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통일교의 정치인 로비 의혹 규명을 위한 ‘통일교 특검’에 동의했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22일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못 받을 것도 없다. 국민의힘 연루자를 포함해 진실을 명명백백히 밝히는 것도 좋다” 했고, 김병기 원내대표도 “특검 하자”고 말했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전날 여야 정치권 모두에 대해 통일교 특검을 실시하는데 합의했다. 두 야당이 준비 중인 특검법은 대법원 법원행정처가 특검 후보 두 명을 추천해 대통령이 한 명을 임명하는 구조다. 민주당 합의로 통일교 특검 실시의 가장 큰 걸림돌은 제거된 셈이다.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이 지난 19일 통일교 측으로부터 현금 등을 받은 혐의로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공동취재단

전날까지 특검 가능성을 일축하던 민주당이 입장을 바꾼 건 단 하루 만이다. 국민의힘뿐만 아니라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 등 여권 인사까지 여럿 의혹에 휩싸인 상태에서 보수 야당의 공세를 마냥 회피하기는 힘들었을 수 있다. 무엇보다 나빠진 국민 여론에 영향받았을 가능성이 있다. 지난 19일 공개된 한국갤럽 조사를 보면 특검 찬성이 62%로, 반대(22%)를 압도한다. 특검 찬성률은 국민의힘 지지층(60%)보다 민주당 지지층(67%)이 오히려 더 높았다. 민주당 정치인의 통일교 유착 의혹은 쿠팡 사태나 국무회의 생중계 논란 등과 더해지며 국정 지지율에도 부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리얼미터가 22일 공개한 이재명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도는 2주째 하락세다.

현재 경찰이 정교 유착 의혹을 수사 중이기는 하다. 전 전 장관은 소환 조사를 받았고 임종성 전 민주당 의원, 김규환 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의원도 본격적인 조사를 앞두고 있다. 통일교가 한일해저터널 같은 교단 현안 해결 등을 목적으로 여야 정치권 전반에 로비를 벌이고 후원한 정황은 내부 문건을 입수한 언론을 통해 연일 보도되고 있다. 관건은 경찰이 실체적 진실을 얼마나 파헤칠 수 있느냐다. 경찰은 이미 전 전 의원 사무실 압수수색에서 늑장을 부리는가 하면, 사건의 또다른 갈래인 민중기 특검팀의 민주당 연루 묵인 의혹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로 떠넘기는 등 영 미덥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까딱하다간 누군가의 범죄 행위가 드러난다 해도 공소시효 소멸로 처벌이 불가능할 수 있다. 한시라도 빨리 특검이 도입되어야 하는 이유다.

국회 절대 다수를 점하는 민주당이 특검에 합의함으로써 특검 시행 자체는 기정사실로 굳어졌다. 남은 쟁점은 특검을 누가 임명하느냐는 문제일 것이다. ‘통일교 게이트’는 민주당 국민의힘 할 것 없이 정치권이 모두 연루된 사건이다. 어느 한쪽이 추천권을 고집하면 도둑이 경찰 노릇 하겠다는 말과 같아진다. 정치색이 완전히 배제된 중립적인 제3자가 특검을 추천해야 공정하고 철저한 수사를 기대할 수 있다. 대통령실도 “전방위적인 수사가 이뤄지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논평했다. 여든 야든 시간만 끌면서 통일교 특검 카드를 지방선거용으로 소비할 궁리는 처음부터 하지 않는 게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