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일부 지역에서는 하이엔드(high-end, 최고품질·최고사양) 브랜드 아파트의 분양가가 3.3㎡당 5000만 원을 넘어서면서 국민평형으로 불리는 전용면적 84㎡아파트의 분양가는 15억~16억 원에 이르고 있다. 이처럼 높은 분양가 수준에서 대학을 졸업한 후 취업하고 직장생활을 하며 받는 급여로 현재 분양 중인 아파트에 서민이 실제 입주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일부 고분양가 아파트는 우수한 입지와 희소성으로 인해 높은 관심을 받으며, 모델하우스 방문조차 사전 신청이 필요하고 청약 경쟁률도 높다. 부동산은 지리적 위치의 고정성, 영속성(불변성), 개별성 등 물리적 특성으로 인해 선호되는 입지는 자연히 한정되어 있으며 이에 따라 수요가 특정 지역으로 집중되어 결국 해당 지역의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처럼 높은 분양가의 아파트를 매입할 수 있는 사람들은 대체로 사업이나 투자를 통해 자산을 축적했거나, 부모 세대로부터 부를 물려받은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 고분양가 아파트는 일반 서민에게는 마치 다른 세상의 이야기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부러움과 함께 허탈감이 드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거주용 부동산은 전 세계적으로 주요 고가 도시들(홍콩 런던 뉴욕 싱가포르 등)에서 매우 높은 가격에 형성되어 있다. 이러한 고가 도시는 대체로 주택 공급 부족과 고소득층의 집중이라는 구조적 특성을 가지고 있다. 한국 역시 유사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서울·수도권 중심의 쏠림 현상이 심화되고 있으며, 부산에서는 해안가를 중심으로 한 동부산 지역의 부동산 가격이 신축 아파트의 고분양가를 바탕으로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 고가의 분양아파트 당첨자는 계약금만 넣고 6개월 후(광역시 전매제한) 전매해 단기수익을 노리는 투자자도 있겠지만, 실수요자는 향후 희소성과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으로 부를 축적해온 고소득층일 가능성이 크다.
고가 주택은 가격 자체가 일반 중산층이나 서민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기 때문에 사실상 고소득층 전유물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고소득층의 소득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왜 그들의 소득은 계속 늘고 있나?
프랑스의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의 ‘21세기 자본’에서 부의 불평등 원인으로 경제성장률(g) 보다 자본수익률(r)이 클 때 부의 격차가 커진다고 말한다. 자본수익률이 경제성장률을 크게 웃돌 때는 논리적으로 상속재산이 생산이나 소득보다 더 빠르게 늘어난다고 할 수 있다. 물려받은 재산을 가진 사람은 자본에서 얻는 소득의 일부만 저축해도 전체 경제보다 더 빠른 속도로 자본을 늘릴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거의 필연적으로 상속재산이 노동으로 평생 동안 쌓은 부를 압도할 것이고 자본의 집중도는 극히 높은 수준에 이를 것이다.
따라서 고소득층은 자본주의 인플레이션 경제 속에서 부동산을 안정적이고 매력적인 투자처로 인식하고 있다. 특히 자산 가치 상승이 기대되는 지역에 집중적으로 투자함으로써 자산을 증식시키고 있으며 해당 지역으로 자금이 몰리면서 부동산 가격은 더욱 가속화하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
반면 서민은 내 집 마련을 위해 생활비를 줄이며 저축하고 대출까지 감수하면서 오랜 기간 준비해야 한다. ‘2022년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생애 첫 주택을 마련하는 데까지 평균 7.4년이 걸리며, 서울은 그 기간이 15.2년에 달한다. 고가 주택이 아닌 일반적인 수준의 주택을 마련하는 것조차 긴 시간 경제적 부담을 감수해야 하는 현실이다. 한국 사회에서 내 집 마련은 단순한 거주 공간 확보를 넘어 인생의 중요한 목적이자 목표가 되어버렸다.
주택은 단순한 거주 공간을 넘어 치열한 경쟁사회 속에서 재충전할 수 있는 삶의 터전이며 가족이 함께하는 소중한 보금자리다. 그러나 고가 주택의 지속적인 가격 상승은 서민에게 내 집 마련의 꿈조차 꾸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러한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고가 주택 가격의 과도한 상승을 억제하고 서민들이 꿈꾸는 내 집 마련이 실현 가능하도록 양질의 주택을 충분히 공급해야 한다. 이를 위해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민간 건설사 등 모든 주체가 협력해 서울과 지방 간의 주택 가격 격차를 줄이고, 도시내 균형 잡힌 주거 환경을 조성하는 공동의 노력이 절실하다.
서울·수도권의 30억 원 상당의 1주택에 대한 세제 혜택을 지방의 5억 원 수준 1주택과 동일하게 적용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 지방의 경우, 주택 수가 아닌 전체 주택의 합산 금액을 기준으로 1주택자에 준하는 세제 기준을 적용하는 등 정부 정책의 이원화가 필요하다.
즉, 지역별 실정에 맞는 맞춤형 정책이 함께 추진되어야 한다. 또한 부산시 차원에서는 동부산·서부산 간 부동산 격차를 완화하기 위해 서부산권에 지역 특성을 반영한 양질의 주택 공급이 확대되어야 한다. 더불어 민간 건설사는 주택 공급 가격을 낮출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지혜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