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북서태평양 지역 첫 태풍인 ‘우딥’이 지난 11일 베트남 다낭 동쪽 580㎞ 해상에서 발생했다. 올해는 태풍 통계를 내기 시작한 1951년 이후 역대 다섯 번째로 첫 태풍이 늦게 발생한 해다. 6월에 첫 태풍이 발생한 것은 2016년 이후 9년 만이다. 지난해에는 5월 25일 제1호 태풍 ‘에위니아’를 시작으로 평균 발생 건수와 크게 차이 나지 않는 총 26개 태풍이 발생했다. 2023년에는 올해보다 두 달 가까이 이른 4월 20일에 제1호 태풍 ‘상우’가 발생했는데 이 해는 이례적으로 적은 17개 태풍이 발생해 역대 태풍 발생이 적었던 3위 기록인 1969년의 19개를 2개 차이로 경신했다.
마카오가 제출한 이름으로 광둥어로 나비를 뜻하는 우딥은 중국 남부에 상륙해 북동진하다가 차차 소멸해 우리나라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 하지만 해마다 어김없이 태풍의 영향을 받는 우리나라로서는 첫 태풍 발생 소식에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태풍은 조상에게도 큰 관심사였다. 조선왕조실록 고종실록 2권을 보면 고종 2년(1865년) 7월 21일 우리나라를 덮친 ‘풍우’에 관한 기록이 나온다. 이 중 가장 이른 8월 16일 기록에는 ‘경상 감사 이삼현이 비바람에 손실을 입은 정황을 보고하니, 전라·경상도에 위유사를 파견하다’란 제목으로 경상 감사가 ‘창원 김해 하동 사천 기장 등지에서 피해를 본 주택이 2040호, 수재를 당해 죽은 사람이 257명, 배가 깨지거나 상한 것이 265척, 염전이 무너진 곳이 85처’라고 적었다. 당시 태풍의 위력을 짐작할 수 있다. 이후 보고에서는 피해 규모가 더 늘어난다.
부산에는 2003년 태풍 ‘매미’의 기억이 아직 뚜렷하다. 매미를 비롯해 부산에 미친 태풍의 영향력을 눈으로 체감할 수 있는 곳이 수영구 민락수변공원이다. 수변공원에 보이는 바위는 태풍 내습 때 수중에 있던 바위가 파도에 휩쓸려 뭍으로 올라온 것이다. 무게 1t을 넘는 바위도 태풍의 위력 앞에는 공깃돌처럼 떠밀려 다닌 걸 보여준다. 강한 태풍이 내습할 때마다 있던 바위가 사라지고 새로운 바위가 떠밀려 올라왔다. 수영구가 이 가운데 일부를 ‘매미 바위’ ‘차바 바위’ ‘콩레이 바위’ 등으로 이름 붙이고 태풍의 위력을 보여주는 증거로 보존했는데 이마저도 2022년 9월 ‘힌남노’ 때 가장 큰 매미 바위 1개만 남기고 모두 사라져 새로운 바위들이 자리를 차지했다. 올해는 큰 태풍 피해를 보지 않고 민락수변공원 바위도 자리 변동이 없기를 기원해 본다.
이진규 편집국 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