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어(遊漁)낚시는 어업인의 생업 목적이 아닌 놀이를 목적으로 하는 낚시를 말한다. 날씨가 추워지는 이맘때 유어낚시를 즐기는 이들은 배를 타거나 갯바위를 찾아 주로 감성돔 낚시를 즐긴다. 낚시인들은 겨울 초입부터 1년 중 조수간만의 차이가 가장 큰 음력 2월의 영등철에 잡는 감성돔을 최고의 어종으로 꼽는다. 이 때 낚이는 감성돔 평균씨알은 40㎝ 이상 대물급이기에 해마다 감성돔 최대어 기록 경신이 이루어지는 시기이다. 낚시인들은 대물 감성돔을 잡기 위해 쉴새 없이 밑밥을 뿌리고, 크릴새우 옥수수 경단 등 다양한 미끼를 사용한다.

하지만 최근 유어낚시를 통해 잡히는 어종이 줄고, 열대성 어종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립수산과학원이 1971년 창간된 낚시 정보지 ‘월간 낚시춘추’의 54년간(1971년 3월 창간호부터 현재까지) 유어낚시 정보를 데이터베이스(DB)화 해서 한반도 유어낚시의 변화 양상을 분석했더니 총 253종의 낚시 대상종이 확인됐다. 대상종 수는 1971년 17종에서 2011년 96종으로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이후 2024년 56종으로 감소했다.

지구 온난화로 수온이 증가하는 등 서식 환경이 변하면서 2010년 이후에는 구갈돔 민전갱이 호박돔 등과 같은 아열대성 어종과 갈돔 홍바리 실꼬리돔 등 열대성 어종의 출현이 증가했다. 수과원은 어종의 서식 환경을 한대·온대·아열대·열대성 등 4가지 특징으로 분류했다. 방어류(부시리) 낚시 어장 확대도 눈에 띈다. 최근 어획량이 증가하고 있는 방어류 낚시 어장은 2000년 이전에는 남해안에 국한되어 있었으나 그 이후에는 우리나라 전 해역으로 확대된 것으로 파악됐다. 최근 한반도 주변 해역의 평균수온은 구로시오 해류의 세력 확장 등으로 지난 30년간 약 1.2도 상승했다.

수과원은 유어낚시 변화 양상 분석과 더불어 낚시 어종의 표준 국명 가이드라인을 제작해 해양수산부 수산자원정책 부서 및 낚시잡지사에 제공할 계획이다. 과거 장기간의 낚시 데이터를 참고해 과학 기반의 유어낚시 관리 정책을 지원하는 데도 활용한다. 수과원은 이러한 정보를 분석하고 데이터를 수산자원 변동 및 기후 변화의 영향을 파악하는 데 유용하게 활용할 방침이라고 한다. 이 데이터는 단순한 낚시 기록에 그치지 않는다. 지구 온난화로 인한 해양 환경 변화를 포착한 반세기 동안의 귀중한 과학 자료로 가치를 재평가할 수 있다. 낚시인들의 기록은 기후변화 시대에 지속 가능한 어업을 위한 필수적인 데이터 자산인 셈이다.

장호정 해양수산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