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과학에세이] 몸에서 원자까지의 철학

김광석 부산대 광메카트로닉스공학과 교수·‘감성물리’ 저자

  • 김광석 부산대 광메카트로닉스공학과 교수·‘감성물리’ 저자
  •  |   입력 : 2025-09-01 19:02:00
  •  |   본지 18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과학처럼 합리적 이성으로 사회를 개선하려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혁명으로 이어지자 오로지 감각 경험을 통해 검증된 사실만을 지식으로 인정하는 ‘실증주의’가 태동했다. 형이상학적 존재를 미신처럼 배제시킨 이들의 사상은 이후 물리학자 마흐를 통해 더욱 극단적 방식으로 변형됐다. 마흐는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물질적 실체를 거부한 채 인식하는 자아와 의식마저도 단지 감각 요소들의 복합체일 뿐이라 주장했다. 어딘가 센서와 인공지능이 결합한 피지컬 AI를 닮은 그의 ‘경험비판주의’ 관점에서 보자면 과학은 ‘실재’를 설명하기보다 경험에 대한 효율적 정리와 기술이다. 가령, 우주를 품은 그물 같은 ‘절대공간’이나 모두가 공유하는 ‘절대시간’은 경험할 수 없는 믿음에 가깝다. 따라서 우주 밖에서 응시하는 절대자의 시선에서 벗어나 우주 속 개인의 고유한 시간과 공간을 회복해야 한다. 상대속도에 따라 관찰자의 시간과 공간이 달리 측정될 수 있다는 아인슈타인의 생각은 바로 마흐의 철학에 기반하고 있다. 이후 마흐 철학은 감각 경험 중심의 심리적 요소를 수학 같은 정교한 논리적 언어로 대체하면서도 ‘실증주의’의 신념을 계승한 ‘논리실증주의’로 진화했다. 그들은 비트겐슈타인의 언어철학에도 영향을 받았다.

반면, ‘물질주의’와 ‘실증주의’에 대한 반동으로, 제한된 경험과 인식으로 이해해야 하는 ‘현상’과 근본적으로 알 수 없는 영역을 구분했던 칸트 방식의 관념론으로 돌아가려는 ‘신칸트주의’와 세계가 의식으로 나타나는 ‘현상’의 보편성을 파악하려는 ‘현상학’이 등장했다. 칸트는 감각 자료와 타고난 인지의 범주 틀을 종합하면 경험적 ‘현상’ 세계를 알 수 있다고 믿었지만, ‘현상’ 너머의 궁극적 실재에 해당하는 ‘물자체(物自體)’는 알 수 없다고 생각했다. 과학철학 측면에서 ‘신칸트주의’가 현상 경험의 한계 극복을 위해 고정된 인지 범주의 틀을 성장하는 과학 이론으로 대체했다면, ‘현상학’은 수, 논리 형식, 물질 같은 객관적 대상과 인간 의식 사이에 존재하는 상관관계를 파고들었다.

불확정성의 원리에 기반한 하이젠베르크의 행렬 양자물리 이론은 19세기와 20세기에 걸쳐 태동한 경험비판주의-신칸트주의-현상학이라는 철학적 흐름에 뿌리를 두고 있다. 즉, 원자는 그 객관적 실체를 알 수 없기에 현상으로 드러나는 관측의 경험을 통해서만 알 수 있고, 관측의 행위나 조건이 경험의 모습을 바꿀 수 있으므로 상호작용하는 관측 대상과 관측자를 분리하지 않고 받아들여야 한다는 점이 그렇다. 또한 과학이 설명하는 것은 결국 자연 자체가 아니라 수학의 언어로 구조화된 지식이라는 측면은 세상을 사물이 아닌 사실의 총체로 이해한 비트겐슈타인의 철학과도 닿아 있다. 이를테면 재판을 진행하는 판사와 변호사는 사건을 목격하지 않았지만 확보된 증언과 증거를 기반으로 법적 사실과 상황을 논리적 언어로 재구성한다. 원자도 그렇다. 인간 신체 감각으로 경험할 수 없는 미시 세계의 사실은 장치의 도움을 받아 얻는다. 하지만 원자의 단편적 측면을 합친 정보가 원자의 실체적 모습인지는 알 수 없다. 언어학자 소쉬르의 관점에서 보자면 행렬이라는 수학적 ‘기표’로 표현되고 있지만 그에 대응하는 원자 이미지의 ‘기의’가 명확하지 않다. 구조주의 현대철학자 라캉의 방식으로는 수학적 ‘기표’와 원자 이미지나 의미의 후보들 사이의 고정점 연결이 실패해 결핍과 욕망이 생겨난다. 그래서 양자물리는 지적 갈증이 해소되지 않는 것일까?

