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11일 임시국무회의를 열어 광복절 특별사면 대상자를 확정했다.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와 홍문종·정찬민·하영제 전 의원 등 6명은 잔형 집행이 면제되고 복권됐다. 윤미향·최강욱 전 의원과 조희연 전 서울시교육감, 조 전 대표 부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 등 8명은 형 선고 실효 및 복권됐다. 윤건영 의원과 심학봉·송광호 전 의원,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 노환중 전 부산의료원장 등 13명은 복권 대상자다. 첫 사면에서 이례적으로 정치인과 주요 공직자 26명이 혜택을 입었다. 범여권 인사가 야권 인사보다 훨씬 많았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국민 통합이라는 시대 요구에 부응하고 극심한 분열과 갈등을 넘어 새 대한민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여야 정치인 등을 대폭 사면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를 두고 사면권 남용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임시 국무회의에서 의안 심의에 앞서 자료를 살피고 있다. 연합뉴스

역대 대통령이 첫 특별사면에서 정치인을 넣지 않은 것은 법치주의와 삼권 분립 정신을 존중하기 때문이다. 첫 사면만큼은 국민 통합과 민생 안정을 위한다는 본래 취지에 맞추려 했다. ‘그들만의 잔치’라는 소리를 처음부터 듣기 싫었다고 봐야 한다. 하지만 국민주권정부는 아랑곳하지 않고 여야 정치인들에게 선물을 줬다. 문민정부 이후 문재인 정부에서 유일하게 첫 사면에서 정치인 한 명을 복권시켰다. 당시 여론의 뜨거운 질타를 받았다. 현 정부가 이를 모를 리 없다. 나름 고민이 있었을 것이다. 조 전 대표를 사면하는 마당에 누군 넣고 누군 뺀다는 게 쉽지 않았을 테다. 차라리 대거 사면하는 게 낫다는 판단이 작용한 듯하다.

정치권 반응은 엇갈렸다. 대통령실은 “종교계, 시민단체, 여야 정치권 의견을 종합해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조국혁신당은 “오늘 민주주의 회복은 국민 여러분이 있어 가능했다”고 환영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정치검찰 피해자의 명예 회복은 당연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국민의힘은 “무너진 정의와 오늘의 치욕은 이재명 정권의 낙인으로 남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독일은 지난 60년간 사면이 4회 정도에 그쳤다. 특별한 사례가 아니면 사면권을 자제한다. 프랑스는 부정부패 공직자와 테러범 등 국가와 사회의 기본가치를 침해한 범법자들에게 사면을 원칙적으로 금한다. 핀란드는 대법원장 자문을 구한 뒤 사면해야 한다는 조항을 법률에 넣어 자의적 사면에 제동을 거는 편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특별사면이 자주 있고 그 대상자도 많다. 헌법에 보장된 대통령 권한이라고 하지만 남용되는 측면이 있다. 법 오류 때문에 부당하게 불이익을 받을 때에만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게 사면 정신에 맞다. 사면권 남용을 막기 위해 2007년 법무부에 사면심사위를 두었지만 형식적 운영에 그친다. 이번 특사를 계기로 사면 배제 조항을 만들고, 최소한 형기를 마친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사면법 개정이 필요해졌다. 사면 확정에 앞서 대법원장 의견을 듣도록 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