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부산 강서구 명지시장이 손님으로 북적인다. 가을 별미인 전어회를 먹으러 온 사람들이다. 해마다 열리는 전어 축제(9월 9~11일)가 이미 끝났는데도 여전히 횟집마다 활기가 돈다. 지난 주말 이곳을 방문한 지인들이 더 놀란 건 가성비다. 전어 2㎏을 주문했을 뿐인데 어찌 된 일인지 중장년 4명이 다 해치우지 못해 거의 절반을 포장해서 집에 가져 갔다는 것이다. “전어가 엄청 잡혀서 평소보다 많이 드렸습니다.” 주인장 인심이 넉넉해진 이유다. 작년엔 ‘금전어’라 불릴 만큼 몸값이 천정부지였던 전어가 ‘집 나간 며느리’를 다시 불러 들이고 있다.
올해는 최근 십수년 사이 보기 힘들던 전어 풍년이라고 한다. 수협중앙회에 따르면 금어기(5월 1일~7월 15일) 직후부터 이달 중순까지 잡힌 전어는 407t으로 지난해(209t)의 배가량이다. 공급이 늘어나니 가격은 싸진다. 이달 초 전국 주요 어시장의 전어 낙찰가는 ㎏당 평균 1만4000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2만5000원 안팎)에 비해 절반 가깝다. 작년엔 전어가 너무 비싸 일부 마트에서 판매를 중단했는데, 1년 만의 반전이다.
이례적인 전어 풍년의 배경엔 역설적으로 기후 재난이 자리한다는 분석이다. 7월 중순 경남 산청을 비롯한 전남 충남 경기권에 100~200년 빈도 폭우가 쏟아져 심각한 인명 및 재산 피해를 남겼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금어기가 끝나고 본격적인 전어 잡이가 시작되는 시기가 이와 맞아 떨어졌다. 8월 초와 9월 초에도 이 지역에 적지 않은 비가 내렸다. 전어는 바다 생선이지만 염도가 낮은 걸 선호한다고 한다. 강수량이 많으면 바닷물이 옅어지면서 전어가 좋아하는 환경이 형성된다. 전어 축제가 열리는 부산 명지, 경남 사천, 전남 광양과 보성, 충남 보령과 서천 등이 올 여름 폭우 지역과 거의 일치한다. 해수온도 역시 작년 만큼은 치솟지 않았다.
9, 10월이 제철인 전어가 7월부터 많이 잡히자, 여름 전어냐 가을 전어냐 하는 맛 논쟁이 한때 붙었다. 부경대 조영제 식품공학과 교수가 한마디로 정리했다. “껍질째 먹는 생선인 전어는 여름에 안 먹는 게 좋다. 비브리오균이 껍질 속에 숨어 있을 가능성이 높아서다. 지방 함량도 가을 전어가 월등하다.” 올해처럼 전어가 흔하면 구워서 ‘깨가 서말’이라는 머리부터 아작아작 씹어 고소한 맛을 느끼거나, 내장을 따로 빼내 미식가들만 찾는다는 ‘전어 밤젓’을 만들어 먹는 일이 어렵지 않다. 이번 가을엔 전어뿐만 아니라 꽃게도 풍년이다. 조금은 풍성해진 한가위가 될 듯하다.
강필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