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전면 시행된 고교학점제에 관한 교원단체와 학생의 부정적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교사노조연맹, 전국교직원노조,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등 교원 3단체가 부산 334명을 포함해 전국 1670명 고교생을 대상으로 ‘고교학점제에 관한 학생 의견’을 조사한 결과, 제도 개편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9월 교육부가 개선안을 내놓았으나 교사 행정 부담 완화에만 초점을 맞춰 미봉책이었다는 평가다. 교육부는 학생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실질적인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

고교학점제에 관한 학생들의 불만이 크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사진은 모의고사 치는 고교생들. 아이클릭아트 제공

고교학점제는 학생 스스로가 진로와 적성을 감안해 과목을 선택하고 일정 학점을 이수하면 졸업하는 제도다. 도입 취지와 달리 부산 응답자의 66.4%가 ‘고 1학생이 스스로 진로를 결정할 수 있는가’를 물었더니 부정적으로 답했다. 고등학교에 갓 입학한 학생이 자신의 진로를 결정하고 거기에 맞춰 과목을 선택하는 일은 어렵다. 학교 규모에 따라 개설할 수 있는 과목 수가 달라지는 데 대한 불만(85.2%)도 컸다. 진로와 적성에 맞는 과목을 선택하더라도 학교 사정에 따라 과목이 개설되지 않아 다른 학교로 수업을 들으러 가야하고 온라인 수업도 경쟁률이 치열하다. 아무리 좋은 취지라 해도 지역별로 학교 환경이 다른 데 똑같이 도입하는 것은 학습권 보장 원칙에 맞지 않다. 이런 혼란으로 인해 미이수제의 낙인이 찍힐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부산 응답자의 60.8%가 미이수 학생이 문제학생으로 여겨지고, 보충수업 형식의 ‘최소성취수준 보장지도’가 실제 학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52.1%)고 봤다. 최소성취수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해당 과목은 미이수 처리되고, 이수하지 못한 과목이 생기면 상위 학년으로 진급할 수 없다.

고교학점제 시행 후 진로선택과 변경, 내신 성적 압박감 등으로 자퇴를 적극 고민하는 학생이 37.7%나 된다는 점은 결고 가벼운 사안이 아니다. 제도 시행으로 사교육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학생들이 입시에 유리한 과목을 선택하려고 사설 컨설팅으로 몰린다. 학부모들의 사교육비 부담이 커지고 있는 셈이다. 교사들 역시 부정적이다. 교원 3단체가 교사 405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 90%가 제도 도입으로 스트레스와 불안이 늘었다고 답했다. 교원단체들은 최소성취수준 보장지도 및 미이수제 전면 폐지, 진로·융합선택 과목의 절대평가 전환 등을 주장한다. 이처럼 고교생 교사 학부모 모두 평가는 낙제점이다. 2020~2024년 시범운영을 거쳤음에도 교육 현장에서 여러 불만이 나오는 것은 제도 자체에 문제가 많다는 의미다. 백년대계인 교육 정책을 허술하게 준비한 교육 당국의 책임이 크다.

고교학점제는 주 대상자인 학생이 만족해야 제도의 실효성이 높아진다. 학생에게 불리한 교육 제도는 개선해야 한다. 교육당국은 학생이 지적하는 문제점을 철저히 분석해 현실적인 정책 개선안을 내놓아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