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가 내놓은 가덕도신공항 개항 로드맵을 두고 후폭풍이 만만찮다. 공기 연장과 개항 지연에 따른 국토부 책임론이 들끓고 있다. 국토부는 지난 21일 가덕도신공항 부지 조성 공기를 기존 84개월(7년)에서 106개월(8년10개월)로 늘리고, 2035년 개항을 목표로 하겠다고 발표했다. 부산시민단체협의회 등 20개 시민단체가 모인 ‘신공항과 거점항공사추진 부산시민운동본부’는 24일 기자회견을 열고 “국토부 결정은 부울경 주민을 기만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부울경 지역 12개 단체가 모인 가덕도허브공항시민추진단 역시 “과거 정권과 정치권이 엑스포 일정에만 몰두해 수요예측도 고려하지 않은 계획을 강행하다 결국 84개월에서 106개월로 늘어나는 결과를 낳았다”고 비판했다.

국토부가 내놓은 가덕도신공항 개항 로드맵을 두고 시민 반발이 드세다. 사진은 가덕도신공항 홍보 영상. 연합뉴스

시민단체의 불만과 불안은 당연하다. 이재명 대통령은 가덕도신공항의 신속한 추진과 2029년 개항을 약속했다. 그런데도 ‘개항 6년 지연’을 결정한 국토부는 사과 한마디하지 않고 있다. 국토부가 내놓은 공사기간 연장 근거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국토부는 전문가 토론과 충분한 검증을 거쳐 도출된 84개월짜리 기본계획을 스스로 부정하고 106개월 안을 내놓은 것이다. 이는 지난 5월 사업 불참을 선언한 현대건설이 요구한 108개월(9년)보다 고작 2개월 줄어든 것이다. 후속 절차를 신속하게 진행하라는 부산시와 시민사회 요구에도 재입찰 방침을 발표하기까지 7개월을 끌었다. 공사 지연으로 전체 사업에 차질을 빚은 데 대한 책임자 사과와 문책이 필요한 이유다.

국토부 발표가 나오자 서울에 본사를 둔 수도권 언론들은 가덕도신공항 딴지걸기에 나섰다. 수요가 확실하지 않은 공항을 ‘정치 포퓰리즘’ 때문에 무리하게 추진하지 말고 원점부터 재검토하라는 억지주장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가덕도신공항 개항은 균형발전과 남부권 국가 성장축 구축을 위해 필요한 국가프로젝트다. 올해 김해공항 국제선 이용객은 연말께 1000만 명을 웃돌 전망이다. 항공 수요는 증가하는 데 공항 인프라는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 인근 돗대산때문에 선회접근을 하는 민항기가 늘면서 사고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가덕도신공항은 24시간 운항이 가능하고 안전한 공항을 지향한다. 가덕도신공항 개항 지연으로 공항 철도 항만이 어우러지는 트라이포트 구축 사업이 속도를 내지 못하는 점도 유감스럽다.

부울경 주민의 불만과 불안을 달랠 방법은 하루빨리 가덕도신공항을 착공해 사업을 정상궤도에 올려놓는 것이다. 부산상공회의소는 이날 재입찰 발표가 연내 이뤄진 것은 사업 정상화 출발점이라 평가했다. 가덕도신공항 건설 지연은 부울경뿐만 아니라 국가적 손실이다. 국토부는 ‘연내 입찰, 내년 착공’ 약속을 반드시 지키고 혁신 기술을 도입해서라도 공기를 최대한 단축해 개항 시기를 앞당겨야 하겠다. 내년 지방선거를 빌미로 착공을 늦추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