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법원행정처 폐지 등을 위한 사법행정 개혁 관련 법안 3건(법원조직법 변호사법 법관징계법)을 3일 발의했다. 법원행정처 대신 비법관이 다수 참여하는 사법행정위원회를 설치해 법관 인사 등을 결정하게 하는 일종의 사법부 견제구다. 지난 1일에는 윤석열 전 대통령 재판을 전담할 내란전담재판부 설치와 법 왜곡죄 신설 등을 규정하는 법안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위에서 처리했다. 민주당은 내란 종식을 위해 이들 법안을 연내에 반드시 처리한다는 입장이다. 법원이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에 대해 청구된 구속영장을 3일 기각하자, 민주당은 “사법 쿠데타이자 제2의 내란”이라며 사법부 공격 수위를 한층 높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사법불신 극복 및 사법행정 정상화 태스크포스(TF)’ 단장인 전현희 의원(맨 가운데)이 3일 서울 국회 의안과에 법원조직법·변호사법·법관징계법 개정안을 제출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이 사법개혁 명분으로 추진하는 각종 법안은 삼권분립을 흔드는 위헌적 내용이 대부분이다. 법원행정처 폐지와 사법행정위원회 설치의 본질은 누가 봐도 대법원장 힘빼기다. 조희대 대법원장 체제의 사법부가 대선 직전 이재명 당시 대통령 후보에게 유죄를 선고하면서 정부 여당과 사법부 간 갈등은 극에 달해 있다. 무엇보다 이는 ‘사법권은 법원에 속한다’는 헌법을 거스른다. 내란전담재판부도 재판부 무작위 배당 원칙에 위배되는 조치다. 판검사나 경찰이 법을 왜곡 적용하면 처벌하겠다는 법 왜곡죄 발상 역시 죄형법정주의에 어긋난다.

12·3 비상계엄을 선포해 온 국민을 혼란에 빠트린 책임을 묻기 위해 내란 재판이 진행 중이다. 이것으로 부족해 내란특검이 가동됐고 윤 전 대통령,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조태용 전 국정원장 등이 구속됐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3대 특검의 성과가 두드러지지 않자 2차 종합특검을 하겠다고 벼른다. 내란 가담 공직자 색출을 위해 ‘헌법존중 정부혁신 TF’까지 구성해 투서를 받는 중이다. 계엄에 조금이라도 관여한 사람은 모조리 발본색원하겠다는 태세다. 이재명 대통령까지 나서 “나치 전범처럼 처리해야 한다”(2일 국무회의) “아직 밝혀지지 않은 게 많다”(3일 ‘빛의 혁명 1주년, 대국민 특별성명’)고 하니, 민주당은 더욱 가속 패달을 밟는다. 이쯤 되면 민주당은 내란 종식이 아니라 내년 지방선거까지 내란 정국이 이어지기를 바란다고 봐야 할 것이다.

민주당이 말하는 진정한 내란 극복은 책임자들에 대한 합당한 처벌은 물론이고, 이런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국가 시스템을 개선하는 방향이어야 한다. 이 대통령이 수차례 공언했고 민주당과 국민의힘도 맞장구쳤던 권력분산 개헌이 그 한 방법이다. 그러나 이재명 정부의 1호 국정과제였던 개헌은 전혀 진척이 없다. 민주당은 헌법재판소가 윤 전 대통령 파면 결정문에서 ‘민주당의 전횡과 횡포’도 언급했던 사실을 잊어선 안된다. 비상계엄 선포가 아무리 무도한 짓이어도 이런 결과를 낳은 책임이 민주당에도 있음을 경고한 대목이다. 국민의힘 역시 추 의원 영장 기각이 면죄부가 아님을 깨닫고 제1야당의 존재 의미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