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4일 국무회의 모두발언을 국정감사 이야기로 시작했다. 이재명 정부 첫 국정감사 이틀째인 이날 많은 장관이 국회 상임위원회별 감사에 참석하며 차관들이 대신 국무회의에 나왔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국정감사는 국회의 중요한 활동 중 하나”라며 “국회가 국민을 대리해 국정을 감시하고 행정부와 사법부를 견제하는 일은 헌법이 정한 국회의 의무이자 권한인 만큼 정부도 적극적으로 협조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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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명 정부 첫 국정감사가 중반전에 들어선 가운데 김현지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과 조희대 대법원장을 둘러싼 여야 공방이 고조되고 있다. 사진은 국감을 하루 앞둔 지난 1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앞 대기장소에 대법원 등 피감기관 직원들이 붙여 둔 종이에 기관명이 적혀 있다. 국제신문DB |
국회 17개 상임위는 총 834개 기관을 대상으로 다음 달 6일까지 감사를 벌인다. 핵심을 찌르는 질문과 성실한 답변은 정책 완성도를 높인다. 국정 운영 실태를 보다 정확히 파악하고 입법 활동과 예산 심사를 위한 자료와 정보를 획득하며, 국정 감시·비판을 통해 잘못된 부분을 적발·시정하는 국정감사 순기능이다. 국감 활동을 공개하고 강제성을 띠는 이유이다. 하지만 올해도 ‘정책 국감’ 다짐이 무색하다. 막말과 난장판, 비정상 국감이다.
그 바탕엔 여야의 천양지차 속셈이 깔렸다. 더불어민주당은 ‘내란 청산’과 개혁 완수가 목표다. 행정부와 입법부를 장악한 힘으로 사법개혁까지 밀어붙이고자 한다. 힘자랑 말라는 충고에 오히려 가속 페달을 밟는 듯하다. 국민의힘은 입법 폭주에 브레이크를 걸어보겠다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관계가 부담이다. ‘내란 정당’ 프레임이 여전하다. 국감과 예산 정국을 거치면 내년 6월 지방선거다. 지지층을 묶고 중도층을 흡수하는 시험대가 국감이다.
중반전으로 접어든 국감은 김현지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을 두고 ‘꼼수’ ‘스토킹’ 논란이 고조되는 모양새다. 국민의힘은 총무비서관이던 김 실장이 국감 출석 의무가 없는 자리로 이동하자 ‘최측근 실세의 꼼수’라며 화력을 집중한다. 민주당은 김 실장을 압박하는 국민의힘에 대해 정쟁을 위한 ‘스토킹 국감’이라며 반박한다.
이 문제는 지난달 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결산소위에 당시 총무비서관이던 김 실장이 불참하면서 불거졌다. 대통령실 예산을 총괄하는 총무비서관의 예결위 결산소위 불참은 2008년 이후 17년 만이다. 대통령실이 같은달 29일 그를 부속실장으로 발령내면서 국감 쟁점으로 떠올랐다. 김 실장이나 대통령실이 논란을 자초한 셈이다. ‘권력 실세’의 오만함으로 비칠 여지를 만들었다.
김 실장은 이 대통령과 시민운동 시절부터 호흡을 맞춘 ‘성남·경기 라인’ 핵심 측근이다. 대통령실 참모진 재산공개 때 ‘11억8300만 원 재산’ 신고를 빼면 신상이나 학력 등 실체가 오리무중인 그다. 인사·종북 의혹 등 야당 공세가 거칠다. 사정이 이러니 김 실장이 다음 달 6일 운영위원회 대통령실 국감에 나가 결자해지 해야 마땅하다. ‘정부의 협조’엔 대통령실도 예외가 아니다.
이 대통령 국무회의 발언 가운데 ‘삼인성호(三人成虎)’가 있었다. ‘세 사람의 말이 호랑이를 만들어 낸다’는 뜻으로, 근거 없는 말이라도 여러 사람이 말하면 곧이듣게 됨을 이르는 고사성어다. 이 대통령은 “가짜 정보로 사람들의 판단을 흐리는 선동이 많아졌고 삼인성호처럼 없는 말을 지어내기도 한다”고 비판했다. 전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조희대 대법원장 태도를 빗댄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 발언 취지와 무관하게 김 실장 상황을 대입하면 야당의 공세를 맞받아 칠 기회 아닌가. 따지고 보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감에서 빚어진 민주당 김우영 의원과 국민의힘 박정훈 의원 사이의 ‘찌질한 놈’ 공방도 김 실장에서 비롯됐다.
지난 13일과 15일 대법원에 대한 국감 파행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추미애 법사위원장을 필두로 민주당 의원들은 조 대법원장을 겨냥해 대선 개입 의혹을 추궁했다. 이와 관련, 같은 당 내부에서도 지적이 잇따랐다. ‘차분하게 국민이 궁금해하는 질문을 던져 조 대법원장 답변을 끌어냈어야 한다’는 박수현 민주당 수석대변인 발언이 예다. 윤 전 대통령 내란 재판의 공정하고 신속한 진행 다짐과 이 대통령 공직선거법 사건 파기환송심 관련 경위 파악이다. 이렇게 이 대통령 사건을 대선 직전 이례적인 속도로 파기환송한 경위를 드러내는 것이 바로 국감의 효능감이다.
특히 무소속 최혁진 의원이 내민 ‘조요토미 희대요시’ 사진은 ‘워스트 넘버 원’ 후보다. 조 대법원장 얼굴과 도요토미 히데요시를 합성한 이 사진은 인격 모독이자 국회 품격 자해다. 말이든 행동이든 한편에서 ‘사이다’란 지지를 받는다면 다른 한편에선 ‘고구마’라고 지탄을 받을 수 있다. 그래서 정치에 품격이 필요하다.
지난해 국감이 성과가 있었다는 국민은 10명 중 2명 꼴이었다(한국갤럽). 김 실장과 조 대법원장 갈등을 풀고 산적한 국내외 현안에 머리를 맞대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면 이 수치는 더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정상도 논설주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