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루 꼬리만큼 남은 2025년을 돌아볼 때, 올해를 관통하는 키워드 가운데 하나가 ‘민선 지방자치 30년’이다. 1995년 6월 27일 시·도 지사 및 기초자치단체장, 시·도 및 기초의회 의원을 뽑는 제1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실시 30주년을 의미한다. 지역주의 극복을 내걸고 부산시장 선거에 나선 민주당 노무현 후보가 득표율 37.6%로 낙선한 그 선거다. 민주자유당 문정수 후보가 51.4% 득표율로 당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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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년 6월 3일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선 부산 리더십 선택을 위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인공지능과 기후 에너지 대전환의 시대에 걸맞은 비전과 실천 전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해양수산부 부산 시대를 맞아 해양수도 부산을 이끌 리더라면 성찰과 대안으로 만든 새로운 그림을 시민에게 보여줘야 한다. 국제신문DB |
지난 30년 동안 지방자치가 지역 문제를 해결하고, 주민 참여를 확대해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했다고는 하나 온전한 지방자치는 아득히 멀다. 풀뿌리 민주주의가 제대로 뿌리내려야 대한민국이 산다. 이 명징한 구호 실현은 서울과 수도권에 인구 과반이 몰린 비정상의 정상화란 과제와 함께 또 유예되고 있다.
부산에서 민선 자치 30년은 잃어버린 30년이란 지적이 나오는 것이 그 예다. 성장 엔진이 멈추며 삶의 질도 나빠지고 있다는 구체적인 수치가 이를 증명한다. 지속가능공동체포럼이 지난 16일 부산YMCA 회의실에서 마련한 정책토론회는 ‘이게 정말 부산 현실인가’하는 자탄과 ‘이제 정말 정신 차려야 한다’는 자성이 교차했다. 발표 자료 ‘민선 자치 30년, 부산의 일·삶의 변화와 전환적 대안’을 읽고 발제자인 초의수 신라대 명예교수와 전화 인터뷰를 했다. 그는 “장기 침체 극복을 위한 큰 그림이 필요하다”며 “30년치 자료를 더 분석해 조만간 책으로 펴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먼저 성장 엔진이 멈췄다는 진단은 지역내총생산(GRDP)·성장률·소득 추이에 바탕한다. GRDP(Gross Regional Domestic Product)는 해당 지역 경제 규모, 생산 수준, 산업 구조 등을 파악할 수 있는 대표적인 지역별 경제 지표다. 부산의 1990~2023년 GRDP 성장률은 186.4%로 17개 시·도 중 14위다. 30년 이상 침체도시 성격을 띠며 최근 취약성이 가중된다. 부산의 경제성장률은 2023년 13위(0.8%)로 코로나19사태 이후 회복력이 낮다. 1인당 지역총소득 증가율도 2020~2023년 13.7%로 14위에 머물렀다. GRDP·성장률·소득 우하향 추세는 고융률(2024년 57.8% 전국 최하위) 및 상용직 비중(2024년 70.0% 14위) 최저로 연결되고 이는 합계출산율 최하위권으로 귀결된다.
이런 상황이 삶의 질을 갉아먹는다는 점에서 심각하다. 지난 5년간 부산 범죄율은 전국 2위이고, 전체 인구 가운데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생계급여를 받는 사람 비중인 수급자비는 2023년 7.13%로 특별·광역시 중에서 가장 높다. 특히 증가율 또한 전체 평균을 배 이상 웃돌며 전국 최고다. 결과적으로 경제 성장 둔화→양질 일자리 위축→삶의 질 저하→인구 유출 및 고령화→성장 잠재력 약화의 악순환이다. 정부 통계를 중심으로 인구·경제·일·삶이란 4대 영역 47개 지표에서 추출한 부산 위상은 사회복지 전공자로 국가균형발전 방안을 고민해 온 연구자가 부산 시민에게 발신하는 경고음이다.
더욱 눈길이 쏠리는 건 그 원인을 수도권 일극체제와 자치는 있으나 권한은 없는 정치와 행정, 시민 참여나 시민 숙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는 자치 등을 꼽은 점이다. 1972년 대도시 인구 분산 시책, 1984년부터 2006년까지 세 차례에 걸친 수도권 정비 기본계획이 수도권 과밀을 부추긴 정부 정책 실패임은 이미 여러 차례 지적된 바 있다. 국토면적 11.8%인 수도권에 전체 인구의 50% 이상이 거주하고, 수도권 내에서도 17%에 불과한 과밀억제권역에 2000만 명이 거주하는 대한민국 아닌가.
민선 1기 문정수 시장(21세기 새부산 건설) 2·3기 안상영 시장(시민과 함께하는 부산 재창조·희망과 도약, 세계도시 부산) 민선 3~5기 허남식 시장(성숙한 세계도시 부산·세계로 열린 선진부산·크고 강한 부산) 민선 6기 서병수 시장(사람과 기술, 문화로 융성하는 부산) 민선 7시 오거돈 시장(시민이 행복한 동북아 해양수도 부산)과 오 전 시장의 사퇴로 인한 보궐선거에 이어 민선 8기를 이끈 박형준 시장(부산 먼저 미래로 그린스마트 도시 부산·다시 태어나도 살고 싶은 부산)까지 시민의 선택을 받은 만큼 열심히 시장 역할을 해왔다고 자부할 수 있다. 하지만 정작 ‘다시 뽑고 싶은 시장’이란 평가에서 시민 평점이 박하다면 그만큼 시장과 시민 사이 거리가 멀었다고 해석할 여지가 생긴다.
우하향 커브를 우상향으로 만드는 변곡점이 눈앞에 있다. 내년 6월 3일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다. 부산 리더십의 선택을 위해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인공지능과 기후 에너지 대전환의 시대에 걸맞은 비전과 실천 전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해양수산부 부산 시대를 맞아 해양수도 부산을 이끌 리더라면 성찰과 대안으로 만든 새로운 그림을 시민에게 보여줘야 한다.
정상도 논설주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