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휩쓸고 간 3년간의 긴 터널을 벗어나려는 2023년 4월, 투자의 대가 워런 버핏은 돌연 일본을 방문했다. 이미 2020년 8월에 일본 5대 종합상사의 주식을 5% 이상 보유하고 있다고 공시한 바 있는 그는, 그때의 방문으로 더욱 일본 종합상사의 지분을 늘리겠다고 하면서, 방문길에 금리가 아주 낮은 일본의 엔화를 차입해 그 돈으로 다시 일본 주식을 더 사고 돌아갔다. 코로나로 엄청난 돈을 푼 미국은 인플레 관리를 위해 테이퍼링(tapering·경기 회복을 위해 썼던 각종 완화 정책과 유동성 공급을 경제에 큰 부작용이 생기지 않게 서서히 줄임)을 시작해 2022년 7월부터 금리를 급속히 올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일본은 30년을 이어가는 장기 불황의 탈출을 위해 장기간 저금리를 유지하고 있었고, 엔화 역시 약세를 지속하고 있었다.
워런 버핏은 세계에서 가장 비용이 낮아진 나라 일본을 찾은 것이다. 코로나 환경으로 점차 일본의 수출을 담당하는 종합상사들의 수출영업 환경이 좋아지는 틈을 이용한 수익개선을 노린 버핏의 매수였다. 그로부터 일본 종합상사들의 주가는 2024년 한해만 거의 3배 이상 올랐다.
하지만, 당시 워런 버핏의 종합상사 매수보다 더 대단한 한 수는 전쟁이었다. 2022년 2월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당장 러시아는 영토복구라는 이름으로 침공을 했지만, 실상은 흑해 연안을 막아서 천연가스가 급등하길 바라고 전쟁을 벌였다. 하지만 즉각 미국이 서방동맹국들에게 일체 러시아산 천연가스 가격 인상 요구를 들어주지 말라고 압박하면서 러시아 꿈은 수포로 돌아갔다. 지금은 천연가스 값이 전쟁 전보다도 더 낮다.
푸틴의 전쟁 엄포는 그 전부터 있었고, 워런 버핏은 실제로 전쟁을 벌일 것으로 내다본 것이다. 전쟁이 터지자 유럽의 나토국가들은 갑자기 전쟁터로 변한 유럽의 미래를 위해 일제히 전쟁물자 확보에 나서면서 일본 종합상사의 손길은 아연 바쁘게 되었다. 일본 종합상사들은 20세기 초 아시아 지역전쟁과 2차 세계대전에서 전쟁물자 무역으로 큰돈을 번 적이 있는 가히 전쟁 장터의 전문가들이었다. 특히 이토추가 대표적이다. 워런 버핏은 이 회사 주식도 물론 샀다.
이후 지구촌 전쟁은 더욱 확대되는 양상이었다. 이스라엘이 하마스와 전쟁 초기보다 갈수록 더 치열한 전쟁을 벌인다. 결국 일본 종합상사의 전쟁 비즈니스는 문전성시를 이룬다. 워런 버핏은 이것을 2년 전에 미리 내다본 것이다. 즉 그는 이제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전쟁을 막지 못할 것으로 본 것이다. 역사를 가로지르는 투자의 대가만이 볼 수 있는 비극적이지만 거대한 지정학적 안목이다.
반면에 그는 그 시기에 대만의 주식은 팔았다. 아마도 그의 눈에는 중국 주변이 갈수록 전쟁의 당사자 지역으로 변할 것 같은 불길한 징후를 읽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즉 대만과 중국의 양안 해협 안녕을 장담할 수 없을 것으로 본 것일 수도 있다. 이는 앞으로도 중대한 아시아 투자의 관전 포인트이다.
무역적자나 기술정보 보안의 문제 등으로 보이는 미국과 중국의 사사건건 다툼은, 종국에는 무력 다툼의 불씨로 나아갈 수도 있다고 볼 수 있는 안목은, 국제적인 투자자로선 당연히 주시해야 하는 지정학적인 예지력이다. 불행한 일이지만, 이런 안목 없이 투자시장에 다가가면 그게 더 불행이다. 지금 일본 주가는 올해 중반을 지나면서 신고가를 만들었다. 일본 경제와 전쟁터의 확산 관계는 함부로 말하기 어려우나, 그렇다고 가볍게 보지도 말아야 한다.
주식거래소 본부의 도시이기도 한 부산의 공간적 위치는 안전이란 면에서 한반도의 어디도 부산을 넘보지 못한다. 도시의 미래를 볼 때 이젠 지정학적인 안전이 도시의 아파트 가격이나, 주민 일상 수입에 반영될 날은 반드시 온다고 생각한다.
형극 같던 한국 전쟁이 격화될 때, 옆 나라 일본의 주요 교역과 산업도시가 얻은 이익이 그랬다. 도시로서의 긴요함을 놓고 부산의 지정학적 안전성을 본다면 일본 중국 대만 등의 나라가 불안정하고 변동적일 때, 부산이 가장 요충적이며 안전한 도시라는 점은 근방의 국제도시 중에서 단연 돋보인다.
이런 가운데 주한 미군의 이동 배치 이슈가 조금씩 흘러나온다. 국제적인 투자자들은 아시아의 지정학적인 향방을 놓고 내심 각자 시나리오를 그릴만한 시국적 상황이자 장면이다. 로마군이 가는 곳에는 로마상인들이 갔다. 이렇게 군인 뒤에는 반드시 상인들이 움직인다고 역사는 전한다. 필시 우크라이나 전쟁이 수습되면 동유럽은 국제적인 상인들이 붐빌 일이다. 부산시민은 국제적으로 전략적이며 안전한 도시에 살고 있다는 점을 다시 되돌아볼 일이다. 부산은 가장 안전한 국제도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