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 K-컬처, 인공지능(AI). 비전이 명확하다. 국립한국해양대학교 경성대학교 부산외국어대학교가 5년 지원비 1000억 원인 교육부 ‘글로컬대학30’ 최종 선정을 앞두고 완성한 키워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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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외국어대학교 장순흥 총장(왼쪽 다섯 번째)이 지난 5일 부산 해운대구 센텀시티 ‘부산외대 AI융합연구캠퍼스’ 개원식에서 울산과학기술원 등 관계자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이 캠퍼스는 ‘글로컬대학30’ 최종 선정은 물론 인공지능 시대에 걸맞는 대학 발전을 위한 주요 거점 시설 가운데 하나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부산외대 제공 |
세 대학총장 전화 인터뷰 목소리엔 자신감과 절박함이 얽힌 기대감이 담겼다.
“해양강국 대한민국은 결국 해양 인력이 만듭니다. 한국해양대는 목포해양대와 통합하는 ‘1국1해양대’로 해양수도 글로벌해양도시 북극항로 중심지 부산을 실현하는 인재 양성 요람, 해양력 분출지로 거듭날 것입니다.”(류동근 해양대 총장)
“K-컬처는 세계적으로 초거대 산업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경성대는 문화융합 단과대 K-메가대학, 수익 창출 창구 K-메가홀딩스, 협의체 K-메가얼라이언스 3중 구조(교육+유통+방향 설정)로 부산을 K-컬처 축으로 만들겠습니다.”(이종근 경성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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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립한국해양대학교 류동근 총장이 지난달 25일 부산 벡스코에서 국립목포해양대학교 부산시 전라남도와 ‘글로컬대학30’ 최정 선정을 위한 공동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류 총장, 박형준 부산시장, 김영록 전남도지사, 한원희 목포해양대 총장. 부산시 제공 |
“AI시대 핵심은 데이터이고, 데이터는 곧 언어입니다. 부산외대는 세계 50개국 이상 언어를 기반으로 언어·문화·산업 데이터를 집적하고, AI를 활용해 4차 산업시대를 이끄는 생태계를 조성하겠습니다.”(장순흥 부산외대 총장)
‘글로컬대학30’ 사업은 2023년과 2024년 각 10개씩 20개 대학 모델을 지정하고 올해 10개를 마지막으로 뽑는다. 부산대학교와 부산교육대학교, 동아대학교와 동서대학교가 이미 허들을 넘었다. 11일은 세 대학이 글로컬대학으로 지정될 경우 이행할 A4 용지 150쪽 분량 세부 실행계획서 제출 마감일이다. 앞서 세 총장 인터뷰는 출사표인 셈이다. 교육부는 총장단 대면 평가 등을 거쳐 9월 중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국가-지역-대학의 세계적 경쟁력 동반 상승이 ‘글로컬대학30’ 목표다. 대학 혁신이 지역과 단단히 결합해 세계와 어깨를 겨루게하자는 취지다. 배경엔 갈수록 쪼그라드는 우리나라 대학의 국제 경쟁력과 갈수록 기승을 부리는 수도권 일극체제가 깔렸다.
인구와 산업구조 급변 속 대학은 위기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이 지난 6월 발표한 ‘2025 국가 경쟁력 평가’가 대표적인 예다. 우리나라는 69개국 중 27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보다 7단계 떨어졌다. 경제 성과, 정부효율성, 기업 효율성, 인프라 등 4대 분야 20개 부문별 순위에서 교육은 27위로 8단계 하락했다. 더 고약한 건 대학 교육이다. 지난해 46위에서 올해 58위로 바닥권이다. 낮은 대학 경쟁력이 국가 경쟁력을 갉아먹은 모양새다. 스스로 변하지 않으면 안 될 임계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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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성대학교 이종근 총장(왼쪽)이 지난달 30일 부산시티호텔에서 열린 ‘글로컬대학 비전 및 혁신전략 보고회’에 참석해 박형준 부산시장과 ‘글로컬대학30’ 업무협약서를 들어보이고 있다. 부산시 제공 |
수도권 일극체제는 두말 할 나위 없다. 교육 직업 거주 문화가 선순환을 이뤄 수도권이 아니더라도 젊은 세대가 ‘직주락(職住樂)’을 영위할 수 있는 인프라를 만들지 못하면 대한민국 미래는 없다. 종잣돈 3조 원으로 비수도권 대학만 대상으로 이 사업을 진행하는 이유다. 한 푼이라도 알뜰하게 쓰되 한 푼도 깎아선 안 될 소중한 재원이다. 그래서 지역(Local)을 넘어 세계(Global)를 지향하는 혁신 동력을 만들자는 이름을 붙였다.
그만큼 대학들의 경쟁이 치열했다. 2023년 108개교 중 10개, 지난해 109개교 중 10개 모델이 지정됐다. 이 과정에서 대구 경북 지역 대학들이 선전했다. 교육부가 제시한 사업 취지와 평가 항목에서 눈에 띄는 건 지자체 및 산업계와의 연계다. 부산시는 지자체와 산업계 학계를 아우르는 지·산·학 협력의 시발점이다. 지자체가 대학 지원을 주도하는 라이즈 사업과 함께 ‘글로컬대학30’의 불씨를 지폈다. 글로컬대학 지원을 이끄는 부산시 이준승 행정부시장은 “세 대학은 해양수도, 영화창의도시, 글로벌허브도시라는 부산시 지향점을 뒷받침하며 자체 혁신과 지역 연계를 꾀한다”며 “부산시 신산업 및 전략산업 접점 찾기와 산학협력 구축 등 가능한 모든 지원 방안을 고려했다”고 말했다. 이들 세 대학이 최종 선정될 경우 5년간 정부 지원금의 10%인 최대 100억 원을 현금 지원하는 파격 조건을 내걸며 힘을 보탰다. 막판 든든한 지원 사격이라 하겠다.
그동안 많은 대학 지원 프로젝트와 달리 ‘글로컬대학30’ 사업은 규모와 취지에서 각별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브랜드 효과와 혁신 유발 효과가 뛰어나다. 총장들은 “1000억 원을 1조 원 가치로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각 대학의 발전 동력이자 부산 미래세대 먹거리를 창출하는 마중물이다. 부산 세 대학이 글로컬대학으로 선정되어야 할 이유는 이처럼 차고 넘친다.
이제 한 발 앞이다. ‘논어(論語)’ 술이편에 있는 ‘영원한 스승’ 공자 말이다. ‘반드시 일에 임해서 신중하고, 한번 도모할 땐 성공하는 사람이 좋다(好謀而成者也·호모이성자야)’. 세 대학이 모두 선정돼 대학가와 부산에 새바람을 불어넣기 바란다.
정상도 논설주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