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서부의 몬태나주, 아이다호주, 와이오밍주에 걸친 옐로스톤 지역은 뜨거운 지하수를 뿜어내는 웅장한 간헐천, 해발 3000m를 넘는 봉우리들, 그 봉우리들 사이 거대한 협곡에서 쏟아지는 폭포, 야생화로 뒤덮인 초원, 늑대와 아메리카들소, 회색곰 등 독특하면서도 다양한 지질과 동식물상을 보여준다. 공유지 매각 대상이 될 뻔했던 옐로스톤 지역은 1872년 지질학자 페르디난드 헤이든이 작성한 방대한 탐사 보고서의 영향으로 그해 미국 최초의 국립공원으로 지정됐다. 이후 미국에는 1966년까지 33개의 국립공원이 지정됐다. 미국 국립공원 제도를 본뜬 우리나라는 1967년 지리산이 국립공원으로 처음 지정된 뒤 2023년 팔공산까지 모두 23개의 국립공원이 지정됐다.
‘바다의 도시’가 아닌 ‘산의 도시’ 부산을 대표하는 금정산의 국립공원 지정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애초 올해 상반기에서 하반기로 예상 시기가 늦춰지다가 이제 해를 넘길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오지만 지정은 시기의 문제일 뿐이다. 금정산은 산림청이 선정한 100대 명산에 부산에서 유일하게 이름을 올렸다. 이런 명산이 집을 나서면 바로 산길에 접어들 수 있는 도심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부산 시민에게는 축복이다.
금정산은 접근성을 놓고 볼 때 전국 대도시의 산 가운데 가히 최고라 할 수 있다. 교통카드가 도입되기 전 한 등산 전문지에서 ‘토큰산행’이라는 주제로 대도시의 산을 소개한 적이 있다. 서울 북한산, 대전 계룡산, 광주 무등산, 대구 팔공산과 함께 부산 금정산을 소개했다. 당시 계룡산과 북한산은 국립공원으로 지정돼 있었고 이후 2013년 무등산, 2023년 팔공산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됐다. 금정산은 대도시가 품은 명산 가운데 마지막으로 국립공원으로 지정된다.
대도시가 품은 산이라고는 하지만 금정산은 다른 대도시 산과는 차이가 있다. 시내버스나 도시철도로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금정산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많은 시민이 집을 나서 도보로 접근할 수 있다. 그래서 금정산을 첫 도심형 국립공원으로 부른다. 기존 전국 23개 국립공원이 산악형(18개), 해상·해안형(4개), 사적형(1개) 공원으로 관리·운영되는 데서 새로운 유형이 추가되는 것이다.
금정산은 찾기 쉬운 만큼 길도 많다. 등산로가 한정된 다른 대도시 명산 국립공원과 다른 점이다. 부산 시민은 마음만 먹으면 사방에서 지능선이나 골짜기를 타고 금정산 주 능선에 오르거나 둘레길을 따라 가볍게 걸을 수 있다. 또 금정산은 북으로 천성산을 거쳐 영남알프스로, 남으로 백양산을 거쳐 몰운대까지 이어지는 낙동정맥의 연결고리여서 건각들도 즐겨 찾는다. 지역의 원로 산악인 이종길 선생이 2015년 펴낸 ‘금정산365’에는 이번에 국립공원 구역에 포함된 백양산까지 모두 105개 등산코스와 8개 바윗길이 수록돼 있다. 대표적인 도시철도 범어사역 기점의 코스가 11개, 남산역 기점이 8개, 온천장역 기점이 9개 소개돼 있다. 백양산도 9개 기점 12개 코스를 담고 있다. 금정구와 동래구 연제구 부산진구 사상구 북구는 물론 경남 양산까지 지역마다 숱한 산길이 거미줄처럼 뻗어 있다. 아마 실제로는 이 등산코스에서도 갈래친 길이 수를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으리라 본다.
다른 지역 산꾼들이 ‘부산 사람들은 금정산이 있어서 행복하겠다’고 말하는 이유가 바로 이 산길의 다양성에 있다. 그런데 국립공원 운영은 산길의 다양성과는 거리가 있다. 금정산 국립공원 추진 구역 면적은 69.845㎢인데 금정산과 비슷한 면적(77.334㎢)에 도심과 가까운 북한산에는 13개 코스가 있다. 다소 중복되는 경로도 있겠지만 현재 금정산 등산 코스의 상당 부분이 ‘샛길’로 분류돼 출입이 금지될 가능성이 크다. 주변 인구 규모로 단순하게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지난해 전국 국립공원 가운데 가장 많은 699만5851명이 찾은 북한산 탐방로의 혼잡도는 익히 잘 알려졌다.
부산 시민에게는 뒷마당과 같은 금정산의 탐방객 수는 국립공원공단 추산으로 연간 310만 명이며 400만~500만에 달한다는 분석도 있다. 다녀도 되는 길과 안 되는 길을 엄격하게 구분하는 국립공원의 방침에 대해 아무래도 시민의 반발이 있을 수밖에 없다. ‘샛길’ 탐방객도 적지 않게 나올 것이다. 2025 국립공원 기본통계를 보면 지난해 국립공원 불법 단속 건수 중 ‘샛길 출입’은 건수와 비율이 최근 몇 년에 비해 모두 줄기는 했지만 그래도 1위 자리를 지킨다. 자연을 보호한다는 당위는 있지만 어느 정도는 험한 산길을 이어가며 스스로 길을 찾는 모험적 요소까지 불법화해 버린 데에 대해 탐방객들과 산악인들의 불만도 적지 않다. ‘내 집 뒤의 등산로’라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주거지와 인접해 무수하게 만들어진 금정산 산길의 특성을 고려해 탐방로 지정에 묘수가 필요해 보인다.
이진규 편집국 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