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동쪽 서안 지구와 더불어 서쪽인 가자는 중동의 대표적인 화약고이자 분쟁지다. 부산의 절반에 못 미치는 360㎢ 면적에 200만 명 넘는 인구가 사는 가자 지구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와는 별개로 무장 단체인 하마스가 통치한다. 딱 2년 전인 2023년 10월 7일, 하마스 대원들이 이스라엘 영토를 기습 침투하며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발발했다. 이 지역은 오래전부터 지중해뿐만 아니라 육지의 삼면을 이스라엘이 막고 있어 ‘세계 최대의 감옥’으로 불린다. 이 전쟁 여파로 격렬한 전투가 수시로 벌어졌고 장벽 안의 주민들은 극심한 굶주림과 고통을 겪었다.
가자 지구와 서안 지구를 둘러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갈등과 분쟁은 뿌리가 깊다. 제1차 세계대전 때 아랍인과 유대인에 각각 국가 건설을 약속한 맥마흔 선언과 밸푸어 선언에서 비롯한 갈등은 이스라엘 건국 후 여러 차례 전쟁을 거치며 더욱 골이 깊어졌다. 급기야는 1990년대 라빈 총리 시절 이스라엘이 테러범 유입을 막겠다며 가자 지구 주변에 장벽을 쌓는 데 이르렀다. 삼면은 장벽으로 둘러싸이고 지중해는 물론 하늘까지 이스라엘이 막으니 섬처럼 고립된 영락없는 감옥이다. 하마스와 이스라엘의 전쟁으로 고통받은 건 팔레스타인 주민이다.
오랜 기간 분쟁이 이어져 온 가자 지구에 모처럼 평화가 찾아왔다. 양측의 휴전 합의에 따라 현지시간으로 지난 13일 이스라엘은 종신형을 선고받은 테러범 250명, 전쟁 발발 이후 2년간 체포된 가자 지구 주민 등 약 2000명을 석방했다. 하마스는 억류 중이던 생존 인질 20명 전원을 석방하고 인질 시신 4구를 인도했다.
이날 이집트 홍해의 휴양지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이집트 카타르 튀르키예 등 휴전 중재국 정상이 함께 ‘가자평화선언’에 서명했다. 이들 외에도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등 20여 개 주요국 정상과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 수반 등이 참석해 가자 지구 휴전과 평화 구상을 지지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양측 교전은 중단됐다. 하지만 하마스가 1단계 휴전 합의에서 약속한 이스라엘 인질 시신 송환이 늦어지면서 이스라엘이 가자 지구로 반입되는 구호품과 연료를 제한하기로 해 합의 이행은 시작부터 삐그덕댄다. 트럼프 대통령이 가자 평화 정상회의 연설에서 “중동에 마침내 평화가 찾아왔다”고 밝혔으나 정말 그런지는 두고 볼 일이다.
이진규 편집국 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