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중의원(하원) 선거 결과가 놀랍다. 집권 자민당은 태평양전쟁 종전 이후 처음으로 단일 정당이 중의원에서 의석수 3분의 2 이상을 차지하는 초유의 대승을 거뒀다. 전체 465석 중 316석이다. 자민당 연정 파트너인 일본유신회까지 포함한 여당 전체 의석수는 352석으로 여당 의원 비율은 75.7%. 일본 국민 10명 중 8명이 여당을 지지한 셈이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역할이 더욱 놀랍다. 중의원 해산(1월 23일)부터 투표(2월 8일)까지 ‘강한 일본’ 이슈로 ‘초단기 결전’ 판세를 이끌었다. 이른바 ‘사나카츠’(다카이치 총리 애칭 ‘사나’와 활동을 뜻하는 ‘카츠’ 합성어) 열풍이다. 다카이치 내각 지지율은 30%선인 자민당 지지율을 배 이상 웃돈다. 평범한 집안 출신으로 파벌이 없는 첫 여성 총리다. ‘책임 있는 적극 재정’ 정책과 보수적 안보 정책에 젊은이들까지 호응하며 기존 의석수 198석 보다 118석을 더 쌓았다.
‘강한 일본’의 종착지는 전쟁이 가능한 ‘보통 국가’로 전환이다. “개헌은 자민당 당론”이라는 다카이치의 말에서 ‘여성 아베’의 야망이 읽힌다. 개헌안 발의선인 310석을 확보했으나 참의원에서도 3분의 2 의석을 차지해 개헌안 발의 요건을 갖추려면 2028년까지 기다려야 한다. 그에 앞서 방위력 강화를 위한 3대 안보 문서 개정 및 무기 수출과 관련한 규제 폐지, 국가정보국 창설, 국기 훼손죄 제정 등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전쟁과 무력행사의 영구 포기, 육해공군 전력 보유와 교전권 부인 등을 규정한 헌법 9조 개정으로 가는 징검다리다.
일본 역사상 가장 강력한 여당의 탄생은 이웃한 우리나라에도 영향이 불가피하다. 당장 오는 22일 시마네현에서 열리는 ‘다케시마(일본이 주장하는 독도 이름)의 날’ 행사와 오는 4, 5월쯤 다카이치 총리가 이재명 대통령 고향인 안동을 방문하는 한일 정상 셔틀 외교에 관심이 쏠린다.
일본이 전쟁이 가능한 국가로 변모하려 한다면 우리나라는 문화국가로 발돋움하고 있다. 올해는 유네스코가 지정한 ‘백범 김구(1876-1949) 탄생 150주년 기념해(150th anniversary of the birth of Kim Koo)’다. 백범의 평화 사상이 전 세계가 공유해야 할 보편적 가치임을 재확인한 것이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기 때문이다.” 이 든든한 자산은 우리가 대한해협 격랑을 헤쳐나갈 지렛대다.
정상도 논설주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