다. 취득세 중과 등 세제 및 대출 규제는 투자 수요는 물론 실수요자마저 옴짝달싹 하지 못하게 만들어버렸다. 지방의 경제적 여건은 수도권과 판이하게 다르다. 서울 집값 상승 문제 때문에 전국을 똑같이 묶어버리면 경제 체력이 약한 지방은 죽을 수 밖에 없다. 당장 오는 7월부터 더욱 강력한 대출 규제인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3단계가 전국적으로 시행될 예정이다. 지역별 특성을 반영한 차별화된 정책이 시급한 이유다.
건설 및 부동산 경기가 주요 산업이 약한 지방에 미치는 경제적 효과는 엄청나다. 오죽하면 각종 경제지표에서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는 부산시와 대구시가 정부의 부동산 대책에 공동 대응하자며 손을 잡았겠는가. 두 지자체는 비수도권 세금 감면과 대출 규제 완화 등을 정부에 지속적으로 건의하는 동시에 자체적인 시장 회복 방안을 찾기로 했다.
오는 6월 3일 제21대 대통령 선거가 이제 한 달 여 앞으로 다가왔다. 지금이야말로 파격적인 지역별 맞춤형 건설·부동산 정책 공약 및 실행으로 지방 경제에 활기를 북돋우고 더 나아가 지방을 살릴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지방의 곡소리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
조민희 경제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