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마다 입맛이 다를 터지만 우리 사회에는 뱀장어를 즐겨 먹는 사람이 많다. 기력 증진에 좋다고 알려져 있어서다. 뱀장어에는 눈 건강과 피부 탄력 유지에 도움이 되는 비타민 A가 풍부하다. 심혈관계 질환 예방에 효과가 좋다는 오메가-3 지방산도 다량 함유하고 있다. 이 어종은 생활 방식이 독특하다. 강에서 살다가 바다로 가서 알을 낳는다. 또 부화한 치어(실뱀장어)는 다시 강으로 거슬러 올라와 서식해서 ‘민물장어’라고도 불린다.

찾는 이가 많다 보니 국내 내수면 양식 어가 10곳 가운데 7곳가량은 뱀장어를 기른다. 2023년 기준 생산액은 5050억 원이나 됐다. 핵심 수산자원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치어를 양식하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여러 어종과 달리 관련 기술이 완전히 개발되지 않았다. 이런 까닭에 대부분 어가는 실뱀장어를 외국에서 들여와 성체로 기른다. 우리나라의 치어 수입 의존도는 80%에 이른다. 전 세계 국가 가운데 일본 다음으로 해외 의존도가 높다.

근데 최근 우리나라 양식 어가를 곤혹스럽게 하는 일이 벌어졌다. 유럽연합(EU)과 파나마가 수산자원 고갈 우려를 거론하면서 뱀장어의 모든 종을 ‘멸종위기종’으로 지정하자는 움직임을 보였기 때문이다. 만약 이들 국가의 제안이 받아들여지면 국제 거래에 엄격한 규제가 생기게 된다. 특히 치어 대부분을 외국에서 수입하는 우리나라는 큰 타격을 받을 것이 분명해졌다. 이에 정부는 EU 등의 주장은 근거가 부족하다며 국제 사회를 상대로 설득에 나섰다.

다행히 지난 5일 우즈베키스탄에서 열린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의 국제 거래에 관한 협약(CITES)’ 당사국 총회 본회의에서 뱀장어속에 속하는 모든 종을 규제 대상으로 하자는 제안이 부결됐다. 100개국이 반대표를 던졌고 8개국은 기권했다. 규제가 옳다는 쪽은 35표였다. 뱀장어를 보호해야 할 필요성은 인정하나 지나친 통제 강요는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는 우리나라와 일본 등의 논리가 받아들여진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위험한 고비를 넘겼다고 하나 안심할 수는 없다. 수산자원이 한정되어 있는 만큼 국제 사회가 지속적으로 거래 규제를 제안할 가능성은 여전히 높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비하려면 완전한 양식 기술 개발에 속도를 붙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 자원 관리 강화, 국내 유통의 투명성 확보 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부가 귀담아 들어야 할 대목이다.

염창현 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