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차등 전기요금제를 3분할에서 더 세분화하겠다고 밝혔다. 산업통상자원부 김정관 장관은 지난 17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3분할 방식은 도매요금에만 적용하고, 소매요금은 더 세분화하겠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이헌승 의원이 3분할 방식의 문제점을 지적하자 설명하는 자리에서 나온 발언이다. 전기요금을 수도권·비수도권·제주로 나눈 3분할 방식은 전력자급률이 높은 부산 울산 경남이 역차별을 당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17개 시·도 중 전력자급률이 가장 낮은 대전이 비수도권으로 함께 묶여 전기요금 인하 혜택을 보게 되는 문제가 있다. 김 장관의 발언은 이 같은 지적을 수용한 것으로 진일보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지역 구분과 요금 산정 등 세부 기준을 놓고 지자체별 입장이 달라 조율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내년 2월 연구용역이 끝나고 요금제가 구체화하면 국민에게 투명하게 설명하고 이해를 구해야 하겠다.

김정관(왼쪽)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 17일 경제분야 대정부 질문이 열린 국회 본회의장에서 민주당 이언주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는 이재명 대통령 공약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5월 16일 전북 군산시에서 열린 대통령선거 유세 현장에서 “전기는 영광에서 생산하는데 서울하고 영광하고 전기요금이 같다. 이상하지 않나. 앞으로 바꿔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전기를 생산하는 지역에 요금을 저렴하게 공급하고, 소비지인 수도권에는 송전 비용을 포함해 더 높은 요금을 부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장관의 국회 발언은 이 대통령 공약을 실행하는 과정으로 보인다.

정부는 스웨덴 모델을 참고할 만하다. 스웨덴은 2011년부터 차등요금제를 시행해 성공적으로 안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전력 생산이 많은 북부 지역과 수요 중심지인 남부 지역 간 전력 불균형이 심했다. 이를 개선하려고 도입했다. 전국을 총 네 곳으로 나눠 권역별로 전기요금이 다르다. 전력 생산 능력과 수요, 송전 및 계통 유지 비용 등이 기준이라고 한다. 발전소와 가까울수록 요금이 싸다. 이로 인해 산업시설이 대거 입주하면서 북부 지역 인구가 증가했다. 스웨덴 정부는 2030년께 남북 간 전력 불균형이 해소될 것으로 본다. 차등요금제 적용으로 스웨덴처럼 반도체 이차전지 인공지능데이터센터 등 전력다소비 업종의 대규모 이동을 기대할 수 있다. 발전소가 많은 남해안과 동해안 지역에 기업 유치가 늘면서 지역 소멸 현상 완화에도 도움이 된다.

차등 전기요금제는 지역 간 형평성과 에너지 효율성 간의 균형을 찾는 시험대가 될 것이다. 정부는 발전소 주변 주민의 희생을 정당하게 보상하면서도, 전체 전력망의 안정성을 훼손하지 않는 묘수를 찾아야 한다. 이를 위해선 단순한 3분할을 넘어 과학적 데이터와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한 유연한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 차등요금제는 그 어떤 균형발전 정책보다 효능성이 뛰어나다. 기업 경영에서 전기료가 차지하는 부분이 크기 때문이다. 국가균형발전을 이끄는 가장 강력한 견인차임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