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인플루엔자) 확산세가 심상치 않다. 질병관리청은 올해 46주차(11월 10~16일) 독감 의심 환자가 외래환자 1000명당 66.3명으로, 직전 45주차(50.7명)보다 30% 이상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4.6명)에 비하면 14.4배에 이르는 수치다. 독감 증세를 보이는 환자는 7~12세(170.4명)가 가장 많고 13~18세(112.6명)와 1~6세(105.6명)가 뒤를 잇는다. 영유아 어린이 청소년을 중심으로 집중적인 확산세를 보이는 것이다. 43주차(10월 20~26일)부터 시작한 폭증세로 미뤄 다음달에는 더 심각해질 가능성이 높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을 제외하면 최근 10년 새 최대 유행 조짐이다.

이달 초 부산 수영구 모 어린이병원이 독감 진료를 받으려는 환자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국제신문 DB

질병관리청이 독감 유행주의보를 발령한 건 지난달 17일이다. 통상 12월에 내리는 조치를 두 달이나 앞당긴 것이다. 그만큼 이번 겨울 독감 유행이 빨리 시작했고 전파력도 어느 때보다 강하다. 올해 독감이 유난히 오랫동안 기승을 부릴 가능성이 높다는 게 질병관리청 전망이다. 유행이 한달 이상 지속되는 동안 변이도 이미 여러 개 발생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독감의 이른 유행은 국내 뿐만 아니라 일본 홍콩 대만 등 주변국도 비슷한 양상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완전 정상화된 해외 관광 교류가 인플루엔자 확산을 부추긴 측면이 없지 않다. 방역 경각심도 몇년 전과 비교해 현저히 무뎌졌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독감 확산세가 올해는 10대 이하 연령대(유아 어린이 청소년)에 유독 심하다는 점이다. 학교마다 결석생이 속출하고 소아과는 연일 북새통이라고 한다. 이 나이대에는 증상이 경미하더라도 바이러스 배출량이 상대적으로 많아 빨리 널리 확산시키는 경향이 있다고 알려졌다. 어린이집 유치원 학교 등과 같은 좁은 곳에서 밀집 생활을 하는데다 성인과 달리 개인 위생 관리에는 서툴러 감염병에 훨씬 취약하다. 부산교육청과 일선 학교가 방역과 예방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지만 근본적인 대책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현재 독감 백신 접종률은 성인의 경우 74% 수준까지 올라간 반면, 13세 미만 어린이는 60% 정도에 그친다. 독감 예방의 지름길은 백신을 통해 개개인 면역력을 기르는 것이다. 몇 가지 변이가 생겼다고는 하나 백신 효과를 무력화할 만큼은 아니라고 한다. 항체가 생기는데 최소 2주가 걸린다. 지금이라도 백신을 맞으면 12월 대유행에는 충분히 대비할 수 있다. 면역력이 약한 노령층은 말할 필요도 없고 학령기 청소년과 청장년층도 백신 접종을 서둘러야 하는 이유다. 특히 초중고등학생의 경우 겨울방학까지 아직 한달 이상 남았다. 이 기간 철저한 방역 위생 관리로 추가 확산을 막아야 한다. 독감 외에 코로나19,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 등 다른 호흡기 감염병도 유행 중이다. 잠깐의 방심이 개인과 지역 사회에 어떤 악영향을 미치는지 코로나19 팬데믹이 남긴 교훈을 잊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