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딩풍 문제가 생각보다 심각하다. 일반적으로는 태풍이나 돌발 강풍이 초고층 빌딩 사이를 지나면서 더 강해지는 문제가 지적됐지만, 일상적인 상황에서도 주변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다. 국제신문이 부산대 연구팀과 함께 지난 7월 해운대구 엘시티와 마린시티에서 풍속을 직접 측정한 결과다. 평범한 날씨였음에도 엘시티 내 1분 평균 풍속은 거의 태풍급에 달하는 30~60m 수준이었고, 마린시티 일대도 다르지 않았다. 주변에서 장사를 하거나 거주하는 주민들은 큰 건물이 생긴 이후 상시적으로 발생하는 빌딩풍 때문에 갖가지 어려움을 호소하는 형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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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지 기자가 지난 2일 부산 해운대구 엘시티 일원에서 빌딩풍 바람을 계측하고 있다. 전민철 기자 |
이번에 풍속을 측정한 곳은 해운대 초고층 빌딩 지역이지만 빌딩풍이 특정 지점이나 날씨에 국한하지 않는다는데 주목해야 한다. 고층 건물 밀집 지역은 평소에도 다른 곳보다 훨씬 강한 바람이 분다. 여기에 돌풍이나 태풍까지 닥치면 더 공포스러워질 뿐이다. 부산에는 31층 이상 빌딩이 700여 개 동, 50층 이상 마천루는 40곳 넘는다. 과거엔 주로 해운대구 동구 서구 사하구 등지 바닷가에 고층 아파트가 들어섰지만 최근에는 재건축 재개발로 내륙마저 지었다 하면 최소 40층이다. 누구나 빌딩풍 피해에 노출될 수 있다는 의미다.
부산에서 빌딩풍 문제가 거론된 지는 수년이 지났다. 특히 최근 몇년 새 대형 태풍이 휩쓸고 지나가면서 심각한 사회 문제로까지 부각됐다. 그러나 부산시나 해당 지자체는 사건이 벌어졌을 때 반짝 관심을 가질 뿐 실효성 있는 후속 조치나 근본 대책을 내놓지 못한다. 부산시는 용역을 해놓고도 거기서 제안된 방안을 따르지 않는다. 전국 최초로 제정한 빌딩풍 조례는 구속력이 없어 유명무실하다. 북항 재개발 지역을 끼고 있는 동구에서도 돈 들여 도출한 용역 제안이 서랍행이었다. 지역 국회의원이 빌딩풍을 환경영향평가 항목으로 집어넣기 위한 건축법 개정안을 21대 국회에서 발의했으나 흐지부지됐다. 사람이 다치고 건물이 파손되는 사고가 또 벌어지면 그때 가서 예상 못한 일이 생겼다는 듯 호들갑을 떨 것인가.
고층 건물 사이에 시도 때도 없이 부는 돌풍이 건물 자체 안전과 입주민을 위협할 뿐만 아니라 주변에도 악영향을 끼친다는 건 실증적으로 증명된다. 부산시나 동구가 용역을 실컷 시행하고도 대책을 실행에 옮기지 못 하는 덴 나름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 빌딩풍 피해를 줄이려면 방풍벽이나 방풍펜스를 세워야 하는데 조망권을 주장하는 주민 반발 등에 막혀 기존 건물을 대상으로는 쉽지 않다. 건물을 짓기 전부터 이 부분을 충분히 고려해야 하는 이유다. 빌딩풍은 건물 높이와 건물간 간격이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고층 건물을 세우기 전에 교통 환경 일조권 등을 먼저 따지듯이 빌딩풍도 사전 대책 수립을 법제화 할 필요가 있다. 빌딩풍은 빌딩숲으로 변해가는 도시화의 뜻하지 않은 부작용 가운데 하나다. 신종 재난에 선제적 대비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