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첫 한미 정상회담이 오는 25일 미국 백악관에서 열린다. 대통령실은 이 대통령이 24~26일 미국을 방문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을 갖는다고 12일 브리핑했다. 취임 82일 만에 열리는 이번 한미 정상회담은 문재인(51일) 윤석열(11일) 등 전임 대통령에 비해 상당히 늦은 편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6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날 뻔했으나 그의 조기 귀국으로 회동이 성사되지 못했다. 이 대통령으로선 지난달 일단락한 관세 협상에 이어 미국을 상대로 두 번째 도전 과제를 맞았다.

한미 정상회담이 오는 25일 미국 백악관에서 열린다. 사진은 1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는 이재명(왼쪽 사진) 대통령과 11일 미국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AP 연합뉴스

우선은 트럼프 대통령이 내밀 안보 청구서에 대비가 필요하다. ‘동맹 현대화’라는 틀 속에서 한국측 방위비 분담금 인상 요구가 확실시되고 있어서다. 방위비 분담금은 전임 바이든 정부에서 매듭지었으나 트럼프 행정부는 여러 경로를 통해 지속적으로 재조정을 압박하고 있다. 국내총생산(GDP)의 2.6%인 국방비 지출 상향과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제시할 게 분명하다. 미국이 한때 3.8% 요구안을 준비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와 있다. 주한 미군의 규모와 역할 조정을 통한 전략적 유연성 확보 방안,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등과 함께 북미 정상회담 재추진도 논의될 수 있다.

디테일에서 이견을 보이는 관세 협상은 정교화 작업을 요한다. 양국은 한국의 대미 수출에서 상호관세 15%,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 관세 15%, 철강과 알루미늄 품목관세 50% 등에 합의해 시행 중이다. 일본 유럽연합(EU) 등 미국 시장에서 경쟁 관계에 있는 국가와 비교하면 선방했다는 평가가 없지 않지만, 미국과 FTA 체결국으로서 지금같은 일방적인 양보는 있을 수 없다. 자동차와 자동차부품 기업이 집적한 부산 울산 경남은 벌써부터 대미 수출에 막대한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관세 협상 과정에서 세부 항목이나 조건, 이행 방법을 놓고 양측 해석이 다른 부분도 이번 기회에 분명히 바로 잡아야 한다. 반도체·배터리·조선은 관세와 투자 양 방향에서 서로 주고 받을 것이 많은 분야다. 어떻게 확정되느냐가 국가 전체 경쟁력, 특히 부울경 산업 전반에 끼치는 영향은 지대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더불어민주당 정권에 회의적인 시각을 적잖이 드러냈다.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하게 대중 무역 전쟁을 벌이고 있는 그로서는 진보 정권의 전통적 친중 성향에 견제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이 대통령도 과거에는 이런 의심에 기름을 붓는 발언을 실제로 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6·3 대선 국면을 넘어오면서 친중이나 친미를 초월하는 중도 실용노선으로 갈아탔다. 이념보다 현실, 대의보다 현장을 중시하겠다는 것이다. 톱다운 방식을 선호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성향상 두 정상이 만나는 자리는 고위 또는 실무급에서 풀지 못한 난제를 해결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국익이 최우선이라는 이재명표 실용주의를 실전 무대에서 증명할 기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