현상학 현대철학자 메를로-퐁티는 세계-신체-지각의 얽힘이라는 관점으로 세상을 몸/마음 혹은 물질/정신으로 구분하는 데카르트 방식의 이원론을 넘어서려 했다. 즉, 물질 몸 정신을 분리된 대상이 아닌 상호작용을 통해 지각된 통합적 살덩이로 해석했다. 원자를 만지고, 초음파를 듣고, X선을 보고, 분자 단위의 맛과 냄새를 감지할 수 있는 초감각을 지닐 미래 인류에게 양자적 미시 세계의 경험은 어떤 의미로 해석될까? 닥치고 계산만 하는 일은 이제 AI가 더 잘한다. 다가올 시대는 양자 세계의 경험과 지각을 해석할 새로운 몸의 철학이 필요하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전원 국힘서 민주당 다수로…낙동강協 단체장 회동 촉각
  2. 2지방소멸기금 강원·충남 66억씩 최다…부산·경남 34억씩
  3. 3매출 목표 30% 그친 홈플러스, 분리매각 기로
  4. 4시속 110㎞ 스릴, 6m 아기상어 캐릭터, 달맞이 음악실…부산 새 핫플
  5. 5롯데, 신인 전원 계약…유망주 박근서 3억에
  6. 6북극항로 연 아크로호 귀항…이젠 상업화 길 연다
  7. 7市 개발 ‘부산 단디체’ 무료 배포…130개국서 활용 가능
  8. 8인구감소지역 신규지정 금정구, 정주여건 개선 올인
  9. 9“부산 라이프스타일 만족도 최상…아이 키우기에도 매력적”
  10. 10부산북구 자체 감사 가시밭길…의회 “감사를 감사할 것” 벼러
  1. 1[속보] 이 대통령 지지율 35.2%…민주 35.5%·국힘 41.3%
  2. 2경찰개혁·김지용 중수청장 청문도 공방 예고…부산 해수부 첫 국감
  3. 3경남도 대변인 “박완수 지사 13시간 조사, 정치공세 대상 되면 안 돼”
  4. 4與·한동훈 점입가경 공방 인신공격까지(종합)
  5. 5[속보]국힘 주진우에 민주당 "인간 도리 저버린 막말" 사퇴촉구
  6. 6정부, 김지용 저격 임은정 감찰 지시(종합)
  7. 7국힘 “한미 균열…정동영 통일부 장관·이종석 국가정보원장 경질을”(종합)
  8. 8이 대통령 "노동자에 중금속 배출주사 투약 엄중대처"
  9. 9정동영 “한미동맹 이상 없다…北에 저자세 아니라 정자세”
  10. 10北 동해상 탄도미사일 발사…900㎞ 이상 비행
  1. 1매출 목표 30% 그친 홈플러스, 분리매각 기로
  2. 2시속 110㎞ 스릴, 6m 아기상어 캐릭터, 달맞이 음악실…부산 새 핫플
  3. 3북극항로 연 아크로호 귀항…이젠 상업화 길 연다
  4. 4집 값 띄우기?… 부산 아파트 매매 계약 해지율 5년 반 동안 6.16%
  5. 5부산지역 전세사기 피해자 한 달 새 66명 늘어
  6. 6[한 손 뉴스] 국산 비만치료 신약 ‘에페’, 위고비·마운자로에 도전장
  7. 7발전설비 점검하고, 길 위 장애물 치우고…부산 기관 로봇들 맹활약
  8. 8“부산 중심으로 체계적 해양AI 개발…협의체 꾸리자”
  9. 9"국세청 '부동산 자금출처 조사' 증가율, 서울 4%·지방 51%"
  10. 102030세대 겨냥 ‘저도수 토마토 막걸리’ 뜬다
  1. 1전원 국힘서 민주당 다수로…낙동강協 단체장 회동 촉각
  2. 2지방소멸기금 강원·충남 66억씩 최다…부산·경남 34억씩
  3. 3市 개발 ‘부산 단디체’ 무료 배포…130개국서 활용 가능
  4. 4인구감소지역 신규지정 금정구, 정주여건 개선 올인
  5. 5“부산 라이프스타일 만족도 최상…아이 키우기에도 매력적”
  6. 6부산북구 자체 감사 가시밭길…의회 “감사를 감사할 것” 벼러
  7. 7“우주항공복합도시 특별법 제정, 기업 유치 등 사천 경제 활성화”
  8. 8합천·하동·산청·거창, 인구소멸 해법으로 양수발전소 유치전
