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사법개혁특별위원회가 14명인 대법관을 26명으로 증원하는 것을 골자로 한 사법 개혁안을 발표했다. 이와 함께 대법관 추천위원회 구성 다양화, 법관평가제 개선, 하급심 판결문 공개 확대, 압수수색 영장 사전심문제 도입 등도 개혁 과제로 제시했다. 법원 재판으로 기본권이 침해된 때 헌법재판소에서 다시 심사하는 사실상 ‘4심제’ 도입을 의미하는 재판소원 제도 공론화도 예고했다. 민주당 김기표 의원과 지도부 공동발의 형태로 진행한다.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이 20일 국회에서 사법개혁안을 발표하고 있다. 김정록 기자

국민 신뢰를 회복하고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는 사법 시스템 구축은 시급한 과제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의 언급처럼 사법부가 중립을 지키고 헌법적 가치를 실현하며 국민의 기본권 보장에 충실해야 한다는 원칙에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 그러나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번 사법 개혁안은 ‘개혁’으로만 볼 수 없는 부분이 있다. 바로 ‘사법 장악’ 위험성이다. 쟁점은 대법관 증원이다. 현재 대법관 중 조희대 대법원장을 포함한 10명이 이재명 대통령 재임 중 임기가 만료된다. 여기에 증원되는 12명을 더하면 이 대통령은 총 22명의 대법관을 임명할 수 있다. ‘자기 재판에 유리한 판결’ 때문에 대법관을 증원한다는 의혹이 나올 수밖에 없다. 사법부 독립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대법관 증원 규모나 임명 시기, 절차 등에 더 신중한 논의가 필요하다. 사법부가 예산과 공간 부족 등을 제기하며 대법관 증원을 막으려 한다는 비판이 있지만, 그보다는 사법부를 장악하려 한다는 근본적 의구심부터 해소하는 것이 우선이다.

법관 평가 제도 개선 역시 ‘사법부 길들이기’ 우려를 낳는다. 민주당 개혁안에 대한변호사협회 평가 반영, 법관 인사위원회 구성 변경 등이 포함됐다. 객관적이고 공정한 평가로 재판 질을 높이자는 취지는 좋지만, 자칫 정파적 이해관계에 따라 법관을 압박하고 독립성을 침해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다. 재판소원 제도 도입 논의는 사법부의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 법원의 최종 판단에 헌법재판소가 다시 심사하는 것은 헌법이 규정한 3심제를 넘어선 ‘4심제’ 도입으로 해석될 여지가 크다. 문형배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협상의 법칙’을 강조했듯이 사법 개혁은 일방적인 주장이 아닌 사법부 당사자의 목소리를 충분히 담아 신중한 합의로 진행해야 한다. 법원이 ‘헌법 아래 기관’이라는 정 대표의 발언에서 느껴지듯 ‘길들이기’ 시선은 걷히지 않는다.

사법 개혁은 사법부 독립을 강화하고 국민 신뢰를 회복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정 대표의 주장처럼 사법 개혁에 반대하는 것을 ‘부정한 판결’을 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고 단정하는 것은 위험한 이분법이다. 사법 개혁의 진정성을 확보하고 국민적 지지를 얻기 위해서는 ‘개혁 필요성’을 넘어 ‘어떻게 사법 독립을 보장하면서 개혁을 이룰 것인가’에 해답을 제시해야 한다. 개혁 성패는 과정의 민주성과 중립성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