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정훈. 자이언츠 정훈. 오~ 오~’.
사직야구장에 울려 퍼지는 많은 응원가 중 유독 흥겨운 노래가 있다. 1959년 발표된 닐 세다카의 ‘오 캐롤(Oh, Carol)’ 이라는 연가를 개사한 정훈의 응원가다.
응원가와 함께 정훈이 타석에 등장하면 뭔가 ‘사건’이 터질 것 같은 흥분과 긴장감이 경기장에 분출되고는 했다. 정훈은 그런 선수다. 성적은 화려하지 않았고 상대 투수가 위압감을 느낄만한 타자는 아니지만 분위기 반전이 필요할 때 ‘한 건’ 해줄 것 같은 이미지로 기억된다.
야구팬이라면 정훈을 ‘인생 승리’라는 말로 압축한다. 굳건한 의지로 프로의 벽을 넘은 신고선수의 신화로 기억한다. 1987년생인 정훈(38)은 마산 용마고를 졸업하고 2006년 현대 유니콘스에 신고선수로 입단했으나 1년 만에 방출의 설움을 겪는다. 군 전역 후 마산 양덕초에서 코치를 하다 다시 프로에 도전했다. 2009년 말 롯데 자이언츠에 육성선수로 입단해 2010년 정식 선수로 등록됐다. 이후 16년간 롯데와 함께 한 원클럽맨이다. FA(자유계약선수) 시장이 커지면서 원클럽맨을 찾아보기 힘든 최근 흐름을 감안하면 정훈은 롯데의 흑역사와 영광까지 함께 한 상징적인 선수다.
정훈의 매력은 몸이 무너질 듯한 ‘빠꾸없는 풀스윙’이다. 제대로 안 맞을 때가 더 많았으나 걸렸을 땐 의심 없이 호쾌한 홈런이 나온다. 그 순간만은 ‘조선의 4번 타자 ’이대호가 부럽지 않은 슬러거다. 그의 풀스윙은 세상의 모든 불합리를 담장 밖으로 시원하게 날려버리는 카타르시스를 팬들에게 선사했다. 수비가 그다지 견고하지 않았던 정훈은 부산갈매기들의 뒷목을 잡게 만들었던 ‘돌글러브’였다. 그래도 2루수 3루수 외야수 1루수 등 팀이 필요로 하는 여러 포지션에서 늘 최선을 다하고 묵묵히 헌신한 선수였다.
정훈이 지난 15일 현역 은퇴를 선언했다. 2022년 35세에 늦깎이 FA로 3년 18억 원에 계약한 기간이 올 시즌 끝났다. 세월의 흐름 앞에 노장은 은퇴를 선택했다. 그는 “롯데에서 오랜 시간 함께하며 야구 인생에서 가장 큰 행복과 자부심을 느꼈다”고 은퇴 소감을 전했다. 롯데에서 16시즌 통산 1476 경기에 나와 타율 2할7푼1리, 62홈런, 532타점을 남겼다. 영구결번 정도의 뛰어난 성적은 아니라고 하나 팀에 대한 열정과 헌신은 롯데 팬들 가슴에 그의 등번호처럼 영원히 각인될 것이다. 그라운드를 떠나는 제2의 인생에도 정훈 특유의 ‘노빠구 풀스윙’이 이어지길 기대한다.
“수고하셨습니다.”
윤정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