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항 신항 수리조선 민간투자사업이 좌초될 위기에 빠졌다. 정부는 지난 25일 부산항 신항 수리조선 민간투자사업 지정 취소안을 심의·의결했다. 취소 배경은 사업 방식이다. 7개 사로 구성된 부산항신항수리조선㈜은 해양수산부가 공고한 BTO(수익형 민자사업) 방식에 이의를 제기했으나 수차례 열린 분쟁 조정은 실패했다. 사업자는 BTO-a(손익공유형 민간투자) 방식으로 변경할 것을 요구한다. 시설을 조성해 정부에 기부채납하고 일정 기간 운영·관리를 맡는 방식은 BTO와 동일하지만, BTO-a 방식은 정부가 최소사업운영비를 보장하고 초과 이익에 대해 사업자와 공유한다. 일종의 안전장치를 만들어달라는 것이 사업자의 요구다. BTO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하면 비용대비가치의 수치가 -20%로 나와 수익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것이다.

부산 영도구 수리조선소의 작업 모습. 국제신문 DB

수리조선단지는 부산항 신항을 글로벌항만으로 발돋움시키는 핵심 전략이다. 지난 19일 부산상공회의소에서 열린 ‘해양수도 부산’ 비전 실현을 위한 간담회에서 전재수 해수부 장관은 HMM을 비롯한 해운 대기업 본사를 부산에 유치하는 동시에 수리조선단지 조성과 벙커링·선용품·선박정비 산업 집적화를 약속했다. 부산을 단순한 환적항을 넘어 고부가가치를 지닌 조선해양 서비스 허브로 도약시키겠다고 강조했다. 전 장관의 발표가 나온 지 채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해수부는 민투사업 취소안을 의결했다. 장관은 단지 조성을 약속하고 부처는 사업을 취소시키는 심각한 엇박자가 드러났다. 정부의 글로벌항만 조성이 말뿐인 선언이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단지가 건립되면 부산항은 하역료 출혈 경쟁에서 벗어나 고부가가치 항만으로 거듭날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국내 선박수리 조선소는 영세해 3만t 급 이상 대형선박을 맡을 수 없다. 이 때문에 대형 국적 선박은 수리를 위해 중국과 싱가포르 등 해외로 나간다. 또 신항 인근 명지녹산국가산단에 조선기자재 업체가 포진해 수리조선과의 시너지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북극항로 시대가 열리면 부산은 쇄빙선과 대형 화물선의 모항이 될 가능성이 커진다. 수리조선단지는 필수 시설이다.

수리조선단지는 무려 26년간 표류했다. 2009년 국토해양부의 신항만 건설기본계획에 처음 반영돼 추진됐지만 사업 부지가 부산항 신항에서 가덕도 백옥포를 거치며 두 차례나 무산됐다. 그러다 2023년 해수부가 부산항 신항 수리조선단지를 민투사업으로 지정하면서 다시 급물살을 탔다. 올해 착공할 계획이었으나 사업 방식 분쟁을 조정하지 못해 원점으로 되돌아가는 모양새다. 해수부는 ‘비관리청 항만개발사업’으로 전환해 추진하기 때문에 사업 이 취소된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지만 애초에 민투사업으로 설계된 만큼 취소안 의결로 사업은 동력을 잃을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올해 말부터 해수부 부산 시대가 열린다. 해수부는 대승적인 관점에서 수리조선단지를 조속히 재검토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