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내년도 정부 예산안을 설명하는 시정연설을 4일 국회에서 가졌다. 이재명 정부 첫 본예산안으로, 시정연설은 지난 6월 추경에 이어 두번째다. 이 대통령이 728조 원 규모 ‘슈퍼 예산안’에서 특히 강조한 부분은 인공지능(AI)이다. “AI 시대에는 하루가 늦으면 한 세대가 뒤쳐진다”며 ‘AI 3대 강국’을 목표로 파격적인 예산(10조1000억 원)을 투입해 ‘AI 고속도로’를 깔겠다고 다짐했다. 인재 1만1000명 양성,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 1만5000장 구입 등이 시작이다. 이 대통령은 “AI 시대를 여는 대한민국의 첫번째 예산이자 격변하는 세계 무역 질서 속에 국가 생존을 위한 전략”이라며 초당적 협력을 당부했다. 하지만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편성한 728조 원은 역대 최대 규모다. 지난해에 비해 8.1%나 늘어났다. 여기엔 AI 시대를 선도하기 위한 예산뿐만 아니라 자주국방 실현과 미국의 방위비 분담 압력에 선제 대응하기 위한 국방비(66조3000억 원), 직전 정부에서 대폭 삭감했다가 확대 복원된 연구개발(R&D)비(35조3000억 원), 취약계층 보호, K-컬처 육성, 지방 지원 확대를 통한 국가균형발전 등 항목이 대거 포함됐다. 소비쿠폰 발행에도 내수가 여전히 부진하고 경제성장률이 0%대로 내려앉을 우려가 있어 그 어느 때보다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는 하다.

그러나 확장 재정의 부작용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단기적으로는 약발이 먹힌다 해도 장기적으로 미래 세대 부담으로 남을 가능성이 커서다. 내년도 정부 지출은 올해에 비해 8% 이상 늘어나는 데 반해 수입은 3.5% 증가에 그친다고 한다. 내년 적자국채 발행 규모는 약 110조 원으로, 이 경우 정부 부채는 1415조 원으로 불어난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올해 48.1%에서 내년 51.6%로 사상 처음 50%를 넘어서게 되는 것이다. 지난달 한미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대미 3500억 달러(500조 원) 투자 방식이 외환 이자를 활용한 장기 분할이라곤 하지만, 이 또한 어떤 식으로든 재정 압박 요인으로 작용할 게 뻔하다. 그런데도 내년 슈퍼 예산 속에는 지역사랑상품권, 농어촌 기본소득 등 논란거리가 적지 않다.

대통령의 시정연설을 더불어민주당은 환호하고, 제1 야당인 국민의힘은 아예 보이콧 했다. 내년도 예산안을 놓고 여야가 어떤 태세를 취할 지 보여주는 예고편이다. 국민의힘은 이재명표 선심 예산을 대거 삭감하겠다고 벼르는 상황이다. 예산안은 5일 공청회를 시작으로 심사가 본격화한다. 여야가 죽일 듯 싸우다가도 지역구 민원성 쪽지 예산은 서로 밀어 넣어 최종 예산이 처음보다 오히려 늘어나는 일이 다반사였다. 여야는 어떤 형태든 사심을 배제하고 국민만 생각해야 한다. 그래서 거의 매년 반복되는 예산안 처리시한 미준수 기록이 이번에는 깨지기를 바란다. 부산시 역시 예산 누락이 없는지 끝까지 살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