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회 ‘크립토 위크’(Crypto Week·가상화폐 주간)에 세계가 주목한다. 미 하원은 이번 주 스테이블코인 규제 법안(GENIUS Act)을 비롯해 CLARITY 법안(디지털 자산 감독 기관 규정),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발행 금지 법안 등 디지털 자산 미래를 좌우할 3개 법안을 다룬다. 앞서 미 하원 프렌치 힐 금융서비스위원장이 ‘크립토 위크’라고 이름 붙인 이유다. 가상화폐 대장주인 비트코인 개당 가격이 12만달러(한화 1억6550만여 원)를 처음 웃돈 배경이기도 하다.

이 가운데 스테이블코인 규제 법안 하원 통과 여부는 초미의 관심사다. 지난달 미 상원에서 공화당과 민주당 의원이 당을 떠나 찬성표를 던지며 통과됐다. 올해 들어 이민 단속 법안에 이어 두 번째로 초당적 합의가 이뤄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원에서 가결되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하면 정식 발효된다. 스테이블코인 발행 요건을 담은 첫 연방법이 되는 것이다. 스테이블코인은 가격변동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달러화 등 기존 화폐에 고정 가치로 연동해 발행되는 가상화폐다.

이는 ‘가상화폐 대통령’ 트럼프의 가상화폐 육성 정책에 힘입은 바 크다.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으로 디지털경제시장 기축통화 지위 유지, 미 국채 수요 유지로 재정적자 완화 등 트럼프의 노림수는 여러가지다. 게다가 이해충돌 우려에도 불구하고 가상화폐 사업으로 짭짤한 수익을 올리는 그다.

국제 결제·송금·대출 등 다양한 금융 서비스에서 스테이블코인 활용 가능성이 커지며 우리나라에서도 관심이 높다.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내세웠던 사안이다. 이를 통해 통화주권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한 이가 대통령실 정책실장이고, 더불어민주당이 관련 법안 입법을 주도한다.

걱정은 사고라도 난다면 화폐 신뢰도가 무너질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은 앞서 CBDC 실험인 ‘프로젝트 한강’ 2차 테스트를 중단했다. 지난 4월부터 부산은행을 비롯해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농협 기업 등 7개 은행과 진행한 프로젝트다. 스테이블코인 가시화에 실효성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둘의 가장 큰 차이는 CBDC가 법적 통화 지위를 가지는 반면 스테이블코인은 민간업자가 발행 유통한다는 것. 한국은행이 독점하는 화폐 발행권이 허물어진다는 이야기다. 스테이블코인 속도는 조절하며 안전판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그래서 나온다.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K-스테이블코인 앞날이 만만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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