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7월 1일부터 시행된 노인장기요양보험은 고령이나 노인성 질병으로 혼자 일상생활을 수행하기 어려운 어르신들에게 신체활동과 가사 지원 등의 요양·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회보험제도다. 2024년 말 기준, 65세 이상 노인인구 중 노인장기요양보험 수급자(등급 인정자)의 비율은 11.1%(약 116만5000명)였다. 이를 현재 노인인구 수(1112만5000명)에 대입하면, 수급자는 약 123만5000명으로 추정된다. 이분들 중 20%는 요양시설에 입소해 있고, 80%(약 99만 명)는 지역사회에서 노인장기요양보험 재가급여(방문요양, 방문목욕, 방문간호, 복지용구, 주·야간보호 등)를 이용한다.
거동 불편 노인이 요양병원이나 요양시설에 입원·입소하지 않고 살던 집에서 계속 지낼 수 있도록 지원하는 체계를 조속히 갖추어야 한다. 이렇게 하는 것이 노인의 행복 추구권과 인권 보장뿐만 아니라, 돌봄 경제의 활성화와 복지 기술의 발전을 통해 지역사회의 경제·사회적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데 중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런 체계는 기존 노인장기요양보험보다 훨씬 크고 충실해야만 한다. 즉, 수급 대상자의 범위가 더 넓고, 제공되는 서비스의 종류·양·질이 기존 노인장기요양보험의 재가급여를 크게 뛰어넘을 수 있어야 한다. ‘지역사회 통합돌봄’이 바로 그것인데, 주요 복지국가에서는 이미 10~30년 전부터 정착·발전했다.
2019년 ‘지역사회 통합돌봄’ 시범사업을 시작한 우리나라는 마침내 지난 3월 27일부터 ‘돌봄통합지원법’에 따라 전국의 모든 기초지방자치단체가 ‘지역사회 통합돌봄’ 사업을 공식적으로 시행했다. ‘지역사회 통합돌봄’은 돌봄이 필요한 노인과 장애인이 살던 곳에서 욕구에 맞는 다양한 서비스를 누리며 살 수 있도록 주거·보건의료·요양·돌봄을 통합 지원하는 지역사회 주도형 사회서비스 정책이다. 우리나라는 인구 위기가 본격화되는 2030년까지 선진국 수준의 ‘지역사회 통합돌봄’ 체계를 확립해야 하는데, 이를 위한 ‘전략 제언’은 다음과 같다.
첫째, ‘지역사회 통합돌봄’ 대상자의 범위를 노인장기요양보험(노인인구의 11.1%)보다 훨씬 넓혀야 한다. 보편주의 원리에 따라 돌봄 필요가 인정되면 퇴원 환자를 포함한 거동 불편 노인과 장애인 누구라도 집에서 적정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그래야 ‘지역사회 통합돌봄’이 돌봄 경제의 활성화와 복지 기술의 발전을 위한 대규모의 기반이 되면서 지역사회에서 지속 가능한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거동 불편 노인을 위한 다양한 주거 지원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살던 집에 계속 머물려는 분에게는 안심 주거를 위한 집수리 서비스를 지원하고, 유럽과 일본에서 확립된 노인 주거 유형의 다양화 전략을 참고해서 거동 불편 노인이 자신에게 적합한 주거 형태를 직접 선택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병원이나 요양원이 아니라 지역사회에 계속 머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셋째, 방문의료가 ‘지역사회 통합돌봄’에서 중핵적 역할을 담당하도록 해야 한다. 복합 만성질병을 가진 거동 불편 노인과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계속 살아가기 위한 전제 조건이 바로 방문의료이기 때문이다. 주치의제도가 없는 일본은 적정 수가를 통해 방문의료를 촉진했고, 유럽은 주치의제도의 지속 발전으로 방문의료(가정 입원)를 강화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당장은 일본식의 방문의료 촉진책을 쓰되, 유럽 국가들처럼 조속히 주치의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넷째, 돌봄 대상자의 필요에 맞는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선진국의 ‘지역사회 통합돌봄’에서 관찰되는 ‘생활권 단위의 지역 밀착형 돌봄 서비스’ 제공 체계가 그것인데, 여기서 케어매니저는 대상자를 상담하고 돌봄 계획을 수립한 후 필요에 부합하는 서비스 패키지가 제공되도록 조정한다. 이를 통해서 대상자의 상태에 따라 자택 돌봄부터 집중적 데이케어와 단기보호에 이르기까지 모든 돌봄이 지역사회에서 연속적으로 이루어지게끔 해야 한다.
다섯째, 통합돌봄 재정 지출의 대폭 증액이 요구된다. 복지 재정의 분권이 실제로 이루어질 수 있을 만큼,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 복지 재정의 내용과 역할을 재설정하고, 기초지방자치단체가 정치적 책임을 지고 지역의 여건과 특색에 맞는 ‘지역사회 통합돌봄’을 실시하도록 복지 재정체계를 확립하자는 것이다. 지방정부는 이런 재정 능력을 바탕으로 통합돌봄 분야에서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청년들이 돌봄 서비스에 적극 뛰어들 수 있게끔 해야 한다.
여섯째, ‘지역사회 통합돌봄’에 보건의료·복지 기술을 적극 도입·활용해야 한다. 주치의 기반의 일차의료는 양질의 원격의료와 AI 정밀의료를 탑재함으로써 맞춤형 질병예방·건강증진과 만성질병의 치료·관리에서 탁월한 성과를 낼 수 있고, 요양·돌봄·복지 영역도 AI 복지 기술을 활용해서 서비스의 효과·효율·만족도를 크게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런 전략은 보건의료와 복지가 과학기술을 매개로 지역사회 경제와 유기적으로 통합되는 과정이다.