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사랑의열매 회장으로 취임한 이후, 매일같이 ‘나눔의 현장’을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느끼고 있다. 지역 곳곳에서 만난 시민의 따뜻한 마음은 단순한 금액의 기부를 넘어, 이웃을 살리고 공동체를 변화시키는 힘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희망2025나눔캠페인’에서 사랑의온도탑은 무려 130.5도까지 올랐다. 이는 부산시민의 뜨거운 연대의식이 만들어낸 기록이었다. 특히 역대 최악의 산불 피해로 어려움을 겪던 이웃을 돕기 위해 시민이 십시일반 모은 13억 5300여만 원의 성금은 부산의 품격을 보여주는 상징이었다.
우리는 모두 더불어 살아가는 따뜻한 사회를 꿈꾼다. 그 꿈이 단지 이상에 머무르지 않고 현실 속에서 실현되기 위해서는 ‘나눔’이라는 가치가 공동체의 일상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 나눔은 어려운 이웃에게 베푸는 선행을 넘어, 인간이 인간답게 살아가기 위한 사회적 약속이며, 공동체를 성숙하게 이끄는 힘이다.
필자가 회장으로 있으면서 만난 수많은 기부자 중 가장 어린 기부자는 2021년에 태어난 리온이다. 첫 돌을 맞아 기부를 시작한 리온이는 해마다 생일이 돌아오면 사랑의열매를 찾아와 기부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가 벌써 다섯 번째다. “나눔이 특별한 일이 아니라,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로 느껴졌으면 좋겠다”는 리온이 부모의 말이 인상 깊었다. 그 한마디 속에는 ‘아이에게 어떤 세상을 물려줄 것인가’에 대한 깊은 고민이 담겨 있었다.
그렇다면 나눔이 생활 속에 뿌리내리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바로 ‘나눔교육’이다. 정부나 기업의 제도적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공동체의 가치가 지속되려면 가정과 학교에서부터 나눔의 의미를 배우고 실천하는 교육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요즘 아이들은 디지털 기기에 익숙하고 혼자 노는 데 편안함을 느낀다. 그러나 이런 환경은 또래와의 정서적 교감과 사회적 연대 경험을 줄이는 결과를 낳고 있다. 함께 살아가는 경험이 부족한 시대일수록, 나눔교육은 아이들이 타인의 어려움을 공감하고 함께하는 기쁨을 배우는 중요한 통로가 된다. 작은 도움이라도 누군가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경험이 아이들의 인생관을 바꾸고, 그것이 성인이 된 이후에도 사회적 책임의식으로 이어질 것이다. ‘아이는 어른의 뒷모습을 보고 자란다’는 말이 있다. 부모가 먼저 나눔을 실천할 때,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그 모습을 따라 배운다. 가정에서부터 시작된 나눔의 씨앗은 사회 전체로 확산되는 가장 강력한 교육의 힘이 된다.
오늘날 우리 사회는 빠르게 변하고 복잡해지고 있다. 기술의 발전으로 삶은 편리해졌지만 반대로 외로움과 단절은 더 깊어지고 있다. 초고령사회, 1인가구의 증가, 청년층의 경제적 불안, 기후위기 등 다양한 사회문제가 공존하고 있다. 이러한 시대일수록 서로를 돌보는 사회적 연대가 절실하다.
정부와 기업, 시민이 각자의 자리에서 그 책임을 함께 나누어야 한다. 정부는 제도 안에서 복지 교육 보건 안전 등 국민 생활 전반을 지원하고, 소득 재분배와 사회안전망 강화를 통해 양극화를 완화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기업은 이제 단순한 이윤 창출의 주체를 넘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책임을 다하는 ‘시민 기업’으로 발전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 가정에서는 부모가 먼저 실천하는 나눔을 통해 아이들에게 삶의 본보기를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제2, 제3의 리온이가 많아질수록 우리 사회의 온도는 더 따뜻해질 것이다.
부산사랑의열매는 매년 사랑의온도탑을 세우고, ‘행복을 더하는 기부, 기부로 바꾸는 내일’을 슬로건으로 12월 1일부터 이듬해 1월 말까지 ‘희망2026나눔캠페인’을 전개한다. 아이가 보고 자라는 어른의 뒷모습이 따뜻할 때, 사랑의온도는 100도를 넘어 더 크게 끓어오를 것이다. 우리가 오늘 보여주는 모습은 내일을 살아갈 아이들의 기준이 되고, 그들이 배워갈 따뜻함은 곧 도시의 미래가 된다. 나눔을 삶의 언어로 삼는 도시, 그것이 부산이 나아가야 할 길이다. 아이들이 어른의 뒷모습에서 희망과 따뜻한 나눔의 마음을 배우는 도시, 그 이름이 ‘부산’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