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기고] 독일 통일의 교훈, 안보 없는 교류는 없다!

정한용 대전대 군사학과 교수·한국핵안보전략포럼 운영위원

  • 정한용 대전대 군사학과 교수·한국핵안보전략포럼 운영위원
  •  |   입력 : 2025-10-09 18:50:55
  •  |   본지 18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최근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헬무트 콜 전 서독 총리를 언급하며 보수 정권은 이전 정부의 공든 탑을 허물고 진보 정권만이 교류협력의 기반을 닦는 것처럼 비판했다. 그러나 독일 통일은 특정 정파의 교류정책만으로 이뤄진 것이 아니다. 아데나워, 브란트, 슈미트, 콜 등 서독 지도자 모두는 정파를 넘어 안보·동맹·억지력을 기반으로 동서 관계 개선을 추진했다.

아데나워는 나토 가입과 서방 통합을 통해 서독의 독립을 보장했다. 그는 서독이 다시는 독일 제국 시절처럼 국제사회에서 고립되지 않도록 철저히 서방 편에 서는 노선을 선택했다. 나토(NATO)에 가입하고, 유럽석탄철강공동체(ECSC) 및 이후 유럽경제공동체(EEC)의 창설을 주도함으로써 서독은 서유럽 민주 진영 속에서 소련의 위협을 견딜 수 있는 안전을 확보했다. 이러한 토대가 있었기에 이후 독일이 동구권과 교류를 확대할 수 있는 안전판이 마련됐다.

브란트의 동방정책 역시 ‘두 독일은 외국이 아니다’는 원칙을 세우면서도 나토와 미국과의 긴밀한 협력을 유지했다. 그는 동독과의 현실적 교류를 통해 긴장을 완화했지만, 동시에 서독의 정체성과 서방 동맹을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 그러나 최측근인 기욤이 동독의 스파이로 드러난 사건은 충격적이었다. 결국 브란트는 사임했고, 독일 사회는 “대화와 교류가 필요하되, 국가안보와 정보역량 없이는 실패할 수 있다”는 교훈을 얻었다.

슈미트는 현실적인 접근을 택했다. 그는 소련이 서유럽을 직접 겨냥한 SS-20 중거리 미사일을 배치하자, 이를 유럽 안보의 근본적 위협으로 규정했다. 슈미트는 서방 정치 지도자 중 가장 먼저 이 문제를 지적하며, 나토의 ‘이중 트랙’ 결정을 주도했다. 즉, 미국의 퍼싱-2 미사일과 그리폰 순항미사일을 서독에 배치하는 동시에, 소련과 군비통제 협상을 병행한다는 전략이었다. 미사일 배치로 억지력을 확보하면서도 협상으로 긴장을 완화하려 한 것이다. 독일에서는 대규모 반대 시위가 벌어지고 녹색당이 정치 세력으로 부상했지만 결국 독일 연방의회 다수가 1983년 11월 이를 승인했다. 1983년 12월부터 신형 핵미사일이 서독에 배치됐고, 이는 훗날 1987년 미소 중거리핵전력(INF) 조약으로 이어지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콜은 슈미트가 남긴 안보 기조를 그대로 계승했다. 그는 레이건 대통령의 강경한 대소 정책에 협력하며 소련을 압박하는 동시에, 1985년 집권한 고르바초프의 개혁 노선과 맞물려 군축 협상의 돌파구를 열었다. 그 결과, 1987년 INF 조약이 체결돼 사거리 500~5500㎞의 지상 배치 핵미사일이 전면 폐기되는 역사적 합의가 이뤄졌다. 이로써 독일은 냉전의 핵 위협으로부터 해방되는 동시에 통일의 환경을 마련할 수 있었다. 콜은 안보를 기반으로 통일 독일의 총리가 되었을 뿐만 아니라, 프랑스 미테랑 대통령과 손잡고 유럽 단일통화 도입을 추진한 마스트리흐트 조약의 설계자가 됐다. 이는 독일이 단순히 통일을 이룬 나라에 그치지 않고, 유럽의 중심국가로 도약하는 길을 열어줬다.

