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 관련 분쟁을 전담할 해사법원이 부산과 인천에 각각 설립되고 관할지역은 각각 남과 북으로 나뉘게 됐다. 부산이 해사법원 유치에는 성공했으나 해양사법 주도권은 인천에 빼앗기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졌다. 여야는 지난 2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 1소위원회에서 여야 의원이 발의한 ‘해사법원 설치법’을 병합심사하고 이 같은 구조를 유력하게 검토했다. 지역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고 관할지역을 남북으로 나눈 것은 행정 편의주의이자 수도권 중심적인 발상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주장이 거세다. 부산해사법원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빈껍데기가 되지 않도록 제도적 보완을 서둘러야 하겠다.

여야가 부산과 인천에 설치되는 두 해사법원의 관할 지역을 남과 북으로 나누면서 부산해사법원 역할 축소가 우려된다. 사진은 부산항 전경. 아이클릭아트 사진

해사법원 설립을 처음 추진한 것은 부산이다. 2011년 부산지방변호사회가 관련 용역을 발주하면서다. 전국 해양수산 기관·단체·기업의 70%와 대형 해운선사의 해양·선박 관리 부문이 부산에 있는데도 해사 사건을 처리할 전문법원이 없어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해외에서 소송을 진행하느라 연간 3000억 원 이상의 법률 비용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것도 문제다. 이런 이유로 부산 사회가 해사법원 설립을 추진했는데 인천이 뒤늦게 유치에 뛰어들면서 해사법원 부산 단독 설립이 어려워졌다. 국회안대로라면 법원행정처는 부산법원은 국내 해사사건 중심, 특히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에 따라 해사행정사건이 부산에 몰려서 특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해외 분쟁이 잦은 해사 업무 특성상 국제사건은 인천 해사법원으로 집중될 전망이다. 인천이 뒤늦게 ‘숟가락 얹기’로 더 큰 이익을 보게 된 셈이다.

해사법원 관할 구역은 형식적으로는 부산(9곳)이 인천(6곳)보다 넓다. 하지만 인천이 서울·경기 등 수도권을 관할하면서 사실상 대부분 사건을 맡는 구조가 됐다. 해사사건 특성상 대형 로펌과 국제 법률서비스가 필요한 경우가 많다. 주요 대형 로펌과 해운선사와 물류회사 본사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는 상황에 관할 구역을 인천에 두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다. 부산 정치권과 시민사회가 나서 이를 조율하거나 수도권 중심으로 사건 쏠림을 막을 제도적 장치를 만들어야 하겠다. 부산에만 항소심 법원을 두는 방안이 한 예다. 이처럼 관할 지역을 나눈 것은 부산을 글로벌 해양수도로 키우겠다는 이재명 정부 구상과도 맞지 않다. 부산은 세계 7위 컨테이너 물동량, 세계 2위 환적항 등을 자랑하는 해운도시다. 한국 해양산업 현장이 부산인데 주요 해사사건을 인천에서 처리하면 부산 해사법원은 빈껍데기로 전락할 수 있다.

부산 정치권은 허울뿐인 부산 해사법원이 되지 않도록 후속 대책 마련에 힘을 쏟아야 마땅하다. 이와 함께 정부는 이재명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놓았던 HMM 부산 이전을 서둘러야 하겠다. 대형 해운기업 본사가 부산에 몰리면 해사사건도 따라온다. 부산 해사법원이 제 역할을 하려면 중앙해양안전심판원 등 해수부 산하 공기관의 부산 이전은 필수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