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1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열고 국가균형발전 전략을 점검했다. 이 대통령이 취임 후 세종에서 가진 첫 국무회의다. 이 대통령은 “지속성장과 발전을 위해 균형발전은 선택이 아닌 운명”이라며 “‘5극3특’ 정책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재명 정부의 균형발전 정책을 총괄하는 지방시대위원회 김경수 위원장은 전국을 기존 행정단위가 아닌 5개 극(수도권 충청권 동남권 대경권 호남권)과 3개 특별자치도(강원 전북 제주)로 나눠 수도권 일극체제를 해소할 방안을 제시했다. 이어 기획재정부는 ‘인공지능(AI) 초혁신 전략산업’, 교육부는 ‘지방대 육성’, 산업통상자원부는 ‘글로벌 기업 유치’ 등 범정부 차원의 부처별 계획을 내놓았다.

이재명 대통령이 1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취임 후 첫 세종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이날 국무회의에서는 지방시대위원회 주관으로 주요 부처의 국가 균형발전 전략을 점검했다. 연합뉴스

이 대통령은 기회만 있으면 균형발전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취임 30일과 100일 기자회견, 지역별 타운홀미팅, 123대 국정과제와 경제운용 방향 등에서 ‘균형발전’ 키워드는 빠지지 않았다. 서울에서 멀어질수록 예산 배정에 가중치를 두거나 모든 사업에 균형발전평가를 의무화하는 방안 등 구체적인 아이디어도 대통령이 직접 제시했다. 지방시대위원회에 지방 예산 배분권을 넘기는 방식으로 기능과 권한을 대폭 강화한 조치는 상징적이다. 대통령 제2집무실 설치와 국회의사당 이전이 추진되는 세종시에서 국무회의를 연 것도 그런 노력의 일환으로 받아들여진다.

관건은 의지를 뛰어넘는 실행력이다. 국가균형발전은 진보 보수 할 것 없이 지난 20여 년간 모든 정부의 국정 목표였다. 수도권 일극체제 폐해를 지방뿐만 아니라 수도권 사람들까지 심각하게 느끼는 단계에 이르렀다. 그러나 균형발전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문재인 정부에서 지방재정 대폭 확충을 추진했으나 완성하지 못했고, 2차 공공기관 이전은 총선용으로 소진하고 말았다. 윤석열 정부에서는 산업은행 부산 이전을 밀어붙였으나 지금의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 발목이 잡혔다. 당사자들의 저항, 엇갈린 정치권 이해, 정권 교체에 따른 정책 연속성 부재에다, 정치인들의 부정직까지 한몫 한다.

자치단체장 경험이 있는 이 대통령은 지방 실정 이해도가 누구보다 높다지만, 경기나 성남은 상대적으로 여건이 좋은 편이다. 대부분의 지방은 비교가 안될 정도로 열악하다. 정주 여건의 획기적 개선을 목표로 하는 정부 부처의 균형발전 전략 하나 하나는 국가 전체를 먹여 살리는 프로젝트다. 그러나 그저 계획에 그친다면 지방에 또 한번 좌절을 안겨주는 일밖에 안된다. 부산에는 해양수산부 이전, 북극항로 거점화, 해사법원 설립, 해운 대기업 이전, 동남권투자공사 설립 등이 추진되고 있다. 하지만 한편으론 부산의 최대 현안인 가덕도신공항 건설 문제가 여전히 교착 상태이고 산은 이전은 무산 국면이다. 대통령이 균형발전을 힘주어 말하는 게 반갑다. 그것이 선거를 의식한 제스처가 아닌 지방과 국가 발전을 위한 진심이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