독일 통일은 결코 교류정책만의 산물이 아니었다. 서독 지도자들은 강력한 안보와 동맹 위에서 동서 화해를 추진했다. 북핵시대를 맞은 한국도 북한과의 교류와 협력이 필요하지만 성과를 내려면 균형된 핵억지력과 확고한 한미동맹 위에 서야 한다는 교훈을 잊어서는 안 된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부캉이가 남기고 갈 ‘북항 활성화·기후 대응’ 숙제
  2. 2아파서도, 부적응도 아니다…고교 자퇴 71% ‘내신 세탁용’
  3. 3세입자 보증금 안 준 前 금정구의원…추가 피해 확산
  4. 4구·군 부단체장 출퇴근 의전 논란, 부산 5곳 폐지 결정…4곳은 “고수”
  5. 5민주항쟁사 한 폭에 담은 작가 “부마정신 헌법에”
  6. 6부산국제영화제 11년 만에 ‘관객 20만’ 재돌파
  7. 7김도영의 KIA냐, 오스틴의 LG냐
  8. 8[속보] 김민석 "'조희대 탄핵 추진' 논의 공식화"
  9. 9부산TP 수장 중기부 승인…신임 기관장들 내주 취임
  10. 10[정가 인&아웃] 지역현안 해결사 이헌승 국힘 부산 국회의원, 국제신문 회생에도 팔 걷어
  1. 1[속보] 김민석 "'조희대 탄핵 추진' 논의 공식화"
  2. 2[정가 인&아웃] 지역현안 해결사 이헌승 국힘 부산 국회의원, 국제신문 회생에도 팔 걷어
  3. 3北, 잠수함발사 전략순항미사일 2종 시험발사(종합)
  4. 4李대통령 지지율 39%, 하락세 멈췄다…민주 36% 국힘 27%
  5. 5李대통령 “국무회의 비공개 동의못해…할말 못하는 국무위원 없다 확신”
  6. 6‘신천지 與 입당 정황’ 친청계 반발…“김 대표, 조사 과정 제대로 밝혀라”(종합)
  7. 7강훈식 다음 수순은 서울시장 출마?(종합)
  8. 8北 "전날 동해서 2종 잠수함발사 전략순항미사일 시험발사"
  9. 9신임 靑 비서실장에 임광현 국세청장(종합)
  10. 10김민석 격주 부산행 PK 민심잡기…부마항쟁 기념식 찾는다
  1. 1부산TP 수장 중기부 승인…신임 기관장들 내주 취임
  2. 2부산 이전 1차 공공기관 4곳, 수도권에 여전히 495명 잔류
  3. 37.5% 폭락 ‘녹아내린 코스피’…7000서 7일 만에 5500으로(종합)
  4. 4누리호 탄 군집위성, 발사 14시간 만에 첫 지구 촬영 성공
  5. 5‘신뢰 시그널’ 없는 증시…외인 이달만 18조 투매
  6. 640돌 수산무역협회도 부산시대 연다
  7. 7부산항에 석유 보세구역…북극항로 선박연료 생산·공급
  8. 8모건스탠리 “고물가 고착화 위험에 한은 내달 금리 올릴 듯”
  9. 9AI 투자 회의론 고개…글로벌 반도체주 ‘먹구름’
  10. 10커피향 가득한 미래 작가들 ‘사랑방’
  1. 1부캉이가 남기고 갈 ‘북항 활성화·기후 대응’ 숙제
  2. 2아파서도, 부적응도 아니다…고교 자퇴 71% ‘내신 세탁용’
  3. 3세입자 보증금 안 준 前 금정구의원…추가 피해 확산
  4. 4구·군 부단체장 출퇴근 의전 논란, 부산 5곳 폐지 결정…4곳은 “고수”
  5. 5민주항쟁사 한 폭에 담은 작가 “부마정신 헌법에”
  6. 6“장림항 레저보트 철수명령 정당” 대법 확정
  7. 7예고 임용강사·학원장 겸직, 전국서 부산예고 가장 높아
  8. 8거짓자백 받았나…法, 17년전 ‘창원 택시기사 살인’ 재심청구 인용
  9. 9불법정치자금 수수 혐의, 배재정 전 의원 실형 구형
  10. 10투표자수 허위 25곳 추가 확인…특검, 부산 선관위 등 7곳 압색
  1. 1김도영의 KIA냐, 오스틴의 LG냐
  2. 2득점은 킹, 리바운드는 롱…KCC 살릴 ‘믿을맨’ 찾았다
  3. 3자금 숨통 틔웠다…LIV골프 살아날까
  4. 4[뭐라노] 롯데, 이젠 성찰할 때
  5. 5프로야구 역대급 흥행에도 쪼그라든 ‘거인 팬심’
  6. 6인종차별 당한 엄지성…英 경찰 수사
  7. 7거인 3년 연속 7위…레이예스·한동희는 날았다
  8. 8황성빈은 첫 도루왕…끝까지 뜨거웠던 타이틀 경쟁
  9. 9한화, 새 사령탑에 류지현…3년 20억원
  10. 103년 無가을로 계약 만료…김태형 감독 운명은?
우리은행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해운기업 유치, 해사법원 신설 “해양수도 부산 경쟁력 키울 것”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AI 시대, 부산 R&D의 대전환
원자력 청출어람, 스승을 가르치다
국제칼럼 [전체보기]
사라지는 것, 귀 기울일 것
열린 사회와 그 적들
기고 [전체보기]
배의 피부를 지키는 기술은 도장이다
거장은 떠나도, 오케스트라는 남아야 한다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여름날의 애상, 왈츠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다대포에서 만난 퇴계 이황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북극항로, 첫 배보다 중요한 것은 다음 배다
솔직할 수 있는 용기, 당신에게도 닿기를
도청도설 [전체보기]
은정이라는 이름
다시 영화의 시간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요추부 척추관협착증, ‘메포츠’로 극복하기
B형 간염 ‘바이러스 수치’에 ‘급여’ 맞춰야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캉이’ 스펙터클에서 공존으로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사설 [전체보기]
초대 중수청장, 내편 네편 아닌 국민편에 서라
지자체, 현수막 법 준수하고 실태부터 파악해야
세상읽기 [전체보기]
다민족 사회
부캉이가 북항에 던진 질문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두 미술관, 각자의 역할을 묻다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복지의 ‘필요 원칙’과 포퓰리즘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HMM 부산 이전, 해양수도의 시험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한국이 가진 자산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금가락지가 땅에 떨어진 형국, 곡전재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오스트리아 와인,빈의 시간을 마시다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거울 속의 외계인
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