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대학교 무지개문은 한국 근현대 건축의 거장인 김중업이 설계한 국가등록문화유산이다. 1957년 4월 20일 부산대 개교 10주년을 기념해 학교 정문으로 준공했다. 높이 12.3m 폭 15.8m 크기의 독창적 흰색 아치다. 해와 달이 상승하듯 창공을 향해 솟구치는 모습은 원만(圓滿)과 자비(慈悲)를 상징하는 사랑의 정신을 표현한다. 지금은 구정문으로 불리는 무지개문엔 이런 깊은 뜻이 담겼다.
무지개문을 대나무 숲이 더 돋보이게 한다. 이 문 양 옆 대나무 숲은 멀리 금정산과 어우러지며 아취를 더한다. 그런데 무지개문과 세월을 쌓아오던 이 숲 한쪽이 변했다. 대나무 숲이 조성된 이후 처음으로 지난 5월 꽃이 피더니 이웃한 아파트 쪽 대나무 숲이 누렇게 변했다. 꽃을 피우고 고사한 것이다. 그 반대편 여전히 푸른 대나무 숲과 비교해 더 두드러진다. 학교 측은 최대한 새싹이 나기를 기다리고, 여의치 않으면 인근 대나무를 이식하겠다는 생각이다.
대나무는 벼과 식물이다. 꽃이 피고 열매를 맺고 말라 죽는 여느 벼과 식물처럼 대나무도 개화 결실 고사의 순환 법칙을 따른다. 멀쩡하던 숲이 갑자기 황폐해지니 개화가 곧 병으로 인식된다. 숲 전체가 뿌리로 연결된 경우가 많아 그렇다. 이른바 개화병, 고사병이다. 1237년 중국 원나라 때 만들어진 농서 ‘농상집요’에 고사병이 나온다. 조선 초기 문장가이자 화가 강희맹이 쓴 것으로 알려진 ‘사시찬요초’엔 대책까지 다뤘다. 일본에선 1965년 아오모리현 대나무 재배면적의 50%가 피해를 입었다고 한다.
꽃이 피는 주기가 워낙 길어 상서로운 징조가 아니냐는 사람의 바람이 깃든다. 대나무 꽃 개화 주기는 보통 60~120년으로 알려졌다. ‘100년에 한 번 꽃이 핀다’는 속설이 그래서 나온다. ‘대나무가 자색꽃을 피운 뒤 보리 같은 열매를 맺었다. 그 껍질이 푸르고 속은 희며 맛은 달았다’. 이런 옛 서적의 묘사가 아니더라도 쉽게 보기 어려운만큼 관심이 쏠리는 건 당연하다. ‘매란국죽’, 매화 난초 국화와 함께 사군자로 귀하게 대접하는 대나무다. 특히 우리에게 대나무는 효와 충의 상징이었다. 귀한 꽃과 함께 이뤄지는 절멸. 이를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사시사철 언제나 푸를 것 같은 대나무다. 그 대나무도 끊임없이 변한다. 자연 앞에 겸손해야 함을 다시 깨닫는다.
부산 해운대수목원에서도 대나무 꽃이 피면서 대나무 숲 고사 현상이 발생했다. 3500그루 중 150그루에 그쳐 그나마 다행이다. 그러고 보니 대나무 꽃 이야기가 잦다.
정상도 논설주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