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제2 관문공항으로 기대를 모으는 부산 가덕도신공항 부지공사 공기가 다시 산정됐다. 종전 84개월(7년)에서 22개월 늘어난 106개월(8년10개월)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21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연약지반 안정화 기간을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는 전문가 의견 등을 반영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공사비도 10조5000억 원에서 10조7000억 원으로 증가했다. 국토부는 연내 입찰 공고를 내고 내년 하반기 착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계획이 차질없이 이행되더라도 신공항 개항은 오는 2035년이 된다. 애초 계획(2029년 12월 개항, 2032년 준공)에 비하면 최소 6년 늦어진다.

부산 강서구 가덕도 남단에 들어설 예정인 가덕도신공항의 완공 후 이미지. 부산시 제공

가덕도신공항 부지공사와 관련해 부산 울산 경남 주민이 가장 의아하게 생각하는 대목은 공사기간이다. 2023년 국토부 기본계획에는 84개월이면 공사가 가능하다고 되어 있다. 무려 153억 원을 들여 1년 8개월간 전문가 회의를 60여 차례나 열고 내린 결론이다. 당시에도 10조 원짜리 해상공항을 만들기에는 도전적인 목표라는 지적이 없지 않았지만 첨단공법을 적용하면 가능하다는 국토부의 말을 믿었다. 그런데 이제 와서 106개월은 돼야 한다고 하니 혼란스러운 것이다. 31차례 내부 검토, 16차례 전문가 자문단 회의, 2차례 업계 간담회를 거친 결과라곤 하지만 2년 전과 어떤 부분이 결정적으로 달라 이런 판이한 결론에 이르렀는지는 불투명하기만 하다. 부산시장이 “자기모순적”이라고 비난한 이유이기도 하다.

현대건설컨소시엄이 부적격 공사계획서로 파란을 일으킨 게 올 4월이다. 지난 7개월간 부울경 주민은 하루 속히 재입찰을 실시하라고 촉구했으나 국토부는 미적대는 듯한 인상을 준 게 사실이다. 심지어 절차 지연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현대건설 제재조차 망설이는 모습이었다. 106개월은 현대건설이 제시한 108개월과 차이가 거의 없다. 입찰이 2~3차례 유찰될 때 전향적으로 공기 연장을 검토했더라면 지금 같은 허송세월은 없었을 수 있다는 뜻이다. 특히 국토부의 이번 공기 변경안은 건설사들이 요구했던 초기 조건과 유사하다. 대규모 토목공사를 감당할 건설사가 국내에 많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재입찰 과정에서 또다시 업계 입김에 휘둘릴 우려가 없지 않다.

가덕도신공항 건설이 2030세계박람회(월드엑스포) 유치 문제와 연계되는 바람에 서둘러 추진된 건 사실이다. 그러나 엑스포 유치가 무산됐다고 해서 공항 건설이 언제까지나 지연될 수 있는 사안은 더더욱 아니다. 김해공항 국제선은 연간 1000만 명이 이용할 만큼 수용 한계에 부딪혀 있고 지형적 악조건으로 지금도 위험천만한 선회 곡예 비행이 이뤄지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안정화 조기 마무리로 공기 단축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2035년이라는 개항 목표가 앞당겨질 수 있음을 시사한 발언이다. 부울경 주민의 실망감은 이미 극에 달해 있다. ‘연내 입찰, 내년 착공’ 약속만은 지켜져야 한다. 정말로 지체할 시간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