  9. 9거제 양대 조선소, 지역 인재 더 뽑는다
  10. 10오늘의 날씨- 2026년 10월 12일
  1. 1롯데, 신인 전원 계약…유망주 박근서 3억에
  2. 2과감한 샷 2R 버디 11개 폭발…유현조 ‘부산의 퀸’(종합)
  3. 31부 승격 향한 마지막 질주…부산아이파크, 막판 승점 쌓기 총력전
  4. 4울주군, 삼남읍 교동리에 ‘울주실내테니스장’ 개장
  5. 5유도 차세대 간판 이현지, 세계선수권 정상 메치다
  6. 6허훈·킹 47점 합작에도…KCC, KT에 접전 끝 패배
  7. 7유현조, 여자골프 HJ중공업·동부건설 챔피언십 정상…시즌 2승
  8. 8한화 김경문 감독·손혁 단장 동반 퇴진…후임 인선 착수
  9. 9가을야구 못간 롯데 자이언츠, 정규시즌 3위 승부처돼 난감
  10. 10니가 치면 나도 친다…프로야구 막판에 안타왕 쟁탈전
우리은행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해운기업 유치, 해사법원 신설 “해양수도 부산 경쟁력 키울 것”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원자력 청출어람, 스승을 가르치다
‘인공지능 정렬’ 골든타임 놓치지 말라
국제칼럼 [전체보기]
열린 사회와 그 적들
누구도 법 앞에 국민보다 ‘더 평등’할 수 없다
기고 [전체보기]
거장은 떠나도, 오케스트라는 남아야 한다
전문대학을 소개합니다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여름날의 애상, 왈츠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다대포에서 만난 퇴계 이황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솔직할 수 있는 용기, 당신에게도 닿기를
히말라야의 경고
도청도설 [전체보기]
대통령의 SNS
배우 한선화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요추부 척추관협착증, ‘메포츠’로 극복하기
B형 간염 ‘바이러스 수치’에 ‘급여’ 맞춰야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캉이’ 스펙터클에서 공존으로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사설 [전체보기]
아크로호 귀항, 북극항로 상업화 본격 추진할 때다
국감 법사위 희화화, 국민은 실소 넘어 자괴감 든다
세상읽기 [전체보기]
개척자 정신
빚을 물려받는 사회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두 미술관, 각자의 역할을 묻다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행위별수가제와 인두제, 오해와 진실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HMM 부산 이전, 해양수도의 시험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한국이 가진 자산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금가락지가 땅에 떨어진 형국, 곡전재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오스트리아 와인,빈의 시간을 마시다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
무(武)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