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애 보니까 아내는 좋겠네요.”

아이와 함께 등산 갔을 때, 만난 여러 사람들이 던진 말이다. 웃으며 넘겼지만 마음 한편이 씁쓸했다. 그 말은 아이를 돌보는 나의 모습이 특별하게 보였다는 의미이자, 아직까지 우리 사회가 ‘육아는 엄마의 몫’이라고 여긴다는 증거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아이를 키우며 가장 많이 느낀 것은 육아가 결코 ‘여성만의 일’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기저귀를 갈고, 이유식을 만들고, 밤새 아이를 안고 재우는 일은 단순한 ‘도움’이 아니라 ‘부모로서의 역할’ 그 자체였다. 그런데도 우리는 아직도 아빠가 육아에 적극 참여하면 ‘훌륭하다’고 칭찬하고, 엄마가 하면 ‘당연하다’고 여기는 사회에 살고 있다.

최근 들어 변화의 조짐도 분명히 보인다. 아빠들의 육아휴직 사용률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으며, ‘육아하는 아빠’의 모습을 흔히 찾아볼 수 있게 되었다. 특히 젊은 세대일수록 성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이 적고, 맞벌이 하는 부부가 증가함에 따라 육아를 부부가 함께하는 일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경향이 강하다. 그러나 여전히 넘어야 할 벽은 많다. 일부 기업은 남성 직원의 육아휴직을 꺼려하고, “육아휴직은 엄마만 쓰면 되는 거 아냐?”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오간다. 결국 엄마는 과중한 육아 부담에 지치고, 아빠는 육아에서 소외되며, 아이는 부모 모두의 온전한 사랑과 돌봄을 경험하기 어려워진다.

육아는 누군가를 도와주는 일이 아니다. 그것은 함께하는 삶의 방식이며, 부모로서의 책임이다. 아빠가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은 단지 엄마의 부담을 덜어주는 ‘보조’의 개념이 아니라, 아이에게 꼭 필요한 ‘양육자’로서의 시간이다. 아이는 엄마에게서 안정감을, 아빠에게서 모험심을 배우며, 두 사람 사이에서 건강한 정서와 자아를 형성해간다. 더 이상 “아빠가 애를 봐줘서 고맙다”는 말을 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아빠가 아이를 돌보는 모습이 더 이상 특별하거나 희귀하지 않은 일상이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책적 지원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의 인식 변화가 병행되어야 한다.

육아는 부모 모두의 몫이다. 그리고 더 나아가 사회 전체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한 공동의 과제이기도 하다. 정부와 기업은 아빠들의 육아 참여를 적극 지원해야 하며, 주변의 시선이나 구조적 장벽은 줄여야 한다. 또한 우리 모두는 일상 속에서 성 역할 고정관념을 경계하고, 함께 성장하는 가족 문화를 만들어가야 한다. 그것의 일환으로 필자는 현재 부산광역시와 인구보건복지협회 부산지회에서 운영하고 있는 ‘부산 100인의 아빠단’에 선발되어 활동하고 있다. 100인의 아빠단에서는 다양한 미션을 제공해 아빠와 아이가 서로간의 유대감을 강화하고 나아가 정서적 안정감 및 신뢰를 형성하도록 한다. 이러한 긍정적 효과는 입소문을 타며 해를 거듭할수록 경쟁률이 늘어나고 있으며 이는 우리 사회가 바뀌고 있다는 희망적인 신호 중 하나일 것이다.

아이를 품고 기르는 시간은 부모 모두에게 단 한 번뿐인 소중한 기회다. 오늘도 아이와 함께 웃고, 울고, 배우며 성장하는 아빠들. 그들의 모습이 더는 특별하지 않은, 당연한 일상이 되는 날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