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를 둘러싼 비위 의혹이 항공사 숙박권 수수부터 공항 의전과 병원 특혜, 장남의 첩보성 업무 지원까지 일파만파로 확산하고 있다. 여당지도부인 원내대표의 도덕적 권위가 흔들리며 국민 불신과 피로감이 커지고 있다. 김 원내대표는 지난해 11월 대한항공으로부터 2박3일간 160만 원 상당 호텔 숙박권과 서비스를 제공받았다. 숙박권을 받을 때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사용할 땐 정무위원회 소속이었다. 이들 상임위가 대한항공 현안을 다뤘던 점을 고려하면 직무 관련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재작년에는 대한항공 측과 김 원내대표 보좌진 사이에 며느리, 손자, 부인의 특혜성 의전을 논의한 정황까지 나왔다. 김 원내대표 배우자가 과거 지역구의회 부의장의 업무추진비 법인카드를 사적으로 유용했다는 의혹을 수사해달라는 고발장이 어제 경찰에 접수되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지난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정청래 대표. 연합뉴스

김 원내대표는 국정감사를 앞둔 지난 9월에는 주요 피감기관이었던 쿠팡 대표와 최고급 호텔에서 만나 오찬을 대접받아 논란이 됐다. 김 원내대표가 병원을 특혜 이용했다는 의혹이 이어졌다. 지역구 병원에서 그의 부인과 장남이 진료 특혜와 의전을 받은 정황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심지어 국정원에 다니는 아들의 첩보 업무를 보좌진에게 떠넘겼다는 ‘아빠찬스’ 의혹까지 불거졌다. 김 의원 아들이 인도네시아 대통령의 국내 대기업 방문과 관련한 첩보를 의원실을 통해 확인하려 했다는 것이다. 국정원 업무 과정에서 수집된 미확인 기밀 첩보를 유출해 국정원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

여러 의혹이 고구마줄기처럼 잇따르고 있으나 김 원내대표는 납득할 만한 해명을 내놓지 않은 채 남 탓만 하고 있다. 그는 지난 25일 “제보자는 전직 보좌직원으로 추정되고, 교묘한 언술로 공익제보자 행세를 하고 있다”며 보좌진의 텔레그램 채팅 대화방을 공개했다. 그는 이번 사태가 전직 의원실 직원들의 ‘사적 복수’ 때문에 불거졌다고 인식하고 있는 듯하다. 본질은 그가 특혜를 받았는지 여부인데 관련 의혹을 제기한 사람을 공격하면서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숙박권 수수와 관련해서 “1박에 34만 원”이니 “다른 의원실처럼 숙박권이 보좌직원에게 전달돼 보좌진과 함께 사용했다”며 변명으로 일관했다. 금액을 축소해 뇌물수수 및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를 피하려 한 의도다. 취재 기자에게는 “상처에 소금뿌리나” “가족 난도질”이라며 안하무인격으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런 태도에 국민 분노가 커지고 있다.

여론이 악화하면서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지난 26일 “당 대표로서 이런 일이 발생한 것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며 “김 원내대표가 30일 정리된 입장을 발표한다고 하니 지켜보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이번 사태가 여당 전체의 신뢰 문제로 인식될 수 있음을 명심하고 이제라도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