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는 말이 없다. 밀려온 것을 밀어보낼 뿐, 무엇이 깨끗하고 더러운지 따지지 않는다. 그래서 인간의 무책임한 행동은 종종 섬에 먼저 도착한다. 사람이 살지 않는 무인도서에 쓰레기가 쌓인다는 사실은 바다가 우리를 대신해 불편한 진실을 기록해두는 방식처럼 보인다.

국립해양조사원이 고해상도 위성 영상과 드론을 활용해 동·남해안 무인도 82곳을 살핀 결과 74곳에서 해양쓰레기가 발견됐다. 사람의 발길이 닿기 어려운 섬들이다. 특정 섬에서는 해마다, 계절마다 같은 자리에 쓰레기가 다시 쌓였다. 바다가 흘려보낸 것이 아니라, 우리가 흘려보낸 생활의 잔해였다.

이번 국립해양조사원 조사의 의미는 ‘발견’에 있지 않다. 해양쓰레기 문제가 심각하다는 건 이미 오래 전부터 알려진 사실이다. 달라진 것은 방법이다. 아리랑 위성과 드론 등을 통해 하늘에서 내려다본 영상과 인공지능 분석, 현장을 촬영한 드론 영상이 겹쳐지며 쓰레기의 위치와 규모, 변화를 파악할 수 있게 됐다. 무인도 쓰레기가 막연한 우려가 아닌 관리 가능한 정보가 된 것이다.

이에 따라 낙동강 하구 대마등도와 같이 반복적으로 쓰레기가 쌓이는 무인도는 ‘많이 더러운 곳’에서 ‘집중 관리가 필요한 곳’으로 바뀌게 됐다. 쓰레기가 어디에 얼마나 쌓이는지를 알면 언제 수거해야 하는지도 깨닫게 된다. 드론은 감시 장비를 넘어 수거 계획의 나침반으로 활용할 수 있다.

국립해양조사원은 2910개 무인도 가운데 일부를 표본 삼아 분석을 시작했고, 매년 범위를 넓히고 있다. 자료는 해양환경공단과 지방자치단체로 전달돼 실제 수거 작업과 정책 수립에 쓰인다. 종전의 감시가 ‘처벌을 위한 눈’이었다면, 이 같은 기술은 ‘회복을 위한 눈’에 가깝다.

쓰레기를 치우는 일은 늘 사람의 몫이다. 그러나 어디서부터 치울지, 어떻게 줄일지는 기술을 적용할 수 있다. 위성과 드론은 바다를 대신해 묻는다. 왜 이 섬에만 계속 쌓이는가, 무엇이 이곳으로 흘러오는가. 질문이 정교해질수록 해답도 현실에 가까워진다.

바다는 스스로를 설명하지 않는다. 대신 우리는 점점 더 높은 곳에서, 더 선명한 눈으로 바다를 본다. 첨단 장비로 쓰레기를 감시한다는 말이 차갑게 들릴지 모르지만, 그 끝은 가장 인간적인 노동으로 이어진다. 줍고, 치우고, 다시 흘려보내지 않기 위해 돌아보는 일이다. 기술이 바다를 살피는 시대, 이제 우리의 태도도 그만큼 정밀해져야 한다.

이병욱 해양수산부 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