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23일 국회 본회의에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을 상정할 계획인 가운데 대법원이 지난 18일 내란·외환·군반란 전담재판부 설치를 내용으로 한 예규 제정 방침을 내놓았다. 민주당이 추진하는 내란재판부가 위헌 논란이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대법원이 일종의 절충안을 내놓은 셈인데, 민주당은 이를 ‘꼼수’로 규정하며 법안 처리 강행을 예고했다. 국민의힘은 대법원 예규 제정으로 내란재판부의 위헌성이 해소됐다며 민주당에 법안 철회를 주장하고 있어 여야 대립은 커진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가운데)가 지난 19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대법원의 전담재판부 추진과 민주당의 내란특별전담재판부법 강행에 관련한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의 내란재판부 추진에 우려를 표명해 온 대법원은 ‘재판부 무작위 배당’을 골자로 한 ‘국가적 중요사건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심리절차에 관한 예규’를 제정한다고 밝혔다. 형법상 내란죄와 외환죄, 군형법상 반란죄 등 사회적 파장과 국민적 관심이 큰 사건을 대상으로 신속한 재판을 진행하자는 것이다. 기존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유지해 재판의 공정성을 담보하는 한편 민주당의 내란재판부 법안이 통과되면 제기될 수 있는 위헌법률심판제청과 이로 인한 재판 지연을 방지하려는 취지도 있다. 앞서 전국법원장회의 등에서 민주당의 내란재판부 법안 관련 위헌 지적이 나오면서 사법부가 선제적으로 조처해야 한다는 요청이 나온 바 있다.

민주당은 대법원 예규 제정에 즉각 반발하며 법안 강행 처리를 표명했다. 반발하는 지점은 재판부의 무작위 배당이다. 민주당의 내란재판부 법안이 ‘판사 추천권’을 전국법관대표회의 등에 부여하도록 하고 있는 것과 차이가 있다. 민주당 추진 법안이 위헌 논란에 휘말린 까닭은 첫 번째 유죄 취지를 전제로 한 전담재판부를 구성하는 자체가 무죄추정 원칙에 위배된다는 점이고, 두 번째 재판부 구성을 민주당 뜻대로 하겠다는 점이다. 민주당은 법무부 장관 등이 판사 추천 권한을 갖도록 한 첫 법안이 비판에 직면하자 전국법관대표회의와 각급 판사회의 등이 추천권을 갖는 수정안을 냈다. 그러나 이 역시 법적 근거가 없어 위헌 지적이 나온다. 대통령실이 “위헌성을 최소화하라”는 입장을 낸 것도 논란이다. 법안 자체가 위헌인데 그것을 최소화하라는 것이 앞뒤가 맞는 말인가.

대법원 예규 반발로 민주당의 ‘본심’이 드러났다는 지적마저 나온다. 민주당 의도대로 구성된 전담재판부를 통해 ‘원하는 결과’를 도출하겠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다. 전담재판부 설치 논란에도 불구하고 한 발 물러난 대법원이 무작위 배당을 통해 공정하고 객관적인 재판을 신속하게 추진하겠다는 것인데, 민주당은 무엇이 문제라고 주장하는 지 납득하기 어렵다. 민주당은 조희대 대법원장이 소위 내란 동조세력이라고 집요하게 공격했다. 내란재판부 추진 역시 조희대 체제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됐다. 그러나 내란특검은 조희대 대법원장과 지귀연 판사에 대해서도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고환율과 경제 위기 등 현안이 산적한데 강성 지지층의 요구에만 끌려다니는 여당을 신뢰할 수 있는지 묻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