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간 추석 연휴가 시작됐다. 오는 10일 휴가를 낸 직장인은 최장 10일을 쉴 수 있다. 이례적으로 긴 연휴다. 국민은 오랜만에 가족과 오랫동안 함께하는 시간을 기대한다. 2일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지만 도처에 도사린 악재로 경제가 불안하다. 화재와 교통사고 등 각종 안전사고도 끊이지 않아 마냥 즐거운 연휴일 수만은 없다. 특히 중대사고를 당했을 때 연휴 기간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을지가 걱정이다. 정부와 정치권은 응급의료 지원과 경제 활성화에 나서고 있으나, 구조적 한계와 미흡한 정책 실행으로 국민 체감도는 낮다. 민생과 안전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이번 추석에는 ‘뺑뺑이 없는 응급실’과 ‘사고 없는 귀성·귀갓길’이 되길 바란다.

추석을 앞둔 2일 서울역에서 귀성길에 오른 한 가족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질병관리청 분석에 따르면 추석 연휴 일평균 교통사고 환자 수는 평일보다 1.3배 많은 96명이다. 특히 추석 전날에는 1.4배나 급증한다. 추석 연휴 교통사고 치사율은 평소보다 23% 높다고 한다. 그러나 일선 병원의 응급실 수용 능력은 매년 한계 상황에 직면해 있다. 사고 때문에 명절을 밖에서 쇠는 가정이 한둘이 아니다. 올해 추석 연휴 교통사고는 오후 2시와 5시에 집중될 전망이다. 특히 뒷좌석 안전벨트 미착용 시 중증도가 배 높아지며, 카시트 미사용 아동의 입원율도 증가한다. 정부는 교통량 분산을 위한 실시간 정보 앱을 보급하지만, 근본적 해결을 위해선 인프라 개선이 필수다. 국민권익위원회가 ‘국민콜 110’을 통해 실시간 교통·의료 정보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실제 응급상황에서 환자들이 병원을 찾아 헤매는 ‘응급실 뺑뺑이’ 문제는 여전할 듯하다. 이를 방지하기 위한 법률(응급의료법 개정안)은 아직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날 발표된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 2.1%는 표면적으로는 안정된 수치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장바구니 물가의 고공행진이다. 특히 달걀(9.2%) 쌀(15.9%) 커피(15.6%) 등 필수 식품 가격이 급등하며 서민 가계에 부담을 준다. 정부는 추석 민생안정대책으로 농축수산물 공급 확대와 할인을 추진했다. 그럼에도 가공식품과 외식물가 상승세는 여전하다. 이는 단순히 일시적 수요 증가뿐만 아니라 글로벌 원자재 가격 변동과 유통 구조의 비효율성 등 구조적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스마트 농수산업과 유통구조 혁신”이란 정부 입장은 구체적 실행 계획과 예산 지원 없이는 공염불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이날 귀성 인사나 봉사활동으로 민심 잡기에 나섰다. 벌써 내년 6·3 지방선거 출마를 선언한 이가 있다. 일시적 보여주기로는 국민 마음을 얻지 못한다. 진정한 신뢰 회복은 평상시 민심을 헤아리는 모습에서 나온다. 정부는 이번 연휴를 사회 시스템을 점검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정치권은 단기적 표심 공략이 아닌 장기적 관점에서 국민 안전과 민생을 위한 입법 경쟁에 나서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